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을 바라보다

권창남 조각展   2005_1012 ▶︎ 2005_1018

권창남_수련을 바라보다 1_오석_400×400×13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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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012_수요일_06:00pm

갤러리 아트사이드 서울 종로구 관훈동 170번지 Tel. 02_725_1020 www.artside.net

나의 작업은 오석을 재료로 삼는다. 세월의 지층 속에 묻혀 퇴적된 진흙은 무한한 압력과 결정과정을 거쳐 묵향 가득한 흑색으로 형성되고 단단한 오석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오석의 가공은 실제로 많은 시간과 정성을 요구한다. 퇴적암이면서도 화강암에 비해 입자가 곱고 단단하며 대리석에 비해서는 결이 없이 깨내는 방향에 따라 쪼개지기 때문이다. 오석의 빛깔을 청묵에 가까운 흑색으로 연마하기 위해서는 정 자국을 다듬고 연마하는 수작업의 마무리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다른 석재에 비해 높은 완성도를 요구하는 이유가 된다. 천년의 향기를 머금고 내재한 오석안의 형상을 건져 올리기 위해 나는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였다. 원생동물의 생명력을 연상하게 만드는 물결치는 형태들은 원형과 타원형, 그리고 수직과 수평으로 자유롭게 연장되고 공간의 집중과 힘의 배분을 위해 처리된 구멍들은 작품의 정면과 배면을 서로 연결시켜 주며 형상이 호흡하는 공간의 긴장과 탄력을 조장한다.

권창남_수련을 바라보다 2_대리석_82×30×20cm
권창남_수련을 바라보다 3_오석_60×14×45cm
권창남_수련을 바라보다 7_오석_160×42×22cm

내가 설정한 이런 장치들은 몇 가지 특이한 변형을 이루고 있는데 첫째, 양괴의 덜어냄을 통해 공간이 함몰된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며 둘째, 대부분의 작품들이 꽃과 줄기, 두상과 목의 관계처럼 전체의 구조에서 이미지와 받침사이를 하나 또는 두 개의 중간구조로 연결하여 주된 이미지가 갖고 있는 탄력적인 동선을 흡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각각의 작품들은 거친 정 자국에서 부드러운 묵향의 광택까지 일정한 단계를 보이며 마감되 있어 힘의 배분과 속도감을, 그리고 입체가 지닌 단단함의 시각적 변화까지를 고려해보았다. 한편, 수련의 잎과 같은 형태는 몇 개의 작품에서 속을 비운 채 테두리만 남은 구조로 제시되기도 하는데 각각의 형태가 최대치로 담고 있는 공간들은 시각적 리듬이 물리적 실재와 소통하는 프레임의 결과물로 남는다. 작업이 한편으로 추상적인 외연을 지니면서도 원생생물적인 이미지나 연잎의 느낌을 자아내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돌의 표면에서 시작한 파장이 연장되어 공간의 확산과 진동을 일으키기 때문인 듯싶다. 이러한 진동의 결과는 작품의 외곽을 공간에 적극적으로 투영하는 효과를 자아내며 오석의 입방체가 지닌 한계를 넘어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형상의 폭과 깊이가 다양한 크기와 방향을 보이며 전체적으로 설치된 경우 일종의 공간적 변주곡으로 작용하게 된다. 수련의 형태가 겹쳐진 작품의 경우, 디테일로 추가된 물방울의 사실적인 묘사는 또 다른 작업방향을 보여준다. 추상과 구상의 경계에서 조형적인 완결과 반복, 그리고 부분적으로 마감된 표면의 질감들이 표현하고 있는 노작의 흔적과 유머러스하기 까지 한 사실적 대상의 첨가가 가져오는 일종의 여유는 내가 형태와 구조를 결합시키기 위해 고민한 대목이기도 하다.

권창남_수련을 바라보다 9_오석_90×60×20cm
권창남_수련을 바라보다 13_오석_110×27×15cm
권창남_수련을 바라보다 16_대리석_110×15×18cm

오석을 통한 나의 조형적 전개과정이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내가 천착하는 공간과 양괴의 저울질은 일정한 프레임과 그 프레임을 진동시키는 빛(혹은 어두운 묵색)의 다양한 단계로 표현된다. 아마도, 나의 관심이 수련을 통한 천년의 향기를 머금고 다가오는 세월과 그 각인의 도출에 있다면 내가 추구하는 기술적인 완성도는 장인적인 전통적 방법론을 택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이러한 생명력의 파장은 돌의 표면과 구조에서 단순하고 단조로운 리듬을 역동적이고 다양한 화성으로 변환하고 있으며 나의 향후 작업이 지니게 될 방향에 관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궁금하게 여기도록 만드는 이유가 될 것이다. ■ 권창남

Vol.20051017b | 권창남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