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Meditation

박소윤 영상展   2005_1006 ▶︎ 2005_1023

박소윤_egyptian safran_디지털 비디오_00:05:00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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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005_수요일_06:00pm

브레인 팩토리 서울 종로구 통의동 1-6번지 Tel. 02_725_9520 www.brainfactory.org

박소윤의 작업은 비디오와 단편영화의 경계선 상에 있다. 그는 영화적 내러티브를 최대한 삭제한 비디오 작업의 영역 속에서 영화적 효과를 추구한다. 이로 인해 그의 작업에서는 일정한 이야기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복잡하고 서사적인 영화적 장치를 떠나 장면 장면의 시각적 효과에 보다 집중하는 특성이 나타나고 있다. 단순하고 짤막한 구조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박소윤은 함축적인 상징 체계를 사용하여 이야기를 응축시킨다. 여기에서 상징체계의 과도한 사용이 자칫 유발하기 쉬운 작품의 '해독'에 대한 부담감을 와해시키는 장치는 바로 음악의 사용이다. 음악은 그의 작업에서 관람자의 정서적 반응을 환기시키는 매우 핵심적인 장치이다. 그는 영화적 매체가 가지고 있는 시간적인 효과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식으로 마치 뮤직 비디오와도 같이 음악의 흐름이 시퀀스의 전개나 내용의 기승전결과 일치하는 호흡을 갖도록 만들고 있다. 음악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펼쳐지는 장면들은 마치 뮤직 비디오처럼 관람자의 정서적 움직임의 강약을 이끌어가면서 작가 자신이 체험했던 특정한 이미지에 대한 감정적 흔들림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박소윤_egyptian safran_디지털 비디오_00:05:00_2005

박소윤의 작업은 주로 여행을 하거나 거리를 걸으면서, 혹은 공연을 보면서 찍은 현재진행형의 다큐멘터리 장면들과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계획적으로 연출한 연극적 장면들이 함께 섞여서 이루어진다. 실제의 장면들은 그가 직접 선곡한 음악들과 어우러져 그 자신이 흘러다니고 떠돌면서 바라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시선을 통해 관람자의 감정을 작가의 체험 속으로 이입시킨다. 이러한 박소윤의 작업에 극적인 속성을 부가시키는 것은 바로 다큐멘터리 장면들 중간 중간에 삽입되는 연극적인 요소들이다. 이러한 영상에는 마치 연극에서와 같이 특정한 배역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며, 이러한 인물들은 작가에 의해서 미리 기획된 서사적이며 상징적인 무대적 장치 속에서 사건의 기승전결을 구성한다. 박소윤은 이처럼 실제의 장면과 연출된 장면들을 함께 활용하여 시간과 공간, 현실과 연극이라는 이원적인 구조를 설정하고 있다. 그것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시간성과 서사성, 현재성과 판타지, 구조와 흐름이라는 양가적 요소를 하나의 작품 속에 응축시키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 박소윤의 작업 속에서 이와 같은 이원적 구조는 마치 회화 속에서의 배경과 형상처럼 경계가 나누어지면서도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하나의 호흡을 전달하고 있다.

박소윤_media meditation_디지털 비디오_00:05:00_2005

박소윤이 설정하고 있는 이원적 장치는 결국 그 자신이 속해있는 이편의 세계와 그가 끊임없이 의식하고 있는 저편의 세계를 동시에 표현하기 위한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업에서 중심을 이루고 있는 사랑, 죽음, 신과 같은 본질적이고 실존적인 주제들은 형이상학적인 상징체계로서 연출된 극화된 무대로서 표현되면서, 그가 체험하고 있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결코 손에 잡히지 않는 지향점으로서 나타난다. 박소윤의 작업은 이러한 끝없는 지향의 과정에서 오는 결핍감과 근원적인 절망을 드러내고 있다. 「거짓 사랑에 관한 스트레스」,「죽음에 관한 스트레스」,「근거없는 절망으로 허무를 과장하다」와도 같은 지난 작품 제목들은 그가 서있는 지점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실존적으로 경험하는 삶을 통해서 형이상학적 관념과 화해하려는 그의 움직임은 치열한 만큼 어떠한 식의 비극적 정서를 담고있다. 스스로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이러한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서 그가 택하는 음악은 대부분 'Tricky'나 'Massive attack'의 음악과 같이 일정하게 비트가 반복되는 우울하고 감각적인 음조를 띠는 것이다. 박소윤 자신은 이러한 정서적 지점에 대해 "원하는 것을 찾고 싶은데 벗어나지 못하고 그 속에 빠져있는 나약한 상태"라고 표현한다.

박소윤_vietnamian mint_디지털 비디오_00:05:00_2005

분명 박소윤이 전달하고 있는 정서는 이러한 상태의 반복에서 오는 비극적인 허무와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에 대한 자조와 연민의 감정이다. 그러나 그의 작업에서 이러한 허무가 단지 자기도취적이고 감각적인 마취제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넘어서는 형이상학적인 공간을 지향하고 있는 그의 태도에 있다. 아직은 관념 속에 남아있는 '저편'의 공간이 현재적 시간 속에서 우리들 자신의 몸으로 경험하는 풍경이나 음악만큼 감각적인 실체로 작용할 수 있는 지점. 바로 지점이 박소윤의 작업에서 우리가 기대하게 되는 지점이다. 그의 최근 작업들에서 '저편'을 보여주는 관념적 틀과 '이편'을 보여주는 현재의 시간은 좀더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하나의 덩어리로 화해되고 있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 보여지는「Media Meditation」과 같은 작업에서는 화면 좌우에 음악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파동들이 보여지고, 중심 채널에는 감정의 변화를 겪고 있는 인물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좌우의 파동들은 인물들이 경험하는 감정의 움직임, 에너지의 기승전결에 따라서 마치 심장박동이나 꽃이 피어나는 것과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느껴지는 것은 작가가 바라보는 인간이 지금 현재 살아있는 존재라는 점이다. 박소윤의 작업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존재는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완전한 소통을 지향하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고 있기에 불완전하고 결핍되어 있지만, 살아있기에 그 자체로 아름답다. ■ 이은주

Vol.20051013a | 박소윤 영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