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나무

안원태 수묵展   2005_1019 ▶︎ 2005_1031

안원태_冬眠-待_한지에 수묵_157×131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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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019_수요일_06:00pm

갤러리 도올 초대展

갤러리 도올 서울 종로구 팔판동 27-6번지 Tel. 02_739_1405 www.gallerydoll.com

물과 나무의 만남을 통해 드러나는 새로운 풍경들 ● 동양회화의 전통적인 재료이자 보편적인 표현형식인 수묵은 살아 숨쉬는 유기체적인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바로 이와 같은 전통적 고전양식의 현대적 수용을 화두로 자연에 대한 관조와 자신의 내면에 대한 성찰을 형상화해 온 작가 안원태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 있는 용담댐 수몰지구로부터 퍼 올린 작품세계인 「물속의 나무」는 물과 나무의 만남을 통한 새로운 희망 찾기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통 수묵의 섬세하고 기교적인 운용을 바탕으로 수묵의 본질과 만물의 본성을 담아내기 위해 작가 안원태가 고집스레 추구하고 있는 작가정신은 대상의 외형만을 구현하는 단순한 표현매체로서의 수묵의 운용이 아니라, 바로 마음을 다스려 영혼의 울림으로 다가오는 만물의 본성에 대한 영감과 감흥을 동양회화의 내용과 형식으로 담아내는 가장 보편적인 표현매체인 전통 수묵의 자유로운 구사로 시공을 초월하여 교감하는 유장한 생명력의 뿌리를 탐구하는 것이다.

안원태_冬眠-動_한지에 수묵_144×75cm_2005

'택선이고집(擇善而固執)'『中庸』이라는 말이 있다. 즉 치열한 작가정신을 견지하며 노력하는 가운데 체득한 자신이 올바르다고 믿는 예술세계를 선택하여 흔들림 없이 고집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덕목으로 자신의 아름다운 고집을 지켜 낼 줄 아는 깨어 있는 작가를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특히 유행이나 집착으로부터 한 발 비켜서서 순수한 자연을 마주하며 터득한 순리에 따른 변화의 자유와 마음의 여유를 누릴 줄 아는 작가를 만나는 일은 더 더욱 즐겁다. 이러한 자연과의 행복한 교감 속에서 만물의 본성을 체득하여 이를 창조적 에너지로 승화시켜 전통 수묵으로 표출하고 있는 작가 안원태의 작품세계는 우리에게 단순하면서도 절박한 삶의 순수성을 일깨우며 다가온다고 할 수 있다. ● 작가 안원태가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근작의 주제인 「물속의 나무」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오행의 상생원리이기도 한 물과 나무의 만남은 죽음과 삶을 아우르는 만물의 본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자연의 본래 모습이기도 하고 고집스레 탐구해 온 수묵의 본질을 담아낼 새로운 실험 대상이기도 하다. 작가는 자신이 인식한 자연과의 새로운 교감을 단순하고 간결한 수묵의 운용만으로 표현하는데 답사와 스케치 현장에서 얻은 현장감을 살리면서 작가의 진지한 성찰이 반영된 자신의 철학도 담아내고 있다. 물속에 비친 나무 그림자와 죽은 그루터기에서 돋아나는 새로운 생명의 가지로 상징되는 이번 작품들은 다양한 조형요소 가운데 음양, 소밀, 흑백 등의 대립과 조화에서 드러나는 관계성, 특히 여백의 의미를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내면서 물과 나무의 만남을 통한 상생과 희망의 덕목을 일깨우고 있다. ● 「물속의 나무」에 대한 관조와 자신의 내면에 대한 성찰을 통해 한층 성숙한 안원태의 선명한 의식세계는 생명의 에너지가 내장된 자연의 흐름 안에서 참된 자아를 발견하게 만들었고 존재자로서의 진정한 자유와 벅찬 기쁨을 맛본다. 이러한 생명력이 넘치는 만남을 노장적(老莊的) 덕목인 곡신불사(谷神不死)와 물화(物化)의 경지로 승화시키며 전통 수묵으로 고집스레 구현하고 있는 작가 안원태는 이번 작품에서도 대관 산수와 소경 산수라는 형식을 통해 시점과 구도의 다양한 모색을 하고 있는데, 바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자신만의 사유공간에서 사유의 수렴과 확산을 통해 작가 자신이 포착한 기운과 감흥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안원태_冬眠-望_한지에 수묵_57×107cm_2005

작가 안원태는 1999년 북한산과 대둔산의 풍경을 화선지에 수묵으로 담아낸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전국 여러 산들을 두루 답사하고 스케치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경우는 용담댐 수몰지구를 중심으로 전통화법에 대한 새로운 실험적 모색을 하고 있는데, 물과 나무의 만남을 주제로 삼은 「물속의 나무」 표현을 물속에 비친 나무 그림자와 수평선 너머 먼 산을 향해 돋아난 새로운 생명의 가지를 통해 물속에 잠긴 생명력을 잃어가는 퇴색된 낡은 추억 저 너머의 새로운 희망과 유토피아를 찾아나서고 있다. 근래 「동면(冬眠)」 시리즈를 통해 구현하고 있는 롱 테이크 방식의 대관 산수로부터 줌 인 방식의 클로즈 업된 소경 산수로의 새로운 틀 갖추기는 작가가 추구하는 전통적 고전양식의 현대적 수용이라는 화두에 비춰 볼 때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시도는 작가가 아직 나름대로의 실험적 모색의 과정에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이후의 작업이 기대된다.

안원태_冬眠-影_한지에 수묵_167×115cm_2005

작가 안원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 대상의 선택 의미, 또 대상의 외적 형태뿐만 아니라 내적 의미까지 모두 파악이 된 연후에야 응물(應物)이 되는 것이다. 나는 각각의 객체 및 그 특징 묘사를 중시하지 않는다. 반면에 동일 종류의 대상을 총체적인 특징 파악 후 거기에서 어떤 특수한 관념이 형성되는지를 살펴 그것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 말은 작가가 인식하여 표현하는 대상은 자기 성찰의 시간을 거친 경험의 산물이며 결국 작가의 내면세계의 반영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신예작가에서 어느덧 중견작가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안원태의 작업은 이미 1000 여년에 걸쳐 개척되고 다듬어진 전통 수묵화의 탄탄한 길을 하나하나 검증하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고 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 수묵 산수에 대한 아름다운 지킴이로서의 안원태는 첫 개인전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 눈을 팔거나 다른 길을 기웃거리지 않고 고집스럽고 꾸준하게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향해 일관된 전진을 하고 있다. 현대성 추구라는 허울 좋은 미명 아래 어지러이 펼쳐지고 있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실험을 위한 모색을 단호하게 거부하며 융고창신(融古創新)이라는 전통적 창작태도를 견지하는 아름다운 고집도 작가 안원태가 지닌 덕목 가운데 하나이다.

안원태_冬眠-靜_한지에 수묵_73×65cm_2005

안원태의 근래 작품들은 전통적인 수묵기법의 수용과 활용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주로 강원도 정선이나 영월 동강 부근의 실제 풍경들을 답사와 스케치 여행 등을 통해 꼼꼼한 실경산수로 그려내고 있는데, 수묵의 농담 및 갈필의 적절한 구사 등으로 해맑고 깔끔한 겨울산이 동면하고 있는 느낌을 능숙하게 구현하고 있어 전통기법에 대한 탐구와 소화능력이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가 고집하며 연마하고 있는 전통 수묵화는 동양의 정신성이 내포된 전통적 회화양식 가운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발전해 왔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명력을 잃지 않고 살아 숨쉬고 있다. 전통 수묵화에서 추구하는 작품의 이상적인 형식은 회화의 기초적 토대인 형사(形似)를 바탕으로 대상의 본질에 해당하는 신사(神似)를 구현하고 작가의 사의(寫意)를 펼쳐낼 것을 요구한다. ● 작가 안원태는 전통 수묵화가 개척하며 찾아낸 방법들을 되새김질하듯 묵묵히 익히면서 그 방법론들에 숨결을 불어넣으며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예술창작의 형식과 내용에 대한 전통적 개념인 이들 용어는 하나의 나침반으로서 작가에게 선택과 책임을 요구한다. 즉 대상의 정신과 본질을 닮게 그려낸다는 의미인 '신사'에는 대상과 세계를 인식하는 작가의 관점과 태도가 표명되기 마련으로, 예로부터 이 '형사'와 '신사'의 관계는 화가들이 끊임없이 고민하며 씨름하는 화두였던 것이다. 작가 나름대로의 경험과 숙달을 통해 이러한 관계설정이 제대로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작가는 자신이 인식하여 표현하는 대상에 자신의 사상과 정감의 요구를 펼쳐내어 기탁함으로써 정신의 걸림 없는 자유해방을 위한 만족을 추구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사의'이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 있는 동면에서 깨어나 생명과 희망의 움을 틔우는 「물속의 나무」도 현대라는 시대정신의 가치와 의미를 반영한 전통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안원태_冬眠-調_한지에 수묵_144×75cm_2005

"나날이 새롭고 또 날로 새롭고자 한다(日日新, 又日新)"라는 말이 있다. 탕(湯) 임금이 세수 대야에 새겨놓고 날마다 경계했다는 말이다. 바로 부단히 새롭게 변화하며 살아 숨쉬는 원리가 바로 전통의 토대이다.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가치와 정신을 끊임없이 호흡하며 받아들일 때 전통은 정체되지 않고 활기차게 날로 새로워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전통과 혁신의 변증법적 긴장관계의 의미를 이끌어낼 수 있을 때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나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동양의 전통적 문화인식에 대한 이해도 튼실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근래 작가 안원태가 보여주는 변모의 과정과 그 이면에 자리하는 사유와 성찰은 바로 변화를 적극적으로 지향하는 시대정신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겉모습이 아니라 알찬 정신을 배우는 지혜를 발휘하여 날로 새로워지는 내면적 성찰이 함께 할 때 작가의 역량도 한층 빛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러한 덕목을 바탕으로 한 전통 수묵을 통한 독창성의 발현이 일정한 시대적 가치와 의미를 지닌 새로운 전통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 안영길

Vol.20051023d | 안원태 수묵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