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 길을 묻다

책임기획_이섭_갤러리 스케이프   2005_1121 ▶︎ 2005_1214

이흥덕_L氏의 하루_화포에 유채_91×116.8cm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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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121_월요일_05:00pm

참여작가_김보중_송창_이흥덕

갤러리 스케이프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0-10 MJ 빌딩 3층 Tel. 02_3143_4675

현 사회는 이미지 홍수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로 들어서면서, 인터넷부터 디지털 기계 등이 확산됨에 따라 이미지의 조작 및 변형이 용이해지며 또 다른 이미지 사회를 구축하고 있다. ● 그 와중에 우리는 여전히 '수공적'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아름다움을 느낀다. 회화, 만화, 일러스트 등의 수공적 아름다움은 여전하다. 그러나 그 매체가 가지고 있는 형식이 현 디지털 사회에 각광받지 못하며 교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예상외로 심각하다. 나아가 이를 취향의 문제로 국한시키는 것에서부터, 수용과 소통에 있어서의 현대미술 태동기의 문제점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심각한 문제이다. ● 장구한 미술의 역사에서 이미 예견되었듯이 회화는 이제 그 위치를 조금씩 잃어 가는 중이다. 그런 현장에서 이번 전시는 '회화성'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김보중, 송창, 이흥덕의 작품은 이미지 시대를 희롱하거나, 만화적 상상력과 일러스트레이션의 서사구조를 접목한 실험 등을 통해 회화에 관한 수많은 질문과 답을 던진다.

이흥덕_비상구_화포에 유채_31.8×40.9cm_2004

이흥덕 작가는 도시를 은유 하는 환경을 다루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군상들의 모습을 소재로 사용하곤 한다. 불명확한 정황을 전개한 채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모아놓고 있으며, 이흥덕의 관찰로 생생하게 살아난 도심의 풍경들은 거꾸로 매우 귀한 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중산층의 욕망이 묻어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이들의 치장되고 과장된 움직임들을 포착하고, 그것을 한국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주택가에 배치하거나 자신이 직접 가 보았던 카페에 몰아넣음으로써 만들어지는 생경함은 이흥덕 작품의 시각적 즐거움에 분명하다. 또한 전통적인 작화 기법을 고집하면서도 그가 선택한 회화 형식은 늘 대중 기호에 맞추어져 있다. 소소한 생활에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경험을 이미지화 하는데 성공한다.

송창_남한강_캔버스에 유채_454.6×1818cm_2001~2005
송창_복사꽃_장지에 유채_72×137cm_2005

송 창작가의 회화는 너무 낯이 익어서 낯선 회화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 안에 남겨진 흔적은 이미지를 연상함으로써 하나의 간략한 서술기호를 체득한다. 그의 작품은 작가가 무엇을 소재로 삼든 작가의 심상적 대응이다. 그리고 이 대응방식은 대상을 그려놓고 해체하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작가는 화면 안에서 벌어지는, 실재하는 자신의 작업과정과 싸운다. 그것이 송 창에게는 곧 그림이다. 많은 작가들이 이런 싸움을 즐기고 그 안에서 자족한다. 그 또한 그렇다. 그러나 송 창의 이런 부분이 거론되어야 하는 것은 앞서 이야기 한 관자의 입장과 결부되어 하나의 세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마치 장인의 칼 다듬든 것과 같이 자기 완결성은 처음 실용적 가치의 확인에서 출발하지만 다음 과정에서 자신의 질서가 용납하는 미적 체험 안에서 완성된다.

김보중_야경_장지에 콘테, 목탄_40호_2005
김보중_야경_장지에 콘테, 아크릴 채색_210×150cm_2004

김보중 작가는 회화가 가진 영원한 테제인 삶의 진정성에 대해 쉼없는 질문을 자신의 작품으로 취한다. 작가는, 그렇게 표현한 바 없었지만, 근대적 주관주의에 대한 오해와 무지에서 발생한 혐오 개념인 '주체'를 그림으로 표현한다. 나를 의심함으로써 '나'를 통해 다다를 수 없는 세계를 알기 때문에 주체를 반성하는 것이다. 그가 우리에게 낯설게 드러낸 숲 이미지나 갑자기 등장하는 비행기 그림은 그렇게 귀속된 관계 없이도 이미 있는 실체들을 나열함으로써 주체와 실체의 혼란스러운 경계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 모든 소재들은 공교롭게도 작가가 직접 현장에서 보았던 실체들일 뿐이다. 그 사이의 시공간은 작가와 감상자에게 실체와 주체의 물음을 자연스럽게 질문할 수 있도록 열려져 버린 것이다. ● 이러한 특징을 가진 작품을 통해 우리는 반대로 많은 의문점과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다. 소재면에서, 주제면에서, 그리고 작업 방식에 관해서 작가들이 가진 해결점과 비판되는 점 등을 이야기 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전시의 큰 테제인 '회화의 길을 묻는' 문제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회화는 서술적인 옛 방식을 무거운 외투처럼 벗어놓은 지 오래고 그렇다고 쉬운 소통과 방법을 선뜻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꽉 막힌 벽에 놓여있는 현실이며 그런 현장에서 이번 전시의 선상을 되짚어보고 반성할 수도 있겠다. ■ 이섭

Vol.20051120c | 회화, 길을 묻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