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세오 작가상 수상작가

최인선 회화, 설치展   2005_1006 ▶︎ 2005_1103 / 일요일 휴관

최인선_음악 손_패널, 쇠에 혼합재료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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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006_목요일_06:00pm

세오갤러리 서울 서초구 서초1동 1666-12번지 꿈을 꾸는 세오빌딩 2층 Tel. 02_522_5618 www.seogallery.com

지각(知覺)의 회화와 발견된 오브제로 중첩된 존재의 세계 ● 최인선의 노출 콘크리트로 된 사각의 작업실 공간 안에는 알루미늄 창틀, 그것을 가리고 있는 얇은 스치로폼, 그 이중막을 통해 들어오는 부드러운 빛, 바닥에 깔린 비닐, 그 위에 떨어져 있는 물감자국, 발자국, 노란 비닐 테이프, 깡통물감, 아연과 알루미늄 책상, 나무틀, 판넬 조각, 녹슨 철사, 화려한 색채의 캔버스 더미, 섬세한 드로잉이 그려진 두터운 질감의 종이뭉치 등이 어울어져 하나의 거대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 최인선은 사물을 수집, 조합하고, 구성하며 그 위에 그리는 요소까지 가미한 종합적 회화를 구사해내는 재능과 테크닉을 함께 갖춘 작가다. 눈에 보이는 사물들을 지적인 사고와 더불어 자유롭게 다루며 매우 세련된 작업을 해 낸다. 그가 주로 다루는 재료인 캔버스는 물론이고 오래된 문 틀, 함석, 합판, 종이 등 주변사물 모두가 그의 작업 배경이 되고, 그 위에 붓으로 색을 칠하거나 드로잉하며, 또 이미 제작해 놓은 작업을 붙이거나 날 것의 사물을 조합해 하나의 완성된 형태를 이루어 간다. 따라서 한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는 이미 물질 그 자체가 완성체이거나 하나의 작은 부분이 완전한 독립적 작품의 형태를 띠고 있다.

최인선_우리는 모자이크다_나무_208X410cm_2005 최인선_우리는 모자이크다_나무_208X870cm_2005
최인선_우리는 모자이크다_패널에 혼합재료_2005

최인선은 물질이 가지고 있는 자연성, 물질과 인간이 만나서 형성되어진 흔적 그리고 작가의도를 통해 존재론적 의미와 예술성의 접목을 보여주고자 한다. 「우리는 모자이크이다, 2005년 作」은 부분이 모여 총체가 되는 대작으로 최인선이 추구하는 작품세계를 그대로 반영한다. 그는 작고 긴 직사각형의 나무판자를 조합하고 그 위에 빠른 제스처와 함께 평평한 붓으로 색을 칠한다. 유성과 수성물감의 복합테크닉에 의해 섞이거나 튕겨 만들어 지는 물감의 응집과 흘러내리는 것들은 회화만의 독특한 성질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물감은 표면과 만나 흩어지고, 흘러내리며, 엉켜 회화의 근원적 요소를 생산해 낸다. 강렬하면서도 아름다운 색깔의 조화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 작업은 확장된 시각으로서는 화려한 색채조합처럼 보이며 부분 부분을 확대해 보아도 아름답고 서정적인 추상화가 그려진다. 서로 다른 색채사이로 흘러내리는 물감의 흔적은 무심함, 긴장, 균형, 불완전함, 이질, 침투라는 다름의 극점을 자유롭게 형성해 가며 무차별적 생생함을 낳는다. 이것은 선험적 경험인 물질자체의 자연성과 우주전체를 의식하며 그 흐름을 찾아가 현 세계를 움직이게 하는 질서와 혼란을 경험하게 한다.

최인선_색채위에 이미지-언어-생각늘이기_혼합재료_30x75cm_2005
최인선_생산되어지는 언어_혼합재료_65x75cm_2005

「우리는 모자이크이다, 2005년 作」은 추상표현주의와 연결된 물성을 능가한 회화성으로 정신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여 '예술을 위한 예술의 시대'의 순수를 연상하게 한다. 그리고 추상의 부분과 그것이 총체적으로 모여 만들어진 전체는 무한히 확장되어가는 가능성으로 거대한 화폭을 생산해 낸다, 최인선은 그 화폭위에 그가 찾아낸 오래된 일상의 사물과 그의 작은 작품들을 덧붙여 앗상블라주처럼 중첩된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감으로써 복잡한 세계의 구조를 감각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그는 특히 오래되어 낡아진 문틀에 매료돼 틈틈이 그것들을 수집해왔고 그 문틀을 이용해 회화의 화면을 구성하면서 회화와 액자, 입체의 범주를 왕래하며 미술사를 탐험하고 있다. 오래된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스며든 문틀은 그 고유의 마티에르와 색 자체의 아름다움이 자연스레 형성되어 있으며 문틀 안을 메우고 있는 화면 역시 긴 시간을 두며 작업한 결과물로 층층이 쌓여 이루어진 깊이 있는 표현의 현상작업이다. ● 화면을 이루는 섬세한 드로잉은 연필로 가늘게 그려짐으로 내면에 깊게 잠수된 생각의 이미지를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꺼내 보인다. 마치 능숙한 어부가 낚시 줄로 신중하고 세심하게 고기를 낚아 올리는 것과 같다. 그리고 화면을 얇게 긁어 그 안에 색으로 부드럽게 상감 처리하여 화석처럼 보이게 하는 그의 데생은 오랫동안 수면에 가라앉은 표류된 것들을 건져낸 것 같은 느낌이다. 데생은 투명한 안료와 색채에 의해 반복적으로 덮이는 과정을 여러 번 겪은 후 마침내 명확성과 흔적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시간의 흐름을 정착시킨 결과물이 된다. 어렴풋이 드러나는 데생의 섬세함은 피부 안에 감쳐진 실핏줄처럼 약간의 진동과 떨림을 내보이며 생명력의 미묘한 리듬을 가볍게 감싸듯 덮어 주고 있다. ● 이것은 생생한 오브제를 그대로 화면에 붙여놓은 「움직이는 구조, 2005년 作」의 벌집 오브제와 일맥상통한다. 마른 벌집 역시 신경섬유의 통로처럼 구멍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예전에 생명체가 아늑하게 자리 잡고 생활했음을 알 수 있다. 벌집은 물질 자체로서 머릿속에 인지된 존재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그의 데생은 이미지로서 생명력을 바로 느끼게 한다. 물질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저절로 변화함으로써 얻어지는 자연스러운 형태는 태초의 낙원을 연상시키며 원초적 안락감을 느끼게 한다. 작가가 그리며 매만져 만들어낸 질료는 중화된 물성이다. 최인선은 이 두 가지를 조합해서 작업을 해 나간다. 궁극적으로 그가 표현해 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역사와 무한한 선사의 경계인 것이다.

최인선_지각의 창을 열다_패널에 혼합재료_180x90cm_2005
최인선_지각의 창을 열다_혼합재료_가변크기_2004~2005

「움직이는 구조, 2005년 作」을 통해 최인선은 다양하고 복잡한 테크닉과 아주 다른 이미지들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중세의 연금술사와 비교된다. 그는 개별화된 사물들을 병치하고 나열하여 다양한 구도로 등장시키며, 포개어 놓기도 하고 서로 교차시키면서 상이한 느낌을 만들어 낸다. 오래된 책, 마른벌집, 쇠막대기, 함석 틀을 가진 회화, 반투명의 표면 안에 갇힌 그림 등 작품을 이루고 있는 다양한 오브제들은 흰색의 표면 상부에 매달려 있다. 이 각각의 요소들은 총체적으로 회화의 공간을 구성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개별화 되어 각자의 세계를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 이미지 안에서 병치되거나 분절되어 보이는 오브제들은 사이(틈새)를 만들어내고 서로 다른 차이로 인해 시각적 충격과 혼란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우측 한쪽에는 추가 붙어 있는 두 줄의 녹슨 철사가 자연스럽게 화면의 후반부까지 길게 늘어져 내려와 전체를 연결시키며 화면에 생명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 결국 최인선은 하나의 총체적 세계를 그려내려고 한다. 그가 차용하는 오브제와 그려낸 드로잉들 각각은 화면위로 올라옴으로써 개체의 성격에서 해방되었고, 다시 함께 구성되고 조합되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지만 아직 발견되지 못했거나 밝혀지지 않은 낯선 다른 세계를 보여 준다. 이 낯선 세계는 이미 우리 기억의 장에 있었거나 내면의 생각 속에 잠재되어 있는 것일 수 있으며 꿈에서 경험했던 것과 현실에서도 언뜻 지나쳤을 혹은 무관심하게 스쳐지나간 것일 수도 있다. 이것은 존재된 모든 형태들의 물질성과 존재성의 이미지들이며, 우리가 딛고 있는 땅에서도 볼 수 있는 하나의 지질학에서 단층을 형성시키는 커다란 우발적 사건과도 상통한다. 즉 자연의 형태인 프랙털(fractal)구조이며 나비효과이기도 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은 맞물려 돌아가며 지속적인 지구의 역사를 기록하고 지층을 형성한다. ● 그러나 이 복잡한 구조는 작가의 지적 감수성에 의해 계속적으로 제거되며 배제되고 지워진다. 최인선의 숙련된 솜씨는 필연을 만들어내며 생생한 날것의 오브제는 우연이라는 인과법칙을 만들어낸다. 그가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사물과 그림들은 회화의 공간 안에서, 화면을 뛰어넘어 공간조차도 운용하는 놀이를 기술한 것이다. 그리고 전혀 다른 질서에 속하는 영적, 종교적, 사회적, 문화적 사건과 물질성사이의 관계들을 화가의 눈으로 발견하고 그려내며 조합해 세계 존재의 비밀을 풀어내고 있다. ■ 김미진

Vol.20050930b | 최인선 회화, 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