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의 기록

박서림 회화展   2005_1109 ▶︎ 2005_1120

박서림_두 달간의 기록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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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109_수요일_06:00pm

갤러리 도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55-1 2층 Tel. 02_735_4678

이 세상은 한권의 책이다. 여행을 하지 않는 자는 오직 한 페이지만 읽은 자와 같다.("The world is a book and those who do not travel read only a page.")_St. Augustine 나는 한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한 부부의 딸로, 두 동생의 언니와 누나로 일년을 보낸다. 그리고 그 일년을 두 달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두 달은 공부하는 학생으로, 네 달은 멧돼지를 그리는 화가로, 두 달은 글을 쓰는 작가로 지낸다. 그리고 나머지 두 달은 여행을 한다.

박서림_모네의 정원_한지에 수묵담채_24×33.5cm_2004
박서림_로사리오 예배당_한지에 수묵담채_33×22.7cm_2004

사람들이 기억하는 박서림의 모습은 이 여러 가지 모습 중 하나이다. 나의 일년 중 여행으로 보내는 두 달은 다른 열 달에 비해서 감추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두 달이야말로 나머지 열 달을 지내게 해주는 원동력이며 상상력의 원천 역할을 한다. 이번 전시에서 나는 그동안 감추어져 있던 숨겨진 두 달간의 모습,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자극을 갈구하는 여행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 여기 두 달간의 기록이 있다. 박서림의 『두 달간의 기록 RECORDS FOR TWO MONTH』은 제목 그대로 두 달간의 여행 중 남긴 기록의 모음이다. 그것은 작은 화첩에 남겨지기도, 신문의 한 귀퉁이에 남겨지기도, 엽서의 뒷면에 남겨지기도 했던 기록들이며 지난 5년간 여행의 기록이다.

박서림_파란 하늘과 빨간 창문_한지에 수묵담채_21.5×15.5cm_2005

여행의 기록은 세 가지 형태로 남았다. 드로잉과 수묵담채 그리고 글로 남겨진 단상이다. 드로잉(drawing)은 단색의 선화를 말한다. 눈에 보이는 혹은 마음속에 있는 이미지를 최소한의 시간과 간편한 재료로 시각화하는 드로잉은 느낌과 직관이 우선시 된다. 여행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지만 드로잉만큼 매력적인 기록은 없다. 사진에는 나의 감정이 배제되지만 드로잉은 나의 눈을 통한 사물을 나의 손으로 표현하기에 당시의 오감(五感)을 통해 느꼈던 나의 느낌, 나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질 수 있다. 여행의 시간 속에서 하나가 된 그림들은 사진보다 더 강한 여운과 향수를 준다. ● 수묵담채(水墨淡彩)는 여행을 마친 후 여행을 음미하며 여행의 인상을 그린 것이다. 종병(宗炳)의 화산수서(畵山水序)에서도 몸소 배회한 곳, 눈으로 똑똑히 본 산수의 모습은 천 년이라는 많은 시간이 흘러도 그 모습을 추측하여 도형으로 그리고 채색으로 그 색채를 나타낼 수 있다고 하였다. 여행의 시간에 음미의 시간이 더해지면서 비로소 나의 여행은 새롭게 재창조된다.

박서림_그라말디 성이 보이는 앙티브_한지에 펜_16.5×23.2cm_2005
박서림_고르드의 아침_한지에 펜_16.5×23.2cm_2005
박서림_액상 프로방스의 마늘_한지에 펜_16.5×23.2cm_2005

단상(短想)은 여행의 짧은 기록이다. 지난 여행의 기록들의 모음은 책으로 출판되기도 했으며 여러 매체에 대한 기고를 통해 표출되기도 하였다. 여행 중 느꼈던 나의 느낌은 그림과 글의 조합을 통해 완전한 모습으로 재현된다. 단지 그림만으로 또는 글만으로는 부족한 것을 서로 보완해 준다. 여행의 시간에 문자향이 더해지면서 그것은 더욱 오랜 시간 생생하게 남는다. ● 기록은 기억이자 추억이다. 기억이 많은 사람은 행복하다. 오늘도 나는 이 세상의 한 페이지를 더 보기 위해 부지런히 여행을 한다. 그리고 부지런히 기록을 남긴다. 나는 이 세상을 기억하고자 하며 그 추억으로 오늘을 산다. ■ 박서림

Vol.20051107b | 박서림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