2005 성곡미술관 선정 내일의 작가Ⅱ

윤유진 개인展   2005_0909 ▶︎ 2005_1002

윤유진_scream_종이에 목탄_108×77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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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909_금요일_05:00pm

성곡미술관 별관 전시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1-101번지 Tel. 02_737_7650 www.sungkokmuseum.com

성곡미술관은 젊은 작가를 발굴, 지원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2005년 내일의 작가로 윤유진展을 준비하였습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까지도 섬세한 배려와 관심으로 보여주는 작가의 작품세계는 무의식에 내재하는 사물에 대한 본능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음속에 담겨 있는 일상의 사물들을 회화나 판화는 물론 입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로 보여줄 이번 전시회는 우리에게 행복한 작가의 고민을 전해 줄 것입니다. 정성을 다해 준비한 이번 전시회에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격려를 부탁 드립니다. 2005. 9 ■ 박문순

나만이 가진 독창성 또는 통일적으로 보여지는 요소는 무엇일까… 과연 그러한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_작가노트에서 ● 나의 작업에서는 동일한 표현의 방법들을 보여준다거나, 일관된 매체로 작품들을 만들어낸다거나 하는 통일성 있는 시각표현의 요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익명의 한 작품을 보았을 때 '이것은 누구누구의 그림이구나'라고 쉽게 인식되어질 만큼 작품의 일관성 있는 표현 요소도 중요하겠지만, 나의 작업들이 그러한 일관성을 애써 배제하려 하는 것은 자유로이 표현될 수 있는 나만의 생각들을 어떠한 틀이라는 규정 속에 애써 가두려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며, 어떠한 틀을 정해놓았을 때 발생하게 되는 생각의 방해 요소들을 미리 차단하기 위함 이기도 하다. 또한 그것은 내가 관심 있게 만들어내고, '창조'라는 거창한 단어를 붙여가며 만들어내고 있는 것들이 끊임없이 떠오르는 일상에서의 순간 혹은 찰나의 생각들을 시각적으로 여과 없이 배출(?)하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나 자신을 기이한 발명가로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망상가로도 만들어나가기도 하는 내 안의 생각이라는 녀석은 마치 누에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져 나오는 실 타래처럼 계속해서 이어져 나와, 나를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귀찮게 만들곤 한다. 특별한 소재 또는 주제와는 상관없이 일상의 기억 또는 내 생각의 단편을 밖으로 끄집어 내어 끄적이다 보면 그 어떤 것 보다도 많은 즐거움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 언제부터인가 나의 작업에는 일상의 사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확한 시간과 날짜는 기억할 수 없지만 나도 모르는 어느 순간에 노트는 온통 괴상한 사물들로 가득채워져 있었다. 일상의 사물들을 내 안에 담기 시작 한 것이다. 내가 선택한 사물들은 인위적으로 선택되어진 것도 아니며 작업을 위한 소재로 초대되어지지도 않았다. 모든 것들이 한 순간의 선택에 의해 나의 그림 속에 담겨졌다. 설명하기에 조금 거창한 단어이기는 하지만 그것은'무의식적 선택'이었다. "특정한 이유없이 무작정 좋아하는 것", 그것이 무의식에 내재하는 본능이라면 수많은 사물에 대한 나의 관심은 단순한 흥미를 넘어선 본능적인 행동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색깔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많은 사람들은 아무런 거리낌없이"그저 느낌이 좋아서"라는 대답이 주를 이루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하지만 이러한 본능적 소재 선호에 따르는 즉흥적 선별은 단순히 사물을 본다 또는 선택한다는 단계에 불과할 뿐 소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물에 대한 알 수 없는 관심이 사고와 함께 연행되어질 때 비로소 소재에 대한 발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발전은 일상 속 오브제의 의인화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많은 결과물들을 나았다. 하지만 사물을 이용한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점진적으로 생각되는 것은 이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이 인간을 주체로 한 부수적 잔여물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무릇 사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인간이 아닌 어떠한 요소-그것이 생명체이건 무생물체이건-도 모두 포함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주체를 인간으로 규정짓고 인간이 아닌, 그것이 생명체이건 무생물체이건, 모든 것을 인간을 중심으로 나열하고 배치하는 우리의 건방진(?) 사고방식은 나의 작업에서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요소가 된다.

윤유진_untitled_에칭_각 30×22cm_2005
윤유진_pigzilla_혼합재료_11×5×10cm_2005

인간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도록 수많은 위험 요소들을 인지하고 그것들을 최대한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내며, 보다 편리하고 윤택한 삶의 구현을 위해 많은 것을 발명하고 사용해 나가며 완벽한 사회적 동물로 이 지구상에 주인으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은 인간이 이 세상모든 것의 주체라고 단정 지었기 때문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가끔 동물원 철창 속에 갇혀있는 동물들을 볼 때마다, 동물보호 또는 아동교육이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동물들을 가둬두고 즐기려는 인간의 잔인성에 몸서리쳐지곤 한다. 만약 그들이 이세상의 주체격 지위를 차지하고 인간은 그들의 부수물 따위로 취급되어졌다면 나 또한 철창 속에 동물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인생을 살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나의 상상에서나마 인간과 같이 천적에 대한 대비를 해나가지 못하는 수 많은 생명체에게 생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요소를 선물하고자 한다.

윤유진_그녀들의 진실_석판화에 점토_100×71cm_2005
윤유진_Hanging Elbow_석판화에 Hanging Knee_140×68cm_2005

나에게 있어 시각적으로 펼쳐진 백색의 공간은? 그것이 이차원의 공간이든 삼차원의 공간이든- 정신적 공간을 뜻하며, 내 안에서 끊임없이 자라나는 생각들을 꾸밈 없이 발산할 수 있는 곳이 된다. 사물에서 생명체로 옮겨갔던 관심은 다시 나 자신을 비롯한 인간에게 옮겨간다. 인간의 삶 속에서 나타나는 수 많은 행위들에 대한 고찰과 순간순간 떠오르는 인간 자체에 대한 생각들을 표현방식에 상관없이 펼쳐내는 것이다. 그것은 주로 요즘 들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관심이나 인체의 신비에 대한 요소들 또는 나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한 생각 등 나의 일상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작업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재들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요소들과 익숙하게 어우러져 시각적으로 환원됨으로써 발상의 전환과 상상력의 확대를 꽤 하려는 작업으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윤유진_steel woolies_가변설치_2005
윤유진_할머니_혼합재료_114×25×5cm_2005

어느날 문득 나는 사물을 의인화 시킨다거나 모순된 형상이나 상황으로부터 재현된 나의 작업들이 진정한 모순의 결정체는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동안 사물에게 생명성을 부여함으로써 소외된 것에 대한 의미부여를 꾀하던 나에게 밀려든 이 생각들은 어찌 보면 나의 발상들 조차 여전히 인간의 시각으로만 바라 본 오만한 상상일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했다. 여전히 생명성이 부여된 사물들은 인간의 시각으로 본 객체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사물의 의인화라는 모순된 요소를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쪽으로 눈을 돌려 본다. 인간을 비생물체의 부수물로 차용하는 것이다. 생명체의 중심을 인간이라 보는 세상의 잣대를 나의 작업 속에서는 더 이상 인간의 주체가 아닌 사물 혹은 인간 이외의 수많은 것들이 주체가 되는 반대의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물에게 필요한 인간적 혹은 생명체적 요소들을 그들에게 결합시킴으로 발칙한 상상을 시각적으로나마 현실화 시켜 보고자 하는 것이다. ■ 윤유진

*이 전시는 성곡미술관이 신진작가를 발굴, 지원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내일의 작가 프로젝트로 기획되었습니다.

Vol.20050906c | 윤유진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