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시간의흐름

구인성 한국화展   2005_0914 ▶︎ 2005_0920

구인성_무리지어 흩어지다_종이에 수묵_170×400cm_2005

초대일시_2005_0914_수요일_06:00pm

이 전시는 한국화 대안공간 갤러리 꽃에서 지원하는 청년작가 기획초대전(No. 2005-01)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갤러리 꽃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7-36 지하 1층 Tel. 02_6414_8840

prologue ● 끊임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에 점(占)은 중단, 즉 부재(不在)의 상징이며, 동시에 한 존재에서 다른 존재에 이르는 교량의 역할을 한다. 습관적이라고 할만큼 거듭 찍혀지고 표현되는 점들은 그 고유성으로 하나이면서도 수없이 서로가 연결되어 침묵에서의 울림에서 다시금 커다란 소통으로 나타난다. 나의 이러한 울림은 일상 생활의 체험으로부터 행인들의 이유없는 웃음, 씁슬함 등을 화면가득 점으로부터 재생하는 작업으로 시작된다. 반복되는 하나의 점은 한지의 고유한 습성으로 인해 나의 신체 일부로부터 눌리워지는 압력과 감성에 각기 다른 별개의 점들로 하나씩 형체를 이루어 나간다. 이러한 형상들은 하나의 기호가 되며, 상징으로서의 실제가 된다. 실제가 된다는 것은 이미지로서의 실체 뿐만 아니라 나를 대신한다는 의미의 심연으로서 자연에까지 더욱 커다란 파동을 가져다 줄 것이다. 점들은 스스로 각기 충돌하며, 동시에 화면 가득히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을 주어 외부로의 발산을 위한 준비운동을 하게 된다.

구인성_대화의 꽃-기다림_종이에 수묵_213×303cm_2005
구인성_질서지키기_종이에 수묵_147×207cm_2005

자유스러운 점들의 집중적 집합체 - 점의 크기와 형태들은 변하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추상적으로 시작된 점은 상대적인 울림의 크기까지도 변화를 가져다준다. 외적으로 볼 때 점은 최소한의 기본적 형태로 표시될 수 있지만, 이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최소의 형태'가 어떤 것이라고 정확하게 한계 짓기란 어려운 것이다. 점의 확장은 선과 면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눈에 띄지 않게 전체 화면을 (기초평면) 덮을 수도 있다. 그것은 점이 어느 위치에 자리잡느냐에 따라 따르다. 화면 왼쪽에 위치한다면 이미지의 전개를 암시하게 되고, 또한 오른쪽에 위치한다면 이미지의 움직임이 화면 밖까지 연장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도로에 가득한 여러 교통표지판 만큼이나 명확하게 상징적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먹이 한지에 스며들어가는 순간, 점의 형상을 놓치기도 하며 또한 계획적으로 집어 내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만들어진 수많은 점들이 형체를 떠나 나의 마음을 대변해 주리라 믿는 것이다. 오선지 안에 그려진 음표의 점들처럼 때론 아주 가깝게 상하좌우로 위치하며 그들만의 개별적 음을 만들어 내게 한다. 이러한 개별적인 불완전한 음은 하나의 악보로서 연주를 통해 새롭게 전체가 되어 그 조화로움을 보여준다. 울림은 내부에서의 작은 미완의 점들에서 나타나 화면에 커다란 화음을 연주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사소한 울림을 커다랗게 읽어가는 것은 비록 서툴게 보이지만 나의 일부를 대변한다고 하겠다.

구인성_횡단보도_종이에 수묵_147×414cm_2005
구인성_대화의 꽃-수다_종이에 수묵_182×150cm_2005

그림자 환영-경계에 대한 모호한 히스테리 ●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늘어나는 다중매체와 물질들은 편리하지만 동시에 여러가지'화(火)'를 일으킨다. 또한 나는 이러한'화'를 참아내고자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되며 이를 여러 시각적 모습으로 분출시킨다. 우리는 꿈의 세계와 현실세계를 어떻게 구분 짓는가? 화면에 비친 사물들의 그림자는 단지 시각적 환영인가? 아니면 현실의 실체인가?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이 거짓이라고 해도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인간은 일상의 경험을 기호, 언어, 이미지 등으로 재현할 수 있다. 우리는 사물들의 세계 혹은 사물들이 재현하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나는 이런 주관적인 경험을 '시각적 화(畵)'로써 불러일으키곤 하는 것이다. 엉뚱하게도 의식만 생생해지는 그러한 순간들, 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지고, 나를 둘러싼 사람과 외부와의 환경이 분리될 것 같은 느낌의 순간들... ● 종로나 명동, 신촌 등 수많은 사람들이 거니는 수다스러운 번잡함, 오후 5~6시쯤 땅거미가 내리고, 비가 와서 축축해져 왁자지껄한 대로변의 정류장... ● 시간이 잠시 멈춰선 듯, 사람과 사람 사이는 갑자기 선명해지는 듯 가깝게 여겨진다. 세상이 갑자기 작게 느껴지고, 오가는 경적소리가 다른 세상의 소리 같이 들리는, 그런 소란 속의 기묘한 균형감들은 이미 멈춰버린 시간의 해제를 반복하려는 경계의 앞에 있다. ■ 구인성

Vol.20050912c | 구인성 한국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