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지역

이문주 회화展   2005_0921 ▶︎ 2005_1011

이문주_재개발 지역_나무에 아크릴채색_61×122cm_(좌) / 64×108cm_(우)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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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921_수요일_06:00pm

작가와의 대화_2005_1005_수요일_05:00pm

후원_한국문화예술진흥원

대안공간 풀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21번지 Tel. 02_735_4805 www.altpool.org

최근 헌법보다 강력하다는 8.31 부동산 종합대책에 대한 언론의 과장된 호들갑과 부동산불패신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모호한 열망을 마주할 때, 한국적 상황에서 도시 공간의 공공성에 대한 비천한 인식을 통감한다. 대안공간 풀의 '2005 새로운 작가'로 선정된 이문주는 도시 공간 재개발이라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첨예한 대립의 장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부서진 집과 버려진 살림살이, 건설 폐기물과 도시 쓰레기로 뒤엉킨 공간의 꼴라쥬를 하나의 캔버스에 병치시켜 우리가 일상적으로 조우할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관람객은, 이문주의 작업을 통해 단순히 사적 재산권의 영역에 제한되어 있는 우리의 주변 공간만이 아니라, 이를 넘어서 우리 주위에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까지 경험하게 된다.

이문주_서울 창전동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0×160cm_2005
이문주_서울 창전동 Ⅲ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0×180cm_2005

작가는 1990년대 말 봉천동 등의 재개발지역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자료 수집과 현지주민과의 소통이 어려웠다고 한다. 2000년 미국 유학 시절, 마이너리티로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소외와 함께, 신자본주의에 의해 철저히 재편되는 디트로이트와 보스톤 지역의 도심 개발에서 목격한 극명한 아이러니는 작가로 하여금 이전 작업을 지속하게 하였다. 작가는 가난한 흑인이나 소수인종이 밀집되어 살아가는 지역에서만 유난히 도심을 가로지르는 높은 도심순환고속도로가 건설되어 그 지역 주민이 기본적인 채광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않는 상황을 만났다. 그러한 상황에서 작가는 IMF체제 이후 막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한국의 도시 개발의 구조와 달리 보다 철저히 자본의 의해 구조화된 미국의 도시 개발에서 도시 공간의 구조에 대한 근본적이고 확실한 차이를 경험했다. 작가는 지역 공동체의 사회, 역사, 정치적 맥락에 대한 조사 후,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재생산과정과 도시 계획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문주_서울 금호동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0×180cm_2005
이문주_서울 금호동 Ⅱ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82cm_2005

작가에 의하면, 대표적 자동차 산업도시인 디트로이트가 포드주의에서 포스트포드주의로 변함에 따라 인종과 교육, 경제적 상황 등에서 큰 변화가 초래된다. 작가는 도심과 부심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변화를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실제 장소를 찍은 사진을 확대 복사하고, 캔버스를 연결해 꼴라쥬하고 그 위에 물감을 덧칠한 거대한 쓰레기 산수화이다. 이것은 특정 장소에 대한 맥락을 지우고 모호한 폐허에 대한 고전적 취미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는 재개발의 양태를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특정 장소로서의 디트로이트, 보스톤, 금호동, 창전동이 아니라,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경도된 재개발 시스템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과 자연을 위한 재개발이 아닌, 자본의 재생산을 위한 것이며, 중산층의 열망을 담은 일률적 건축양식의 삶을 찍어내기 위한 재개발인 것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90년대 봉천동 재개발방식과는 다른 현재 강북 뉴타운 개발의 단면인 금호동과 창전동에 대한 작업을 선보인다. 이 작업은 디트로이트와 보스톤의 재개발 지역에 대한 작업과 형식이 다르다. 전작에서는 큰 캔버스, 값싼 비닐, 사진의 확대와 꼴라쥬, 각목 등을 통해 재개발의 바퀴아래 찌그러져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의 쓰레기들을 스펙타클하게 표현했다. 그러나 최근 작업은 오로지 캔버스와 물감으로 표현함으로써 메시지의 전달에서 회화의 유효성을 실험하고 있다. 여기서 일종의 '거리두기'에 대한 작가의 바램을 읽을 수 있는데, 그것은 스펙타클한 표현적 장치로서 도시 공간의 직접적 환기보다는 더욱 일상적이고 소소하게 표현된 공간에 대한 능동적 인식을 위한 것이다.

이문주_디트로이트 하일랜드 파크_캔버스에 사진 복사물, 아크릴 채색_177×344cm_2004

작가는 특수한 사례였던 디트로이트의 재개발 맥락이 지금 한국의 재개발 매커니즘에도 보편적으로 드러난다고 여기고 그 연결 지점을 찾고 있다. 우리는 공간에 대한 공공성과 사적재산권의 대립이 존재하는, 우리가 일상을 지속해 가고 있는 현재의 공간에 대한 실존적 경험을 전달하려는 작가의 소박하지만 간절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앞으로 현대 사회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낯익은 현실이지만, 그 안에 수많은 의미의 층위가 존재하는 재개발에 관한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자 한다. 그리고 작가는 그러한 맥락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우리가 상대적으로 쉽게 대할 수 있는 회화를 선택했다. 회화가 삶과 공동체에 대한 근본적인 애정과 깊은 인식, 그리고 진정성에서 비롯된다면, 물론 회화는 쉽게 대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 채은영

Vol.20050923b | 이문주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