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사진 만들기 II

정현자 사진展   2005_1012 ▶︎ 2005_1018

정현자_나비Ⅰ_흑백인화_10×10inch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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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자 블로그_blog.naver.com/appletrees7

초대일시_2005_1012_수요일_06:00pm

김진혜 갤러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 149번지 2,3층 Tel. 02_725_6751

소통, 혹은 시간의 얼굴 ● 내가 아는 정현자는 조용한 사람이다. 표정도 조용하고 목소리도 조용하다. 그리고 그녀의 사진도 조용하다. 3년 전 봄, 나는 인사동에서 정현자의 사진을 처음 보았다. 아이들과 함께 사진 만들기. 전시회 주제가 독특했다. 「모델놀이」,「삐에로놀이」,「상자놀이」,「정전기놀이」…. 그녀는 집안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녀의 두 딸과 그 두 딸의 친구들이 놀이에 빠진 어떤 순간을, 담담하고 조용하게, 그러나 때로는 감각적으로 포착해내고 있었다. "어느 때 나는 셔터를 누르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노는 모습을 기록하기만 한다. 아이들은 사진 찍기를 하나의 의식으로 치르는 어른들과 달리 놀이로 받아들인다." 의식과 놀이의 차이. 경험에서 얻었음이 틀림없는 이 예리한 발견은 정현자를 다시 한 번 아이들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그러므로 넓게 보면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아이들과 함께 사진 만들기』의 연작이다.

정현자_호랑이가면Ⅰ_흑백인화_10×10inch_2004
정현자_푸들Ⅲ_흑백인화_10×10inch_2004

왜 아이들일까? 3년 전, 그녀의 사진을 처음 본 뒤로 나는 종종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작가는 2002년 전시회 서문에서 이미 나의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기억력이 좋지 않는 나로서는 아이들에 대한 기억을 대부분 사진에 의존한다. 사진에 담긴 모습을 통해서 아이들의 모습을 다시 기억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진을 더 많이 찍어 둘수록 더 풍성한 이미지 저장고를 갖게 되는 셈이다. 그것이 내가 아이들을 사진 찍는 한 가지 이유이며, 덧없이 날아가 버리는 순간들에 대하여 글 표현에 둔한 내가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작가의 고백대로 그녀는 '풍성한 이미지 저장고'를 갖기 위해 아이들을 찍는다. 그러나 이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다만 그 대상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사진작가라면 누구든 풍성한 이미지를 꿈꾼다. 그래서 누구는 풍경을 담고, 또 어떤 작가는 사물을 찍는다. 그러므로 정현자는 나의 질문에 아직 대답해주지 않았다. 아니다. 그녀는 이미 그녀의 언어로 거듭 응답해주었다. 그녀는 이미 말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물음을 던진다. 왜 아이들일까? 풍경이 아니라, 사물이 아니라 왜 사람일까? 왜 아이들일까?

정현자_뒷모습_흑백인화_10×10inch_2004
정현자_수박가면Ⅰ_한지에 인화_14x14inch_2004

나는 정현자의 작품에서 그녀의 꿈을 읽는다. 그녀의 꿈은, 소통이다. 내가 보기에 그녀가 꿈꾸는 소통은 그러나 어른 세계에는, 작가의 표현을 빌어 말하면 '의식'을 치르는 어른들의 세계엔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녀가 꿈꾸는 소통이란 불화와 갈등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는, 서로에게 참견하거나 개입하지도 않는, 영혼까지도 소통할 수 있는 완벽한 교감이다. 다시 그녀의 표현으로 이야기 하면 '의식'이 아니라 '놀이'의 세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의식'으로부터 해방된, 소통하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소통이다. "대상(등장 인물)과 내가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짧은 순간이라도 서로 교류된다는 느낌…." 이미 작가가 어렴풋이 고백했듯이 그녀가 찍은 것은 사진이 아니다. 카메라로 쓴 소통과 교감의 기록이다. 마치 동화 같은 '행복한 시간의 기록'이다.

정현자_귀신놀이Ⅰ_흑백인화_10×10inch_2003
정현자_귀신놀이Ⅴ_흑백인화_10×10inch_2003

새로이 세상에 내놓은 작업은 예전의 작품보다 내용이 한결 더 깊어졌다. 표정은 더욱 풍부해졌고, 스토리는 더욱 극적으로 발전하였다. 이 점은 작품의 제목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호랑이 가면」,「귀신놀이」에서 보이듯이 2002년의 모델, 삐에로, 정전기보다 조금 더 극적이고, 의미가 풍부한 단어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것은 아이들의 영혼의 성장을 암시하기도 한다. 작품의 깊이는 교감의 깊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녀의 작업은 작가가 대상과 소통해온 시간의 깊이가 녹록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동시에 커뮤니케이션의 질적 발전이 만만치 않음을 웅변해주고 있다. 정현자는 시간을 기록한다. 그녀에게 공간은 종속 변수이다. 왜냐하면 그녀에게는 시간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정현자는 '소통의 순간'을 기록한다. ● 한번 더 말해보자. 정현자는 사진을 만들지 않는다. 그녀는 단지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으로, 그녀가 꿈꾸는 소통의 절대 미학을, 사진이라는 형식 안에 담아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정현자의 사진의 힘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 유명종

Vol.20051012b | 정현자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