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얹혀서

심상만 사진展   2005_1123 ▶︎ 2005_1129

심상만_B&W_흑백인화_120×120cm

초대일시_2005_1123_수요일_06:00pm

퍼포먼스_결을 위한 몸짓 - 마임니스트 유진규

인사아트센터 제3전시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02_736_1020

심 상 만 - 물의 외부와 내부 ● 심상만은 물을 바라보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 이 같다. 그의 사진은 내려다 본 물/수면의 내부와 외부를 동시에 보여준다. 가능한 수면 근처로 시선을 낮추고 납작하게 물을 전면적으로 노출시킨 이 사진의 표면 위로 흑백 색상의 미묘한 변주들이 음향처럼 퍼져나간다. 그것은 물의 피부이자 내장이며 겉이자 속이다. 그런가하면 물의 경계는 늘 그와 맞닿은 공간의 투사로 울울하다. 수면은 다름 아닌 하늘이고 숲이고 나무며 바람과 공기의 몸이자 내 몸이기도 하고 그런가하면 그 안쪽으로 깊게 드리운 바닥들을 투명하게 길어 올려 그 자체가 되었다. 수면은 위와 아래가 동시에 한 입으로 벌어져있다. 그 모습을 질리지도 않게 오래보고 또 본 자의 시선과 기록, 마음이 이 사진들이다. 그러니까 이 사진은 수면을 보여주지만 기실 그를 빌어 작가의 마음과 눈에 대한 고백이다. 이 고백은 자연현상에 대한 경외를 한축으로 하면서 동시에 흑백사진의 구성과 색조로 인한 형식적 미감의 극대치를 두르고 있다. 회화적인 사진이고 시적이기도 하며 명상적인 사진이다. 그런가하면 사진은 본질적으로 '레디메이드'라 작가는 주어진 대상이 자진해서, 수시로 무궁무진하게 돌변하고 그 모든 것들을 투사해내는 물이란 '레디메이드이미지'를 대상으로 끌어들여 찍었다. 그렇지만 분명 심상만의 사진에는 물을 좋아하고 바라보는 것을 즐기는 자의 낙(樂)이 서려있다. 공자는 물에서 즐거움을 발견한 이다. 그의 말을 기록한 논어에 의하면 지혜로운 자는 물에서 즐거움을 찾고 활달하며 즐겁다고 한다.

심상만_B&W_흑백인화_120×120cm
심상만_B&W_흑백인화_120×120cm

물은 아래로 흘러가며 항상 고요하다. 그리고 살아있지 않은 어떤 것이 스스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 또한 물의 가장 매혹적인 특성이다. 그런가하면 물은 부드럽고 약하며 단단하고 강한 것에 양보한다. 그러니까 물은 항상 양보하고 결코 다투지 않으며 저항을 최소화하는 길을 따른다. 아울러 물은 수용하는 어떠한 형태든 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물은 길에 놓인 어떤 장애도 극복하고 돌도 닳게 한다. 노자는 물이 지닌 이 무위의 이로움을 처음 발견한 이다. 나로서는 심상만이 물을 보는 관점, 시선에서 동양문화의 물에 대한 전통적 사유의 한 편린들을 접한다. ● 잔잔하고 고요하게 흔들리는 수면, 미세한 파문을 일으키며 끝없이 흘러가는 물이 화면 가득 채워져 있다. 순간 사진은 돌연 영상적으로, 시간의 흐름으로 다가온다. 이 영원하고 앞으로도 무궁할,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의 순환을 보여주는 사진은 비록 협소하고 옹색한 프레임 안으로 들어와 잠시 멈췄지만 그 프레임 밖으로 또한 빠져나간다. 지속해서 출렁이고 유동하며 흔들리다가 어디론가 가버리는 시간의 이미지다.

심상만_B&W_흑백인화_120×120cm
심상만_B&W_흑백인화_120×120cm

심상만은 또한 물의 다양한 표정, 육체를 보여준다. 가볍고 투명한가 하면 어둡고 음습하며 끈적거린다. 물의 질료화, 물의 뒤척임이 있는가 하면 수면에 비친 온갖 이미지와 잔상들 역시 아른거린다. 한 얼굴에 또 다른 얼굴들이 몇 겹으로 포개져있다. 한 화면에 여러 공간이 스며들어 있다. 납작한 인화지 평면에 알 수 없는 깊이가 마냥 아른거린다. 보는 이의 시선과 마음을 마냥 홀린다. 다시 수면을 주의해서 바라보면 태양광선이 비늘처럼 파득거리고 바람의 숨결이 그 위로 덮치고 바닥에 깔린 자잘한 돌멩이들은 주검처럼 엎드려있거나 물의 내부와 외부에 모호한 형상, 기이한 긴장감을 칼처럼 겨누고 있다. 물에 잠긴 돌의 윤곽과 모서리들은 드러났다가 잠겼다를 반복한다. 간혹 인공구조물, 계단이나 시멘트바닥, 물가와 맞닿아있는 경계가 그가 아울러 주목한 지점이다. 물과 다른 사물이 만나 그 주변에 만들어진 우연적인 때, 흔적과 그로인해 물의 방향이 달라지는 경로들을 보여준다. 물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물의 내, 외부가 만나 이룬 풍경이다.

심상만_B&W_흑백인화_120×120cm
심상만_B&W_흑백인화_120×120cm

물은 고요하고 맑을 때 만물을 비춘다. 고대사회에서는 물이 담긴 용기는 종교 의식에서 거울로 쓰였다. 물이 바로 최초의 거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고요할 때 침전함으로써 자체를 공허하게 하고, 그럼으로써 반영할 수 있게 되는 물의 능력은 흔히 사람의 마음에 비유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물을 바라본다는 것은 우주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일이자 자기 마음을 은연중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물이 고요할 때 사람의 수염과 눈썹을 또렷하게 비춘다. 성인의 마음이 맑으면 그것은 하늘과 땅의 거울이 되고 만물의 거울이 된다. 비어 있고 고요하며 무미건조하고 담담하며 조용하고 특색이 없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표준으로 하는 행동하는 하늘과 땅의 척도이고 도와 덕의 장점이다. "(장자 잡편) ● 물은 끊임없이 흘러간다. 그것은 동체(動體)이며 연속성의 상징이다. 알다시피 중국 산수화에서는 우주를 간략하게 표현하기 위해 산과 강을 소재로 삼았으며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물에 대해 심사숙고했던 것이다. 하염없이 물을 바라보고 그 물에 배를 띄웠으며 발을 담궜던 것이다. 그 산과 강(물)은 자연의 영원성과 변화를 암시한다. 그런가하면 산수화 안에는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을 알리는 동시에 산과 강이 풍경에 의해 상징된 우주 안에 한 사람을 묘사함으로써 피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또한 알리고 있다. 심상만의 사진을 보면서 그 동양 산수화가 생각나고 그로인해 나는 시간의 흐름과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유한함과 소멸 등을 또한 하염없이 떠올려본다. ■ 박영택

Vol.20051123d | 심상만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