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미의 그림일기

성영미 회화展   2005_1026 ▶︎ 2005_1101

성영미_무럭 무럭 잘 자라거라_캔버스에 유채_130×160cm_2005

초대일시_2005_1026_수요일_06:00pm

인사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29-23번지 Tel. 02_735_2655

성영미의 그림일기 ● 성영미 작가의 작품을 보면 어린아이의 그림일기를 대하는 것 같다. 어릴 적 다니던 미술학원의 친구가 그렸던 그림 같기도 하고, 옆집 꼬마아이의 그림 같기도 하다. 근작에는 작가의 삶의 단편들이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더욱 흥미롭다. 또한 일상을 포착하고, 그 일상을 해학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작가의 매력이 잘 표현되어 있다. 할 말이 많아도 그저 웃음으로 넘길 줄 아는 작가의 삶을 대하는 모습과 작품은 너무나도 닮았다.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갖게 된 후 변화된 생활 속에서 작가는 더 많이 단단해지고 그만큼 더 순수해 진 것 같다. 작품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입은 유난히 더 크게 웃고 있고, 얼굴은 더욱 더 유쾌하다. 작가의 분신인 나무는 키가 한 뼘 더 큰 것 같다.

성영미_멋진 녀석_캔버스에 유채_130×160cm_2005
성영미_식사 시간_캔버스에 유채_160×130cm_2005
성영미_까만 밤에는_캔버스에 유채_160×130cm_2005

근작에서 보이는 작품의 또 하나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절제된 색의 사용이다. 색의 절제는 메시지를 더욱 강하게 전달한다. 몇 년 전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를 본 적이 있다. 유태인의 학살을 다룬 내용이었다. 내용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등장 인물로 붉은 옷을 입은 소녀가 조연처럼 등장한다. 흑백스크린에 붉은 옷은 강한 인상으로 남기에 충분했고, 영화를 보는 내내 소녀의 움직임에 눈길을 준 것은 유독 필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성영미 작가의 근작에서 보이는 원색들은 마치 쉰들러리스트의 영화에 등장 했던 소녀의 치마를 연상케 한다. 빨간 머리 방울, 파란 우산, 파란 신발, 붉은 색 웃 옷, 가방의 빨간 줄무늬, 연두 빛 나뭇잎 하나…주연이 아닌 사물을 돋보이게 하는 색을 지닌 화면의 유일한 오브제들. 그러나 스필버그 영화에 등장하는 소녀의 붉은 옷은 아이의 죽음으로 인해 나찌의 잔인함을 드러내는 슬픈 피를 상징하는 반면, 성영미 작가의 작품에 녹아있는 원색들은 즐거움과 호기심을 자아내며, 우리를 살짝 미소 짓게 한다.

성영미_비가 오면 집에 일찍가요_캔버스에 유채_130×160cm_2005
성영미_위대한 태양을 향하여_캔버스에 유채_130×160cm_2005
성영미_별이 열린 나무_캔버스에 유채_130×160cm_2005

이번에 전시하는 작가의 작품은 흑과 백 그리고 약간의 원색으로, 흑백화면이 주를 이룬다. "오래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작품을 남기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또한 나는 그림일기를 통해서 웃음과 자유 그리고 어린아이의 순진무구에 천착하고 싶다. 삶 자체가 생활예술이다. 그림일기를 그렸던 어린아이의 눈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작가의 노트에서 보이듯 작가는 스스로가 어린 아이가 되어 세상을 바라보며 그것을 표현하려 한다. 어떤 흐름과 사조에 휩쓸리지 않고, 과욕을 부리지도 않는다. 다만, 물 흐르듯 자신에게 그리고 삶에 충실하고자 할 따름이다. 형태의 단순화에서 색의 단순화를 시도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 다음에는 어떻게 진화해 갈지 기대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산타크로스를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두근거림을 찾고 싶어하는 작가에게 올 겨울에는 꼭 산타와의 만남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 최원선

Vol.20051025d | 성영미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