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ion

문화일보갤러리 기획공모 당선 이여운 개인展   2005_1109 ▶︎ 2005_1117

이여운_ILLUSION 08_한지에 채색_192×130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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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109_수요일_06:00pm

문화일보 갤러리 서울 중구 충정로 1가 68번지 Tel. 02_3701_5755 gallery.munhwa.co.kr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 ●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고밀도의 빌딩과 아파트와 같은 수직의 건물을 일상의 공간으로 삼는다. 콘크리트, 철강, 유리로 이루어진 이 박스형의 공간, 수직의 남근적 건축물은 사람들의 시선을 병풍처럼 막아선다. 그것은 늘 직립한 인간의 망막에 압도적이고 폭력적으로 늘어서 있다. 수평의 대지에 가장 반하는 이 수직의 높이를 자랑하는 건물들은 반자연주의적이며 인간의 신체를 차갑게 감싼다. 이처럼 살에서 가장 먼 질감의 금속성과 반짝이는 유리 표면, 획일적인 공간에서 사는 것은 규격화와 획일성, 불모성을 내재화하게 한다. 오래전부터 이여운은 수묵작업을 통해 이 고층건물과 상대적으로 아주 작게 그려진 인간의 몸, 길게 드리운 그림자 등을 통해 도회인으로서의 실존적 감정과 소외나 고독, 공허감 같은 것들을 그래픽적으로 선보여 왔다. 도시를 풍경으로 삼은 동양화는 많았지만 정작 도시에서의 삶과 도회인을 테마로 한 것은 드물었고 건물을 기하학적으로, 설계도면이나 조감도 처럼 그리는 경우도 새삼스러웠다. 아울러 수묵과 여백, 필선의 맛을 도회적 감성 아래 환생시키면서 도시공간을 수묵으로 효과적으로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구체적인 실경이라기보다는 도시에 대한 개념적 풍경의 성격이 강하다. ● 필선이 아니라 윤곽선을 지운 자리에 면으로 존재하면서 여전히 수묵의 담백한 색상과 농담을 머금은 체 머물러있는 그림은 반듯하게 지나간 붓질/색면이 건물의 윤곽과 세부묘사, 창문을 보여준다. 그것은 건물의 재현이 아니라 다만 붓이 지나간 자리, 먹이 칠해진 면적에 다름 아니다. 반듯하게 칠해지고 정해진 통로를 따라 지나간 붓의 길들이 문득 건물처럼 다가오고 풍경처럼 자리한 것이다.

이여운_ILLUSION 07_한지에 채색_52×86cm_2005
이여운_ILLUSION 04_한지에 채색_225×185cm_2005
이여운_ILLUSION 03_한지에 채색_520×162cm_2005

최근작은 인간은 부재하고 오로지 기계적이고 규칙적으로 배열된 건물들만이 빽빽이 들어찬 그림으로 이동하면서 그 건물들이 단순한 도시의 풍경적 시선에 의해 포착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라는 공간을 임상학적으로 혹은 심리적으로 도해한 정신적 풍경이나 심리지도처럼 펼쳐지고 있음을 본다. 그것은 실재하는 건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지극히 추상화된, 기호화된 건물들이다. 상상 속에서 재구성된 도시의 풍경은 적막하고 스산하며 차갑다. 원근이나 인간이 실측에서 조망된 풍경이 아니라 분리되고 개별화된 각각의 건물들만이 텅빈 여백을 배경 삼아 떠있다. 흡사 물에 잠긴D도시의 풍경 같기도 하다. 알다시피 도시는 늘상 압도적인 수직성과 남근적 외경심으로 한껏 부풀어 올라있다. 작가는 그러한 수직의 건물들을 수평의 선상에 도열해놓고 다시 그 그림자, 반사면을 고스란히 그려냈다. 여기서는 인과관계가 배제되고 주변 공간과 건물과의 연계성도 지워진 체 오로지 건물들만이 홀로 유령처럼 서있다. 그것은 중심과 주변을 설정하기 어려운 이상한 구성, 마치 볼록렌즈에 걸려든 것처럼 좌우와 상하로 마냥 늘어지면서 중력의 법칙에서 조금씩 물러나 앉는 듯한 구도 아래 배치되었다. 작가가 그려 보이는 이 풍경은 실제의 도시풍경처럼 보이지만 그것과는 다른 심리적인 도시풍경, 상상화 된 도 시의 장면으로 이다. 동시에 그것은 수묵의 또 다른 활용과 쓰임으로 드러난 현재의 산수풍경, 그러니까'빌딩산수'인 셈이다.

이여운_도시`-`잔상_한지에 채색_185×150cm_2005
이여운_Interactive media art_2005
이여운_ILLUSION 00_interactive media art_2005

일상 속에서 늘상 보던 도시의 풍경이지만 이 그림 속 건물들, 도시의 풍경은 기이하고 낯설다. 기존에 우리들의 삶을 규정하던 시간과 공간이 슬그머니 지워진 자리에 착각과 환영이 무럭 거린다. 실재이면서 상상이고 구체적이면서도 환영 사이에서 유동하는 그런 그림이다. 이 그림 속 풍경 은 물에 비친 그림자인지, 실재 건물인지 지극히 모호하다. 그래서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의 시선의 위상, 자리를 잠시 의심해본다. 보고 있는 대상을 의심해보는 것, 아니 나아가 보고 있는 자신의 시선을 마냥 궁금해 하는 것이다. 새삼 우리가 당연시 하고 보았던 세계의 풍경이 어쩐지 신기루 같기만 하다. ■ 박영택

Vol.20051110e | 이여운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