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신의 새로운 종합

김연신 회화展   2005_1012 ▶︎ 2005_1018

김연신_연_캔버스에 수채_97×162.2cm_2005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모로갤러리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5_1012_수요일_06:00pm

모로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8-16 남도빌딩 1층 Tel. 02_739_1666 www.morogallery.com

침묵 ● 눈부신 한여름 오후의 햇살로부터 살 오름을 시작하는 김연신의 회화는 수북한 시간의 정교한 작업을 요구한다. 물을 매개로 종이 위에 혹은 그 속에 침묵의 상태로 드러나는 연(蓮) 그림은 말하기의 그만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이상이거나 스스로 옳을 수 있는 어떤 사태의 초과를 보여준다. 자신이 나왔던 세계와 돌아갈 또 다른 세계 사이에서 여기에 말이 있고 저기에 침묵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말해지는 말과 말해지지 않는 말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 김연신과 그녀의 회화가 보이는 침묵은 다시 시원의 앞에 서는 하나의 방법론으로 하늘을 여는 아침과 밤의 하강, 그리고 틈새로 스미는 달빛 속에서 스스로 부상하는 현현이라 할 수 있다.

김연신_연_캔버스에 수채_97×162.2cm_2005
김연신_연_캔버스에 수채_97×162.2cm_2005

● 연의 뿌리는 진흙탕에, 줄기는 혼탁한 물에, 꽃은 물 위에서 피지만 그 더러움을 자신의 꽃이나 잎에 묻히지는 않는다. 이는 마치 불제자들이 속세를 살아가면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아름다운 삶의 꽃을 피우는 것, 또 보살이 자신의 안락을 위하여 열반의 경지에 머물지 않고 중생 구제를 위해 온갖 죄업으로 가득한 생사의 세계로 나아감과 다르지 않다. 물론 김연신의 회화가 이런 종교적 사유의 결과나 비유로서 제작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감흥을 받게 됨은 선방의 수행처럼 진행되는 치열한 작업의 결과 때문일 것이다.

김연신_연_캔버스에 수채_80.3×80.3cm_2005

여백과 극사실 ● 김연신이 근자에 그려내는 연 그림은 사용 재료의 특성을 활용하여 부분적으로나마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던 이전의 그것과는 다르게 광량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자신의 의지에 의해 대상을 변형하거나 왜곡시키던 방식에서 벗어나 주어진 자연적 조건을 보다 극대화시켜 사건화하는 방식으로의 변화인 것이다. 새로운 탐색은 화면 구성에서도 나타나는데 대상을 어느 한 곳으로 몰아 배치하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비워놓아 여백의 미와 사색의 공간을 만든다. 이는 소실점이 원경에 위치하여 관람자의 시선이 먼 곳의 한 점으로 응축되는 서양의 원근법을 버리고, 근경에 자리한 소실점으로 인해 화면 전체가 관람자의 시선 속으로 흡수되어 마치 자신이 그림 속의 어디쯤에 자리한 느낌을 들게 하는 전통회화의 방식을 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연신_연_캔버스에 수채_80.3×116.7cm_2005

새로운 종합 ● 김연신의 회화는 여백의 확장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공간감과 사물에 대한 섬세한 애정을 통해 전통의 방법론을 수용하면서도 당대의 미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의 결과로 이해된다. 전통회화에서 보이던 여백의 미를 되살리고 서구 극사실주의의 냉정한 대상 재현을 수용하는 작가의 새로운 종합이 기대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 박황재형

Vol.20051012d | 김연신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