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ping for a while-머물다

김남표 개인展   2005_1121 ▶︎ 2005_1129

김남표_가벽설치_텍스쳐타일_165×460cm_2005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Vol.20040808a | 김수련 & 집단 '막'展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5_1121_월요일_06:00pm

비닐 갤러리 서울 성동구 성수2가3동 302-20 지층 Tel. 02_462_4315

1. 본인은 오래 전부터 시간성이 배어있는 대상에 대해 집요한 애정과 관심이 있었는데, 이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낡고 오래된 것이 새것에 의해 대체되어 소멸되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아쉬움이 본인 안에 내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상품 소비의 즉시성과 같이 처분이 용이한 일회용 상품에 대한 가치를 미덕으로 보는 시대적 경향을 반영하고 있는데, 더욱이 이러한 현상은 상품과 같은 사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의식과 관련되어 타자와의 일시적인 관계에서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이 대상은 우리가 이의 본질을 깨닫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마저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김남표_철문_종이에 연필_79×108cm_2005
김남표_칸트_인조털에 스테이플러_105×75cm_2005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이러한 대상의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관계를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기보다는 오히려 대상의 인식에 필요한 최소한의 제한된 시간이 우리의 지각을 더욱 열리게 하는 능력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마치 이것은 대상을 한번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 언제든지 여러 번 보는 상황과는 다르게 우리의 지각을 더욱 집중력 있는 것으로 만든다는 일종의 긍정적 태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본인의 예술세계에서 드러나는 현장감, 예를 들어 낡고 오래된 공간이 기능성이 소진되어 소멸 직전에 놓여있다거나 혹은 사회의 획일화된 가치에 의해 소외되고 버려지는 공간을 본인의 작품을 통해 그 공간이 가지는 고유한 현존성을 드러내는 것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시들어 가는 공간에 일시적으로 머물러 그곳의 아우라를 드러내고 의미 있는 공간으로 전환시킨다는 의미이다.

김남표_전시설치장면_Stopping for a while-머물다_2005
김남표_전시설치장면_Stopping for a while-머물다_2005
김남표_전시설치장면_Stopping for a while-머물다_2005

2. 시대적 순간성은 주거의 이동이라는 측면에서 현대인의 유목적인 특성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사회학적 관점에서 다루어지고 있으며, 최근 이러한 관점은 보편적인 현상으로 여겨진다. 본인의 5년 동안 4번의 이사라는 비교적 많은 횟수의 이사를 통해 드러난 현상 역시 앞에서 언급한 사회학적 관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본인은 이사에 의한 변화된 공간과 현실적 상황에 대처하는 자아의 태도에 주목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사라는 대상을 철학적 측면에서 접근해 보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네 번' 이라는 횟수가 의미하는 것은 이사를 고찰적인 태도로 인식하기까지의 시간, 즉 대상을 인식하게 되는데 까지 걸리는 철학적 시간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자면 첫 번째 이사부터 세 번째 이사까지는 없었던 일이 발생하였다기 보다는 네 번째 이사를 하면서 이전부터 지속되어왔지만, 그 동안 자각하지 못했던 반복되는 상황을 직시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사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원인이 있지만 많은 경우 소유와 관련되어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결과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반복되는 이사는 환경의 변화가 필연적인 타당함을 가지지 못하고 강제적이고 부정적인 요소가 많지만, 이사가 가지는 현실의 부정적인 상황은 보다 생활의 긍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합리화를 모색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소비이다. 이사를 할 때마다 새로 꾸미기 위한 다양한 소비의 형태는 비합리적인 자위의 형태이다. 이사를 하면서 발생하는 소비는 일시적인 것이고 또 다음의 이사를 고려하지 않는 소비형태이기 때문이다.

김남표_울타리와 등산길_벽면에 수성페인트, 스크래칭_222×340cm_2005

3. 최근에 구입한 52인치 프로젝션 티비는 이번에 이사를 온 큰 평수의 집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제품이다. 이사를 했다고 놀러 오는 친구들과 이웃 사람들은 부러워하는 눈치다. 몇 일전에는 애견보호센터에서 달마시안을 입양했다. 이름을 칸트라고 지었다. 그 녀석 때문에 정원이 있는 이 집의 품격이 한층 높아졌다. 아내는 칸트와 놀고 있는 나를 보고 "있어" 보인다고 좋아한다. 잔디마당에서 번식하고 있는 클로버를 제거하기 위해 잔디 깎는 기계를 구입했다. 잔디 깎는 모습을 지나가는 등산객이 보며 동경하는 눈치다. 그러나 이것은 다음 이사를 전제로 한다면 무의미한 소비이다. 영원히 소유하려 하기보다는 일시적으로 누리기 위한 소비의 형태이다. 리스는 현대 사회의 일시적 소유를 의미한다. ● 이번 전시에 제시된 작품들은 화면의 강한 물성에 의해 감상자의 위치변화에 따라 이미지가 순간적으로 사라진다. 화면에 반사되는 조명들은 우리의 화려한 현실의 표피를 드러내고, 이내 곧 사라져 버리는 이미지는 이사를 통해 발생하는 "일시적 소유"를 의미한다. 나한테 잠시 머물러 있는 것은 이 집만이 아니다. 내가 소유하고 기억하고 인식하는 것 모두가 나에게 잠시 머물러 있는 존재인 것이다. ■ 김남표

Vol.20051120a | 김남표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