象, 想-사진에 대한 새로운 조망

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展   2005_1005 ▶︎ 2005_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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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005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_송호진_신익기_이경홍_이지영_장용근_정구은_정홍기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당동 187번지 Tel. 053_606_6136

사진, 절반의 시작과 절반의 성공 ● 미술의 역사가 시각 이미지의 역사로 대체될 수 있는 이때, 사진은 예술의 중심에서 동 시대를 반영하는 중요한 흐름 속에 있다. 사진의 발명 이후 회화가 사실적 재현의 숙제를 사진에 넘겨주고 새로운 시각세계를 개척해 온 것처럼, 이미 넘쳐나는 이미지로 일상을 뒤덮은 지금, 사진은 대상의 사실적 재현만이 아니라 대상 속에 감추어진 또 다른 상(象)을 드러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 과제의 해결은 사진을 찍는 혹은 만드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직관과 태도에서 찾을 수도 있겠고, 더 나아가서는 사진의 형식과 전통적 과정의 벽을 넘어 작가의 창조적 인식과 개입을 통한 복제, 차용, 제작, 연출 등 사진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사진은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서 있으며 이제 그것은 새로운 전망과 흐름을 만들고 있다. ● 사진작가는 1차적으로 대상에서 얻은 영감을 포착하거나 자신의 머리 속에 담긴 이미지를 찾아 대상을 통해 그것을 드러내고자 한다. 그래서 상(象)과 상(想)은 호흡의 들숨과 날숨처럼 작품 속에서 함께 살아 숨쉬어야 한다. 사진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사실의 기록, 재현은 이제 예술의 흐름 안에서 작가의 새로운 언어로서 작가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렌즈의 눈이 아닌 작가의 시선은 작품으로 통하는 창이며 작가가 보고자한 세계의 전달은 그것을 작품으로 남게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사진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매체의 발달은 오로지 작가의 눈을 통한 이미지의 전달 뿐 아니라 훨씬 적극적인 방법을 통한 이미지의 표현까지도 가능하게 한다. 디지털 기술을 통한 이미지의 창조, 복제 혹은 직접 연출한 화면, 이러한 변환하고 조작하고 차용하는 모든 행위들은 전통적인 사진의 입장에서 기록된 대상의 사실성을 저버리는 심각한 행위이다. 하지만 작품 안에서 풀어낸 모든 대상들은 작가의 상상 속에 간직했던 이미지이며 대상의 사실성도 그에게 하나의 도구일 수 있다. ● 예술이라는 이름 하에 창조적 가능성은 끝이 없는 지금 사진은 변화의 흐름 속에 새로운 위기이거나 새로운 기회의 시간을 맞고 있는 지도 모른다. 단지 시대의 트랜드와 기호에 부합하여, 매끈하고 세련된 이미지 속에서 달콤한 기회를 맞보기 보다는 사진를 통해서 만들어 갈 수 있는 세계의 깊이와 확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진은 이미 무한한 경쟁 속에 들어서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표현 메체의 확장으로 회화와 사진의 경계도 모호해져 있는 지금 우리의 현재 좌표는 이런 기술적인 수많은 가능성과 이미지의 홍수 속에 작가로서, 작품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새로운 상상만이 넘쳐나는 이미지 가운데서 그 빛을 발하고, 새로운 발견과 창조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송호진_At eighteen_컬러인화_82×58cm_2005

송호진은 남성과 여성, 여성 같은 남성, 남성 같은 여성, 여성 혹은 남성이 드러내는 이중적 혹은 다중적 성격들을 주로 탐구한다. 18세 시리즈는 소녀와 여성의 중간에 서 있는 18의 여자를 사회적 규정과 규제의 상징인 제복의 여고생 안에 여인으로, 한편으로 발랄하고 성적인 매력을 지닌 여인 가운데 여고생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잠재적인 다중성 가운데 최근 관심을 가지는 누드는 보통의 매끈하고 부드러운 여체(女體)라기 보다는 기예적인 포즈로 부드러운 선 가운데 팽팽한 긴장감과 힘을 보여준다.

신익기_Untitled_디지털 프린트_100×150cm_2003

평범한 풍경 속에 낯설은 것들의 등장, 신익기의 풍경은 초현실적인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디지털 작업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고 삽입하여 완성되는 장면은 사실의 재현이 아닌 이미지의 조합으로 생경한 세계로 안내한다. 때로 풍자적이고 기괴한 장면의 등장은 디지털 기술로 가능한 새로운 창작의 영역을 생각하게 만든다. 다양한 탐색과 가벼운 표현은 디지털이 가지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백두산 위의 대형 할인마트의 광고판은 어디든 진출 가능한 소비자본의 끝없는 영역을 생각하게 하면서 한편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이경홍_무제의 찰나_컬러인화_100×120cm_2005

이경홍의 작품은 시를 꿈꾼다. 시적인 상상과 시의 은유와 상징의 체계를 통해 대상에 접근하고 작품을 제작한다. 자연이 그에게 보여주었던 세계 가운데 작가는 한 순간의 찰나를 포착한다. '찰나'는 사진이 본질적인 요소로 변화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 다시 반복되지 않는 그야말로 순간이며 이 순간은 작가의 눈과 손에 의해 붙잡혀 그 영원한 빛을 발하게 된다. 여기서 빛은 사진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이며 물리적으로 사물을 볼 수 있게 만드는 조건이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중요한 표현의 대상이며 많은 영감을 준다. 그가 본, 우리에게 보여주는 대양의 풍경은 빛 뿐 만이 아니라 그 빛을 들러싸고 그것을 발하게 하는 깊은 그림자와 어둠이다.

이지영_Image and sound installation_디지털 프린트, 음향 설치_180×127cm_2005

이지영의 작품은 소리와 사진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특성이 있지만, 그 작품의 전체를 관통하는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중요한 의미를 차지한다. 일상 가운데 흔히 지나치는 모든 꽃과 풀 사물들은 불현듯 아주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으로 작가의 시선과 기억이 만나면서 순간 어둠 속에서 번쩍 빛이 터진다. 이렇게 주위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속에 등장한 사물들은 관람자의 기억과 연상을 자극하게 된다. 여기에 더하여 소리는 상상을 더욱 자극 시키는 재료로 소리가 만드는 상상의 이미지는 골목을 돌아드는 작은 발자국 소리에도 귀를 쫑긋 세우고 자신의 기억 속에 어떤 장면을 찾게 만든다.

장용근_Untitled_디지털 프린트_125×170cm_2005

장용근의 작품에는 복잡할 만큼 많은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거기에는 너무나 당연하고 보편적인 단 하나의 이미지를 머리 속에 그리게 한다. 익숙한 도시의 풍경들 가운데 그는 후미진 곳 아무도 관심두지 않는 것들 가운데서 도시의 빛과 그림자를 채집한다. 한편 집요하고 지루하리만치 반복적으로 제시된 장면은 사실을 기록하기 위한 작업의 연속이었지만 이 사실은 한편 사실을 의심하게 만든다. 「수많은 '나'들」 시리즈는 제도, 조사, 확인 등의 목적으로 자신을 보여주는 증명사진을 수백장씩 겹쳐 찍어 '나'가 없는 군인, 여고생, 김씨문중 등 하나의 전형 보여준다. 모든 얼굴들의 개성을 없앤 인물은 체제의 성원으로 간주되는 '나'를 드러낸다.

정구은_플라스틱봉지 날자_디지털 프린트_2000

공중을 나는 비닐봉지와 위험스럽기까지 한 몸놀림으로 엽기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작가 정구은의 몸짓은 지극히 과장되어 있다. 그는 가변적인 형태와 가벼운 재료로 만들어져 물건의 운송수단으로 각광받는 비닐봉지를 현대사회의 표상으로 등장시켜 소비사회의 광범위한 지배와 영향 그리고 가벼움과 천박함을 희화시킨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과 사물들은 풍자와 은유를 통해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꺼리들을 제공한다. 또 지시적이고 단편적인 언어의 한계에 풍부하고 은유적인 해석을 담아 표현된 장면들은 복합적인 연출 장치를 통해 많은 상징들을 내포한다.

정홍기_감동꽃화원_디지털 프린트_150×375cm_2005

정홍기에게 세계는 이미 이미지 과잉의 상태이다. 이미지는 여러 가지 경로와 구조를 통해 보여지고, 같은 이미지일 지라도 그것이 제시된 구조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그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많은 것들 가운데 찾아내는 것, 그가 만든 새로운 용기 속에 담아내는 것을 그의 과제로 여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큐멘터리 사진에 전념하며 현실을 담아내고자 했던 그에게 기록은 이제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고, 현실을 담아내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사진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감동 꽃 화원'에의 '감동'은 헛된 구호로, 사진 속에 허상으로, 다시 그의 손에 의해 구겨진다. ■ 박민영

Vol.20051005b | 象, 想-사진에 대한 새로운 조망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