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Itself

이미지 개인展   2005_1026 ▶︎ 2005_1101

이미지_Space Itself -1_한지에 혼합재료_60×100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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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026_수요일_05:00pm

공화랑 서울 종로구 인사동 23-2번지 Tel. 02_735_9938 gonggallery.com

물 위의 꽃 ●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듯, 잔잔한 물 가로 흘러가는 듯, 꽃 한 송이가 가만히 맴돌고 있다. 분명 꽃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꽃이든 아니든 상관이 없다. 단순한 사각형의 어느 한 구석에서 우리의 시선을 끌어당기며 화면의 깊은 곳으로 인도하는 하나의 단초일 뿐이다. 그 형상은 화면 밖에서 부여된 것이 아니라 화면 속에서 떠오르며 자신의 존재를 조용한 과시로 수줍게 드러낸다. 그저 색채인 듯 형태인 듯 그 중간 상태로 존재하는 물감의 얼룩으로 남아있다. 아스라이 사라지는 꽃잎의 끝 면과 줄기의 끝 선은 화면의 안과 밖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을 둘러싼 시간과 공간에 변화와 운동을 던져준다. 은은하게 반짝이며 가라앉은 듯한 색채는 깊이와 관계된 것이며 그것은 심연과 비침과 부유를 생각게 한다. 채색된 얇고 고운 한지를 겹겹이 쌓아 올리고 그 위에 부드럽게 안착된 이 색채의 층들은 그 틈새를 통과하고 뒤섞이면서 서로 보색(補色)하고 있다.

이미지_Space Itself -2_한지에 혼합재료_100×185cm_2005
이미지_Space Itself -3_한지에 혼합재료_43×160cm_2005

작가에게 있어 화면은 하나의 창이 될 수도 거울이 될 수도 있다. 작가 이미지는 그것을 거울로 보는 듯하다. 그러기에 깊은 수면 위에 반영된 이 형상들은 결국 작가 자신의 마음의 이미지이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볼 점은 그 마음의 이미지가 어떤 형상을 빌은 상징적이거나 대리적인 것이 아니라 화면 속의 자율적인 생성의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 형태를 이루어가려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의 그림이 채색화의 전통 속에서 새로운 공간의 질감을 꿈꾸고 있지만 그것이 기본적으로 수묵 문인화의 정신과 분리되어 이해될 수는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가 자신의 정신과 질료가 하나가 되기까지, 다시 말해 작가의 심상(心想)과 색채나 형상이 하나가 되어 심상(心象)으로 피어나기까지의 그 모든 과정과 수양의 자세는 물아일체(物我一體)와 심수(心手)일체를 지향하는 문인화의 작품 태도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음 속에 대나무가 떠올라야 비로소 그림을 그린다." 북송(北宋)의 화가 문동(文同)은 흉유성죽(胸有成竹)을 강조한다. 화가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먼저 대상의 형태와 구도 등의 모든 상황에 대해 충분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미지의 작업은 이런 흉유성죽의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종이제작이나 안료제작에 있어서 그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법칙을 고수한다. 화면 위에 형상이 떠오르기 이전의 이 모든 작업이 사실 그에겐 가장 소중하고 존재결정적인 과정일지도 모른다.

이미지_Space Itself -4_한지에 혼합재료_100×60cm_2005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은 그가 동양화의 장식성에 대한 물음을 지속적으로 던지던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양화의 장식성이란 자연의 단순한 모사와 재현이 아닌 살아있는 재해석과 재창조를 의미하는 것이며, 이때 리듬감을 자아내는 무르익은 선, 화려하면서도 속되지 않은 색채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작가 이미지는 꽃의 형태가 지니고 있는 장식적인 조형성을 주목하고 꽃잎의 큰 면과 작은 면, 줄기나 윤곽의 곡선이 지닌 회화적인 장점을 부각시켰다. 그리고 그것을 화려하지만 고상한, 명랑하지만 묵직한, 강렬하지만 가라앉은, 신선하지만 오래된 색채로 표현하려 했다.

이미지_Space Itself -5_한지에 혼합재료_60×100cm,_2005

때문에 형태와 색채의 젖어듦과 어우러짐을 통해 묘사된 그 아득한 형상들은 또 하나의 새로운 차원, 즉 깊이감 있는 "공간 그 자체"로 변신하길 갈망하고 있다. 그래서 꽃 한송이 뿐인 이 단순한 컴포지션은 색채의 표정이기도 하지만 공간의 표정이기도 하다. 그것은 마치 백자 달항아리의 깊고 그윽한 빛깔이 무기교적인 형상 그 자체가 되고, 더 나아가 그것이 놓여 있는 공간 그 자체와 하나가 되는 그런 넉넉하고 풍만한 표정과도 같은 것이다. ■ 이건수

Vol.20051028d | 이미지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