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砂原

김윤수 개인展   2005_1123 ▶︎ 2005_1204

김윤수_바람의 강_비닐 쌓기_2005

초대일시_2005_1123_수요일_05:00pm

갤러리 도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55-1 2층 Tel. 02_735_4678

무한의 풍경 ● 사막은 거울이다. 무한의 눈을 감지 못하는 거울이다. 거기에는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막에는 모든 것이 미끄러진다. 모래는 대지에 귀착되지 않으며 언덕은 언덕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막이 무수한 모래의 반복으로 이루어져있듯이 김윤수의 오브제는 바로크적인 반복을 통해서 무늬를 잃고 풍경을 얻는다. 김윤수의 말처럼「바람의 砂原」의 비닐 오리기 작업은 '하얀 無의 공간 위를 부유하는 섬과도 같아'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거꾸로 푸른 사막 위를 부유하는 無의 이미지 일 수도 있다. 그 無의 이미지는 '~은 ~이다/아니다'라는 분명한 명제로 출발한 이후부터는 계속 '그리고'를 겹치면서 진행되는 독일어 문장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 문장은 한 페이지 두 페이지를 넘겨도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 그리고, '그리고…그리고…그리고…'를 계속 겹쳐 나가면서 초기의 명제는 사라진다. 바로 이것이 김윤수의 바로크적 반복을 이루게 하는 힘이다. 그 바로크적 풍경 앞에서 우리는 미니멀을 지나 무한의 풍경에 사로잡히게 된다.

김윤수_바람의 강 부분
김윤수_바람의 강 부분

그리고 우리는 그 풍경 위에서 다시 이렇게 물어야 할 것이다. '의미는 어디에 자리잡고 있는가?' 그리고 이어서 우리는 다시 오지 않을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풍경 역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람의 砂原」이란 이 번 전시의 주제가 말해 주듯이 그것은 '근원'이자 '들판'이며, '허용'이다. 김윤수가 펼쳐 놓은 이 유목적 풍경에서 우리는 어쩌면 길을 잃고 있는 자아인지도 모른다. '수평선은 하나의 불사신의 시선'이라고 노래한 건 최승호다. 그러나 김윤수는 그 수평선을 반복해서 풍경을 무한으로 이끈다. 김윤수의「뱀의 활」은 이 수평선에 대한 매혹을 말해준다. "뱀이란 동물은 거추장스러운 팔과 다리를 떨어내고 몸통만을 지니고 있다. 머리와 몸통과 꼬리가 수평구조로 되어있는 이 동물은 온몸이 마음이고, 온몸이 수족이 되어 세상을 만지는 호연한 동물이 아닌가 싶다"―김윤수 ● 나는 이 작가의 말을 읽으며 문득 허수경의 시를 떠올렸다. 저 뱀도 맘이 아파, 왜? 몸이 다리잖아요 자궁까지 다리잖아요 그럼, 얼굴은 뭘까? 사랑이었을까요...... 아하 사랑! 마음이 빗장을 거는 그 소리, 사랑! ―「흰 꿈 한 꿈」중에서

김윤수_바람의 강 부분
김윤수_바람의 강 부분

김윤수는 또 이어서 얘기한다. "수직구조인 사람에게 발은 가장 하위에 있으며 죽음의 상태일 때 비로서 머리와 평등하게 놓여지게 된다." 결국 김윤수에게 있어 심연의 매혹은 무한을 꿈꾸는 선, 수평선에 의해 발화된 담론이었던 것이다. 골판지 작업에서는 수평선을 감고, 비닐 오리기 작업에서는 수평선을 겹치면서 김윤수는 다시 오지 않을 아름다움에 대해, 그 무한의 풍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김윤수_바람의 강 부분
뱀의 활_비닐 쌓기_3×87×232cm_2005

우주에 대한 여러 가설 중에는 우주는 유한하지만 경계가 없는 3차원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러한「유한 무경계 3차원우주」에서는「유한 유경계 3차원 우주」처럼 안이나 바깥, 중심이나 끝의 개념이 성립하지 않는다. 나는「유한 무경계 3차원 우주」가, 전후, 좌우, 상하로 무한히 펼쳐져 있는「무한 3차원 우주」보다 더 무한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상한 순환 논리에 빠진 것 같지만 수평선이 '불사신의 시선'을 갖고 있다면 나는 이 우주의 끝에서 내 얼굴을 봐버릴 것만 같다. 그 불사신의 시선을. ● 나는 김윤수의『바람의 砂原』전에서, 그 무한한 겹침의 공간에서, 나는 김윤수가 쳐놓은 '응시의 덫'에 걸려버렸다는 걸 알아챘다. 결국 나도 내가 보고있는 저 대상과 끝까지 만나지 못하고 되돌아오는 유희를 계속해야 할 것이다. 거기서 우리는 우리가 만났어야 할 혹은, 만나고자 했던 대상의 무수한 대체물과 마주치며 '응시의 덫'을 장식하게 될 것이다. ■ 함성호

Vol.20051125c | 김윤수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