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야기

조솔 조각展   2005_1012 ▶︎ 2005_1026

조솔_합_대리석_46×46×50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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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_1012 ▶︎ 2005_1018 초대일시_2005_1012_수요일_05:00pm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 서울 종로구 세종로 81-3번지 제4전시실 Tel. 02_399_1164 www.sejongpac.or.kr

2005_1020 ▶︎ 2005_1026 초대일시_2005_1020_목요일_05:00pm

상계갤러리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 52-3번지 Tel. 062_233_9488

격정적인 동세, 극렬한 사실성으로 완성되는 '사랑' ● 인체조각은 철저한 해부학에 기초를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인체의 골격 및 근육 그리고 혈관에 대한 해부학적인 이해야말로 생명력 넘치는 인체조각을 위한 굳건한 디딤돌이기에 그렇다. 아무리 실제와 똑같은 형태를 취할지라도 해부학적인 이해가 부실하면 그 인체조각은 설득력이 약하기 마련이다. 타고난 손재주만으로는 골격 및 근육이 움직이는 듯한 사실성을 성취한다는 것은 꿈에 불과한 일이다.

조솔_비상_브론즈, 스텐레스_80×70×80cm_2005
조솔_여인의 향기_브론즈_130×30×50cm_2005

조 솔은 정통 사실주의 조각을 공부한 신예로서 러시아의 아카데미학풍의 작품으로 한국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해부학에 근거한 견고한 인체해석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첫 데뷔전임에도 불구하고 인체를 다루는 솜씨는 물론이요, 주제를 소화하는 능력이 아주 능숙하다. 그러고 보면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에서 공부를 한 후 레핀아카데미에서 수학 했다는 경력이 말해주듯이 이미 한 작가로서의 기반은 확고하게 다졌다고 보아도 좋다. 그에 대한 작가적인 신뢰감은 250여년 전통의 레핀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는 선입견에서가 아니라, 작품 하나 하나를 엄격한 해부학적인 이해 위에 세우고 있다는데서 비롯된다. 이런 첫 인상을 갖게 되면 아주 느긋한 기분으로 작품과 마주할 수 있다. 일단 어떤 포즈 및 형식의 작품이든지 그 형태해석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인체작품은 크기와 상관없이 견고한 반석 위에 놓여 있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조각적인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인체의 다양한 포즈야말로 그의 솜씨와 조각가로서의 미적 감각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이다. 신체를 혹사하는 듯한 격렬한 포즈를 가볍게 소화하는 데서 그 어떤 형태의 난해한 인체조각에 대한 상상력도 막힘이 없으리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남녀 두 사람의 인체가 얽히는 형태의 작품에서 빈틈없는 비례를 보는 순간에 일어나는 시각적인 쾌감은 형언하기 어려운 일이다. 요즘처럼 사실주의 조각을 가벼이 여기는 풍조에서는 더욱 그렇다.

조솔_여인의 마음 Ⅰ_브론즈_35×25×80cm_2005
조솔_열정_브론즈_35×35×50cm_2001

이번 개인전의 주제는 '사랑'이다. 남녀간의 통속적인 사랑의 순간 또는 인체 자체를 에로틱하게 묘사함으로써 주제에 접근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보면 일반적이다. 어찌 보면 사랑을 주제로 하는 사실조각은 로댕에서 이미 완성되었다고 했을 때 해묵은 주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로댕이 섭렵한 주제라고 할지라도 작품은 역시 작가 개개인의 사상 및 미적 감각의 결과이기에 무언가 다른 해석의 여지는 여전하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은 에로틱한 부분과 함께 인체에 부여된 기능적인 아름다움을 증폭시키는데 있다. 인체는 가감 없는 상태 그 자체만으로도 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음을 실증하려는 것일까.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인체가 작가의 사상 및 미적 감각과 만남으로써 일상적인 시각을 초월하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비록 생명이 없는 대리석, 브론즈, 마블, 흙, 석고 따위의 차가운 재료로 제작되는 인체이지만 거기에 생기를 불어넣으려는 것은 사실조각의 절대적인 목표이다. 그렇다. 사실주의 인체조각이란 어떤 경우에도 의사화된 인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유한한 생명의 인간과 달리 조각은 영속성을 부여함으로써 변함없는 탐미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 그의 인체조각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인체조각이 갖는 구조적인 아름다움은 바로 이로부터 출발한다. 주제를 드러내는 가운데 인체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 및 기능을 극단적으로 밀어 올리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어느 것이나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강조된다. 이는 포즈의 선택과도 관련이 있다. 인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의 작품이 보여주는 포즈는 사뭇 화려하다. 그러나 동세가 큰 포즈만으로 시선을 사로잡으려는 일반적인 의도는 보이지 않는다. 격정적인 사랑의 순간을 포착하면서도 그의 시각은 오히려 냉정하다. 남녀의 사랑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힘과 거기에 반응하는 인체의 진실한 몸짓, 그리고 그 순간에 일어나는 감정변화를 선명히 그려내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순간에 반응하는 인체에서 변화하는 선과 볼륨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는 조각적인 아름다움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있다. 그러기에 감정의 폭을 넘는 과도한 포즈도 과감하게 구사한다. 다만 그 포즈에 무리하지 않게 반응하는 자연스러움을 중시한다. 그러기에 격정적인 몸짓을 드러내는 작품에서도 물 흐르는 듯한 선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조솔_터치-설레임_대리석_20×30×103cm_2005
조솔_몽상_테라코타_25×30×50cm_2000

이번 전시회에 출품되는 작품에는 인체와 더불어 새, 꽃, 나비 따위의 형태가 함께 등장하는데, 인체와의 대비를 통해 시각적인 아름다움 및 공간적인 크기를 확장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이들 생명체와의 대비를 통해 바라보는 인체의 아름다움, 그 본질적인 가치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원형, 사각형, 구체 따위의 차가운 기하학적인 구조체와의 결합을 통해 인체의 곡선 및 볼륨이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는 상대적인 비교라는 수법이지만, 인체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 본래적인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려는지 모른다. 실제로 그가 연출하는 아름다운 인체조각은 인체가 지닌 선 및 볼륨에 부여된 절대적인 자유 및 가치야말로 미의 원형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다. ■ 신항섭

Vol.20051025c | 조솔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