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적 색면추상 회화

백미옥 회화展   2005_1004 ▶︎ 2005_1121

백미옥_전시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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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004_화요일_06:30pm

키미아트 서울 종로구 평창동 479-2번지 Tel. 02_394_6411 www.kimiart.net

실존적 색면추상 회화-백미옥展 ● 백미옥은 회화를 구성하는 색과 캔버스, 행위라는 본질적이며 기본적인 요소를 탐구하며 삶과 예술을 일치시키며 작업하는 실존적화가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색채에 매료되어 색 자체를 그림으로 그려내고자 노력하였다. 그것은 안료라는 물질을 철저히 옮겨내고자 하는 행위였으며 표현된 대상은 비 물질이 되고 형이상학적이 되어 추상의 형태로 그려졌다. ● I. 색의 바다 ○ 이번 전시회의 다크블루로 칠해진 천 작업은 백미옥의 작업경향과 삶의 방식을 대표적으로 말해 준다. 파란 피그망 덩어리를 풀어놓은 바다처럼 보이는 작업은 전시공간에 색 띠처럼 설치되어 흰색 공간자체를 신비스럽고 순수하게 만든다. 캔버스의 가장자리는 올들이 풀어져 설치된 벽 공간과의 경계를 애매하게 교란시킨다. 캔버스 중앙에는 가장자리에서 풀려 나온 것 같은 실 뭉치가 붙어 있으며 파란 색들의 덩어리를 형성하여 색 자체의 질료적 성격을 더욱 강조한다. 이 작업은 보기에는 단순한 단색의 색면 추상화처럼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동으로 이루어진 섬세한 마티에르가 존재한다. 백미옥은 원하는 색채를 얻어내고자 캔버스천의 씨실과 날실의 틈을 수없이 반복하여 메우고 가장자리의 올을 하나하나 풀어내었다. 두려움, 절망, 욕심, 열정, 미움, 사랑 등 삶의 폭풍우 같은 부분을 노동으로 잠재우며 반복적 행위를 통해 절제와 이성 안에서 자신을 지켜나간다. 파란색 물감은 그의 수많은 반복행위를 통해 검푸른 색이 되고 물질과 정신, 현실과 이상, 대지와 우주에 대한 끝없는 탐구의 이미지를 담아내고 있다. 이 작업에서는 마치 추상표현주의 화가들이 이상을 향해 치달으며 그들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는 것 같은 무겁고 암울한 슬픔이 느껴진다. 그것은 끝이 없으며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는 존재자체의 질문이며 답을 얻기 위해 자기를 끊임없이 연마하며 희생하는 수도승의 고통과도 같은 것이다. 전시 공간 전체를 연결하는 바다처럼 길게 연결된 천 작업들은 단 시간이 아닌 장기적이며 오랜 기간 노동의 결과로 인내하는 고독한 작업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백미옥은 자연스럽게 세상을 관조하며 소통하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뭉쳐진 실타래는 표면의 마티에르가 되어 색에 묻혀 파도가 되고, 빅뱅직전의 에너지 혹은 탄생을 기다리는 잉태된 생명체로 보인다. 풀려나온 가장자리 올들은 소통을 위해 열려있는 숨구멍들이다.

백미옥_life series III_2004

II. 점, 터치 ● 화가는 경험과 연륜에 의해 편안하게 세상과 우주의 이치를 받아들인다. 가장자리의 올들은 붓 터치로 변화되어 세상과 소통을 시작한다. 물질과 정신, 인간과 자연, 절제와 이성, 전통과 혼성 등 어느 것 하나 치우쳐서는 안 되는 조화의 이치를 깨달으며 얻게 되는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사고는 붓 터치와 다양한 색채로 표현된다. 인간의 한계를 깨닫고 우주에, 신 앞에 더욱 미미한 존재임을 인식하며 조금씩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주변과 현실에서 작은 실천의 삶이 더 높은 곳을 향해 나가는 과정임을 받아들인다. 화가는 주변을 둘러보며 호흡을 같이한다. 내면의, 정신적 세계를 통과한 안정이다. 붓 터치를 통하여 만들어진 점의 세계는 회화의 숨결이다. 결국 그가 그려낸 단색의 점들로 이루어진 표면은 경험, 상상력, 기억 현실과 과거의 기능이 모두 합쳐져 함께 존재함으로 살아있는 진동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백미옥의 터치는 점점 자유롭고 자연스러워 진다. 화가의 행위는 붓과 함께 춤을 춘다. 하나의 색채는 물질과 비물질 간의 끝없는 탐구가 아니라 세상을 온몸에 받아들이는 즐거운 춤사위가 된 것이다. 인간의 문명과 역사뿐 만 아니라 삶의 전부는 선험적인 육체의 뿌리가 되어 무의식적으로 내재되어있다. 백미옥은 붓 터치의 행위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초자연적으로 연결시킨다. 작품에 몰두할 때 표현되는 현란한 몸짓 속에 숨겨진 야성과 원시성의 생생함이 표현된다. 여기에서 인간의 역사와 경험의 메타포가 분출된다.

백미옥_2005 in 울림_혼합재료,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30×80cm_2005

III. 모노톤 ● 백미옥은 이성적 행위로 마무리 지으며 내면의 열정을 숨기는 작업을 한다. 하나의 색채로 정리하듯 점으로 터치하고 그 사이로 황홀한 내면의 색채의 선을 살짝 내보인다. 단순히 보이는 그 색채 속에는 풍부하면서도 드러내지 않는 겸손의 체험적 미학이 존재한다. 그의 모노톤 작품은 은거와 확산, 소박함과 화려함, 발산과 절제의 조화로 표현된 것이다. 그가 만들어낸 단색회화는 무한함이 아니라 내재된 화려함의 율동 속에서 배어난 실존의 확인이라 할 수 있다. 처음 푸른 피그망 작업과 같은 맥락이지만 막연한 형이상학의 동경이 아니라 역동적인 것을 푸는 카오스적 탐색인 것이다. 모노톤은 그가 경험한 색채와 삶의 탐구 속에서 집적된 것들이 여과되어 나온 것이다. 떨고, 전율하고 수많은 삶의 경험이 요동치고 생동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모노톤이 존재한다. ● IV. 액자와 조합 ○ 백미옥은 작은 캔버스작업을 액자에 끼우고 여러 개의 캔버스를 조합 설치해 회화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많은 터치를 숨긴 화려한의 모노톤 색채로 구성된 작은 캔버스 그림은 틀을 얻음으로 추상적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틀 안의 붓 터치로 나타난 점과 선은 바다나 하늘, 호수풍경 등 자연과 사물의 한 부분처럼 보인다. 형상과 바탕의 구분과 어떤 일루전도 말하지 않은 추상회화에 감상자 각자가 해석할 수 있는 이미지가 제공된 것이다. 회화자체의 존재를 확인하며 타 공간과 넘나드는 모더니즘의 추상회화공간이 아니라 액자틀 안에 이미지를 제공하는 몇 겹의 은유적 미술사적 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다른 캔버스작업과의 조합 설치로 전시 공간 모두를 작품으로 환원시킨다. 이 작업에서 인간의 지적 성실성을 최대로 실천한 이후 얻은 작가의 자연스러운 사고와 경험에서 나온 관조와 여유 그리고 유머를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백미옥은 장인정신과 함께 자연스럽게 시대와 조응하면서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총체적 감각을 지닌 예술가의 실천의 길을 걷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 김미진

Vol.20051020b | 백미옥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