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時代 神話

정영한 회화展   2005_1022 ▶︎ 2005_1031

정영한_우리時代 神話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45.5×45.5cm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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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022_토요일_05:30pm

한전프라자 갤러리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55 한전아트센터 전력홍보관 1층 Tel. 02_2055_1192 www.kepco.co.kr/plaza/

우리시대 이미지의 새로운 생산으로서 회화적 표현 ● 근간에 관심을 갖고 제작하고 있는 작업의 주제가 '우리時代 神話' 시리즈이다. 우리시대가 담고있는 풍경과 이야기들을 근대철학에서 말하는 일치로서의 진리나 근대미학에서의 재현으로서의 진리에 의한 단순한 모사가 아니라 자연의 존재의미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을 회화적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과거의 유물이미지가 문명현상에 대해 역사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물질과 의식의 형상화였다면 꽃, 도시, 바다는 실재하는 자연현상을 우리시대의 삶의 조건과 환경의 문제로 확대한 의미이다. 시대란 의식을 형성하고 반영하는 필연의 관계이자 조건으로 인간의 행동규범은 바로 우리가 속해있는 시대로부터 연유되며, 그 시대를 초월한다는 말조차 현존하는 시대를 상대적으로 설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정영한_우리時代 神話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30×30cm×24_2005
정영한_우리時代 神話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24.3×33.4cm×4_2005

작품에서 현대라는 시대의 제시를 위해 동시대의 상징물을 등장시킨다. 예술은 곧 형태관계의 발전이며 회화의 형상은 작가와 시대상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전자스펙트럼을 형상화한 기계적 색면과 기호화된 색점, 의미해석이 불가능한 오류의 문자들, 과거유물의 복제된 사진적 이미지, 빌딩의 숲과 바다 등 우리시대의 풍경들을 대비시켜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과정을 통해 현대의 순수한 표상들을 시각화시킨다. 하지만 본인의 작업에서 재현의 의미는 회화를 폄하할 때 사용하는 미메시스가 아니라 대상해석의 회화적 실현에서 자연이 예술과 담론의 산물이라는 굿맨의 관점에서처럼 우리의 세계를 다시금 만드는 일일 것이다. 이처럼 자연의 형상들은 현대가 직면한 문명을 위한 문명화에 대한 자연의 소리 없는 메시지이며 새롭게 씌어지는 우리시대의 신화이다.

정영한_우리時代 神話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72.8×91cm×2_2005
정영한_우리時代 神話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130.3×193.9cm_2004

본인의 작업은 회화라는 장르에서 형상과 이미지의 표현방법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사실적 회화의 답습이거나 회화의 복권에 의미를 두는 것은 아니다. 마치 디지털만 존재할 것 같은 시대에 아날로그의 방식이 건재하고 디지털이 침범하지 못하는 고유의 영역에서 상보적 융화를 보여주는 것처럼, 이 시대에 형상표현의 평면회화가 갖는 의미와 존속여부에 따른 현대회화로서의 가치와 기능을 찾고자하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렇게 표현된 이미지들은 보여지는 효과에 있어서 형상을 그려낸다는 의미보다는 표면에 이미지화, 또는 프린트화 시킨다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회화적 수법을 사용하여 현대라는 시대적 상황과 특성을 화면에 도입하기 위해 마치 기계적 수법에 의한 화면의 표현을 보인다. 문명사회 속에서 창작도구로서의 손의 기능과 역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더욱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비롯한 것이다. ● 표현의 외적형식으로 동어반복적 구조를 선택하였는데 조형의 기본어휘인 선, 형태, 색면을 요소로 회화의 개념을 중성화시키는 작업이다. 이전 작업에서 외생적 차이로 비롯한 고유한, 또는 상반성을 통한 가장 완전한 차이를 대치하는 화면구성으로부터 절대적 차이의 대상을 상대적 차이로 변환시키며 다름 이면의 같음이라는 개념을 탑재하였다. 들뢰즈는 저서 차이와 반복에서 반복은 일반성이 아니며 반복과 유사의 사이에 본성상의 차이가 있다고 했다. 반복적 생산에 의해 연속의 패턴과 긴장의 형태를 보이는 상사 이미지들은 추상화에서 보이는 전면균질적 화면형성을 가능하게 함으로서 화면의 가변확대와 동일대상에 대한 복합적 시각의 특성을 보인다. 하지만 본인의 경우 유사한 단위체들의 양적 증가로 화면을 채우는 방식으로, 상업적이고 비개성적인 미니멀리스트들의 반복적 텍스트와는 엄격히 구분된다. 순연한 자연의 대상을 표현하였으나 이미지를 보여주는 방식에서는 현대의 시대적 특성을 표방하는 모순적 형태를 갖는다. 친근하고 편안한 대상을, 즉 보고싶은 대상만을 취한다는 의미에서 현대시각매체의 멀티비전이나 다중채널의 방식과 흡사한 구도를 연출한다. 이는 집체와 개체, 개체와 집체와의 관계를 드러내면서 추상, 재현의 단순구분을 초월하는 시각적 장의 이미지로 대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틀을 갖는다.

정영한_現代-21世紀 風景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130.3×193.9cm_2003
정영한_現代-21世紀 風景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130.3×162.1cm_2003

작품의 명제인 신화는 사전적 의미로 시대문화를 대변하는 상징이며 문명의 바탕을 채우는 인간의 절대적 믿음이다. 하지만 본인의 작업에서 나타난 신화는 고대의 기념비적이거나 과거 모든 삶의 규범인 세계관, 종교, 문화의 방식으로 접근되지 않는다. 물질과 소비가 팽배하고 물건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이 시대에 살아가는 모습과 지향하고 찾아가야 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독자적 언어로 풀어내려는 실험이다. 사실 신화는 실재하는 대상의 재현이 아닌 상상의 세계가 가시화된 이미지에 불과한데 질료를 통해 존재되고, 그것이 다시 모방되어 재현이미지에 의해 구성된다. 마치 장 보드리야르가 지시하는 원본도 사실성도 없는 실재인 파생실재를 생산하는 시뮬라시옹의 방식과도 흡사하다. 그가 말하길 실재는 이미지의 범람아래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지 또한 현실의 영향 아래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 예술행위에서도 일루전은 실재를 전제로 한 표현방법이지만 현대라는 시대가 상상과 물리적 조작만으로 대상이 없는 현실을 생산하기에 완벽하게 사실적이라는 것 자체가 비사실적인 것으로 전락하고 존립이유도 불투명하게 한다. 즉 현대의 물질문명과 시각체계가 참과 거짓, 실재와 허상의 다름이 없는 무의미하고 무기력한 문명의 징후를 생산하였고 신화의 단절과 부재를 낳았다. 현대를 진단하는 데 있어 K. 해리스도 무신론적 실존주의적 입장에서 현대를 신을 상실한 무신론의 시대라 그 특징적 상황을 규정했으며, 와해된 플라톤-기독교적 배경으로부터 처한 인간상황에서 현대인은 신을 상실한 부조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하였다. 인간은 어느 시대, 어떤 사회,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이상을 추구한다. 그래서 본인은 작업을 통해 꿈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순수한 자연의 이미지를 복원해내고 그려냄으로서 홍수와도 같은 시각정보의 시대에 고유한 우상-신화를 새로이 만들려고 한다. ■ 정영한

Vol.20051022a | 정영한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