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_Maum

고지영_이진아展   2005_0903 ▶︎ 2005_0925

이진아_무제_장판지에 석판화를 한 종이로 만든 오브제_가변크기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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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903_토요일_06:00pm

후원_서울문화재단

갤러리 팩토리 서울 종로구 창성동 127-3번지 Tel. 02_733_4883 www.factory483.org

삼청동에서 효자동으로 이전한 갤러리의 재개관에 맞추어 갤러리 팩토리가 준비한 9월 전시의 제목은 '마음'이다. 두 여성작가, 고지영과 이진아의 작업으로 구성된 이 전시는 단단한 이론으로 세련되게 포장되거나 화려한 테크놀러지에 기댄 수많은 현대 미술 작품들의 다른 한편에서 다소 소박하지만 솔직한 시각적 언어로 미술의 '치유'적 기능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 바야흐로 '쿨'한 것이 대세인 요즘이다. 쿨한 옷차림과 쿨한 말투로 무장하고 쿨한 식당에서 식사를 즐긴 뒤 쿨한 바에 앉아 쿨하게 대화를 나눈다. 연인과 헤어질 때마저 쿨해야 하는 것은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의 기본 지침이다. 대체 이 오래된 유행어인 '쿨하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이나 편견들로부터 자유로운 태도를 일컬었던 '쿨함'은 이제 그 자유로움이 오히려 강박으로 작용하는 기이한 현상을 낳고 있다. 자잘한 감정들에 연연해하거나 흔들리지 않는 깔끔함을 고집하며 대수로운 일들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답답함. 쿨하게 행동하라는 이성의 명령 뒤에 가려진 희로애락의 감정들은 다 어디로 가야 할까? 그렇게 정체되고 억압된 감정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미술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무모한 일일까? 여기, 고지영과 이진아라는 두 작가의 작업을 통해 그 가능성을 한번 점쳐 보기로 한다.

이진아_무제_의자와 오리형상의 오브제설치_가변크기_2005_앞

이진아_무제_장판지에 석판화_81×65cm_2005_뒤

이진아_무제_의자에 뜨개질 씌움_2005
이진아_무제_석판화_각 62×81cm_2005

어떤 작품을 대할 때 흔히 그 작품에 대한 호감의 표시로서 '재미있다'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작품 위로 드러나거나 쉽게 눈치챌 수 없는 신랄한 역설이 작품 속에 숨어 있을 때 주로 나오는 반응이다. 고지영의 작은 무채색 유화작업은 첫눈에 별반 재미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래도록 은근하게 시선을 묶어 두는 힘이 있다. 1호나 2호쯤 될 법한 아주 작은 캔버스나 커 봤자 가로 세로가 일미터를 넘지 않는 캔버스 위에 무채색으로 그려진 모호한 이미지들은 반복된 붓질을 통해 겹겹이 쌓인 아스라한 색감과 함께 명상적인 안온함을 전해준다. 주로 작가의 주변에 널려있는 흔한 물건들, 연필, 종이, 책, 컵, 접시 등에서 모티프를 따온 이 이미지들은 정물대 위해 가지런히 놓여진 사물들이 아니라 마치 영혼을 가진 작은 생명체 인양 화면 속에서 원을 짓거나 탑을 쌓거나 하며 자유롭게 부유한다. 이러한 사물들의 기묘한 움직임과 조합은 마치 조각난 부분 부분들이 어떤 전체적인 본질로 돌아가고자 하는 몸짓 같기도 하고, 그들만의 비밀을 간직한 정겨운 놀이인 듯도 하다. 고지영의 이러한 작업은 사과를 소재로 하였던 예전 유화작업들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보여지는데, 작가의 눈에 '무능하고 난처한 구형'으로 비쳤던 사과처럼 요즈음의 작품에 등장하는 이름없는 사물들 또한 각각의 영혼을 지닌 생명체로서의 제 모습을 관객들에게 담담히 드러낸다.

고지영_무제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34×25cm_2005
고지영_무제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2005

고지영의 작업이 그리기를 통해 새롭게 사물들을 창조하고 그 사물들과의 교감을 가능하게 한다면, 이진아의 작품들은 이미 실재하는 사물들과 작가의 관계성에 주목하여 새로운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그 조형적 특징에 매료된 후, 오리와 의자라는 다소 엉뚱한 소재에 집착하여 판화와 오브제 등으로 다양하게 작업을 해 온 이진아의 작업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하나는 의자나 숟가락과 같은 사물에다 그 형태에 꼭 맞게 '마치 이끼로 감싸 올리듯' 털실로 옷을 짜 입히는 작업이며, 또 하나는 작가가 버리고 싶은 혹은 간직하고 싶은 사물들, 예를 들면 오래된 사진 같은 것들을 속에다 집어넣어 만든 오리 모형 작업이다. 이 두 작업은 모두 뜨개질한 표면의 조직을 확대 복사한 배경과 주인공이 되는 사물의 이미지가 조합된 판화로 재구성된다. 그저 바라보고 관찰하는 대상으로서 사물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다가가 옷을 입혀주고 소중한 무엇을 담아두는 듯한 행위를 통해 작가는 그 사물들과의 감정이입을 시적으로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고지영_무제_아크릴_73×60cm_2005_전시장면
마음展_2005_오프닝 풍경

관객들로 하여금 현대 미술을 통한 진정한 치유를 경험하게 한다는 것은 어쩌면 티브이 연속극을 보여주고 감동을 요구하는 일만큼이나 황당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 참가한 고지영, 이진아를 포함한 많은 작가들에게 작업은 이미 치유의 과정이며 결과물들이다. 먼 옛날 예술이 가졌던 종교적 아우라까지는 아니어도 작가 자신들을 닮았거나 그들의 감수성을 대변하는 사물들의 이미지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그들이 작업을 통해 경험한 마음의 위안이 조금이라도 전이될 수 있기를 바란다. ■ 갤러리 팩토리

Vol.20050912a | 마음_Maum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