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D SONG FROM ENIGMA

장미라 사진展   2005_1123 ▶︎ 2005_1129

장미라_odd song from enigma 08_디지털 실버프린트_120×89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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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123_수요일_05:00pm

갤러리 룩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 인덕빌딩 3층 Tel. 02_720_8488

텅 빈 시간들이 있었다. 진실은 잔인하였고, 그 잔인함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음을 알고 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느낌. 끊임없이 반복되는 내부의 소음과 이미지들. 인연, 삶이 우연(과 필연) 그 자체라고 생각하면서 탄생도 죽음도 그리 무겁게 다가오지 않게 되었다. 삶은 지극히 단순하게 가벼워질 필요가 있었다. 필요하지도 않은 걸 갈망하느라 허비되고 있는 삶 속에 감추어진 신비로운 비밀, 사랑. 모든 것이 사랑 때문이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든지 끝이었든지 상관없이 시작과 끝, 그 모두는 사랑 때문이었다. 사랑 이외에 할 수 있는 건 없다. 의미 있는 것도 없다. 모든 것이 하찮을 뿐, 가장 좋은 것조차도. LOVE OR NOTHING ■ 장미라

장미라_odd song from enigma 23_디지털 실버프린트_60×90cm_2005
장미라_odd song from enigma 10_디지털 실버프린트_120×89cm_2005

장미라의 레드 다이어리 ● 섹스는 어디에든 기생한다. 신문, 잡지, 라디오, 텔레비전 드라마, 그리고 심지어 미술관까지 섹스는 이미 뿌리를 내린 지 오래다. 이 기생 생물은 호기심을 자양분 삼아 번식을 거듭한다. 그리고 상업적 목적과 부합되어 포장되고 유통된다. 이제 우리는 그것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 남녀노소, 지위계급을 차별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엄습하는 어쩌면 가장 민주적인 이 섹스라는 존재 앞에서 사람들은 줄곧 사회적 통념, 도덕, 금기의 가면 뒤에 숨어 위선적인 얼굴을 만들어 보인다. 노골적이지만 좀 더 솔직한 맨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은 어디 없을까? ● 인사동에서 만난 장미라는 그런 점에서 신선한 충격이다. 노랗게 물들인 풍성한 파마 머리에 청바지 그리고 단정한 티셔츠를 즐겨 입는 장미라는 평소 글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장미라의 작업은 사진으로 써 내려간 일기장과 같다. 허구나 연출 없이 솔직하게 벌거벗은 모습이 그대로 노출된다. 리얼리티 쇼와 같은 생생함, 다큐멘터리 같은 진지함 앞에 쾌락의 장소이자 타락의 장소였던 육체는 어느덧 음지에서 양지로 금기에서 표현의 도구로 자리를 옮긴다. 장미라의 당당한 표현 속에서 어떤 창피함이나 사회적 터부의 경계는 그려지지 않는다. 왕성한 호기심에 그의 빨간색 일기장을 열어 보았다.

장미라_odd song from enigma 02_디지털 실버프린트_80×120cm_2005
장미라_odd song from enigma 03_디지털 실버프린트_87.5×120cm_2005

홍등가 쇼윈도 스트립 걸처럼 서서히 벗겨지는 여자의 몸, 발가벗은 가슴, 배, 음부, 다리, 발을 개별적으로 클로즈업한 파편화된 육체, 한껏 발기한 유두, 스탠드 위에 급하게 던져진 브래지어, 크레셴도를 넘어 사정을 마친 남자의 축 늘어진 몸, 붉은 색 조명의 복도, 그리고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남녀의 공허한 모습으로 이어지기까지 숨죽이며 지켜본 장미라의 사진은 이미 충분히 자극적인 포르노그라피이다. 붉은 색 톤의 화면이 발하는 후끈한 열기는 이 모든 장면들이 연출이 아니라는 사실로 더욱 뜨거워진다. 그러나 끈적거리는 탐욕과 훔쳐보기의 긴장은 이미 사라진 뒤다. 질투, 부러움, 소유욕, 지배욕 등 인간의 욕망과 욕심은 이미 사정과 함께 쪼그라들고, 대신 나른한 평온과 무신경, 무감각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 장미라에게 있어 섹스는 더 이상 터부가 아니다. 자신의 슬픔과 기쁨, 고뇌와 희망을 표현하기 위한 한편의 시이다. 그리고 그의 몸은 삶의 기억과 시간이 녹아 든 다양한 의미복합체이다. 결코 단순한 응시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그는 거리낌 없이 자신의 알몸을 관객의 시선 속으로 던져 넣으며 관객의 관음증을 충족시킨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의 가면을 보기 좋게 벗겨 버린다. 가면이 벗겨진 관객은 비로소 자극적인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육감적이고 유혹적인 장미라의 사진이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의미해석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를 돕기 위해 장미라는 텍스트를 사용한다. 「Paradise Lost」, 「Whenever All Over I Shit on Your Territory」, 「All Day I Dream about Sex」, 「I am Still Bleeding」과 같은 텍스트는 이미지와 함께 병치되며 새로운 의미를 띄게 되고 이미지 또한 텍스트로 인해 새로운 해석의 기회를 얻게 된다.

장미라_odd song from enigma 04_디지털 실버프린트_120×80cm_2005
장미라_odd song from enigma 16_디지털 실버프린트_60×90cm_2005

이번 전시는 장미라 자신의 일상의 단편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사진전이다. 혹자에게는 은밀한 치부를 폭로하는 사건일 수도 있고, 넘어서는 안 되는 금기를 넘어선 도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사람도 남의 일기장을 보며 욕할 자격은 없다. 장미라의 솔직함과 당당함 앞에 포르노그라피인가의 논란이나 표현의 수위와 같은 잣대를 거두자. 필자는 그의 노트 중 "순수함은 눈에 띄는 옷을 입고 있지 않다."라는 문구를 좋아한다. 순수하기 위해서, 가식의 가면을 벗어버리기 위해서, 어쩌면 벌거벗을 만한 용기가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음 질문에 솔직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은 예술 속 섹스를 보며 발기하는가? ■ 이대형

Vol.20051123c | 장미라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