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접지점: 아시아가 만나다

주최 및 주관_광주문화예술진흥위원회   2005_1201 ▶︎ 2005_1227

이상엽_트랜스젠더 노천 칵테일바_방콕-태국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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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201_목요일_03:00pm

참여작가 한국_김수남_김지연_김현희_나경택_노순택_박경주_백지순_성남훈_이상엽_광주대학교 보도사진 연구회_선녀와 나무꾼_이주노동자방송국 ○ 말레이시아_샴샤린 샴수딘 ○ 방글라데시_샤히둘 알람_야스민 카비르 ○ 베트남_도안 꽁 띤_라이 반 씽_럼 떤 따이_응웬 비엣 타인_응웬 씨 쭝_응웬 트우억_즈엉 딴 퐁_판 후엔 트 ○ 일본_구와바라 시세이_엔도 다이스케 ○ 중국_롱 마치 ○ 태국_수티라트 수파파린야 ○ 필리핀_닐 다자

후원 광주광역시_문화관광부_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참여작가 좌담회 2005_1201_목요일_01:00~02:30pm 우리는 아시아를 어떻게 보는가 / 사회_양은희

전시관련문의 광주문화예술진흥위원회_Tel. 062-381-2238 / 382-2238

(구)전라남도 도청별관 1, 2층_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정지 전남 광주 동구 광산동 13번지 Tel. 062_227_2239

1990년대 중반 한국사회에 불어온 글로벌리즘은 IMF의 통제시기를 거치면서 세계화와 민족주의간의 균형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따라서 어느 때 보다도 우리와 인접한 문화권들과 연대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으며, 결국 아시아라는 지리적 운명의 틀을 다시 보고자하는 노력들이 개진되고 있다. 미국이 안보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축으로 당연시되던 시대가 점차 사라지고, 새로운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과, 이웃이면서도 언제 다시 과거사로 갈등을 촉발할지 모르는 일본 사이에서 한국은 새로운 생존의 패러다임을 짜야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맞고 있다. ● 그러나 새로운 생존 또는 존재를 위한 변화는 한국에만 불고 있지 않다. 한때 우리의 우방이었던 그러나 우리가 마음의 불편함을 무릅쓰고 외교관계를 포기해야 했던 타이완에도 새롭게 권력을 키우면서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강요하는 중국공산당에 대항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졌다. 역사적으로 중국, 프랑스, 일본, 미국과 민족과 국가의 운명을 걸고 20세기 내내 전쟁을 치러온 베트남은 사회주의를 고수하면서도 경제적 개방을 개시한 중국의 모델을 차용해 발빠르게 외국의 자본을 유치하며 새로운 민족중흥을 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통적으로 침략적이었던 이웃이자 동료인 중국의 행보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아시아금융위기를 겪었던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국가도 미국식 신자유주의 시장의 피해를 입었던 아픈 기억을 되새기며 아시아 국가 간의 연대에 중요성을 두고 있다. 우리는 결국 이웃이 아닌가.

김수남_중국 귀주성 칭먀오 축제_1990

유럽의 제국주의적 세계사가 만들어 낸 단어, 아시아는 언제부턴가 지나치게 다양한 문화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터키에서 일본까지,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대륙, 아프리카를 제외한 그 사이의 많은 영토가 이 단어에 포함된다. 그러면 아시아라는 개념은 유럽의 이기적 인식 체계의 불가피한 운명적 산물이다. ● 그렇게 수입된 유럽의 "아시아" 개념도 근대를 지나면서 서구열강의 침략에 맞서야 했던 아시아 각국에서 다른 의미로 변화한다. 중국의 학자 왕후이는 이런 아시아라는 개념의 계보를 정리하면서 동아시아의 경우를 예로 들더라도 나라마다 이 단어에 대한 상상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일본이 제국주의를 표방하던 19세기말-20세기 초에 '대동아공영권'을 주장하면서 식민주의의 대상으로 본 아시아가 한 예이다. 연대가 아닌 침략과 세력 확산의 대상으로 본 것이다. 이에 대한 비판으로 중국의 쑨 즁샨은 "대아시아주의"라는 강연을 통해 일본인에게 다원적인 문화의 집합체로서의 아시아를 강조하면서 침략이 아닌 "인의도덕"을 기초로 한 민족연합의 필요성을 주창한다. 이는 일본의 '대동아주의'에 간접적인 비판을 가하면서 민족국가들을 뛰어넘는 아시아의 연대를 말하고자 한 것이다.

샴샤린 샴수딘_타이푸삼 축제_말레이시아_2002

왕후이가 서술하는 아시아 개념의 계보사에서 우리는 궁극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연대와 협력을 추구하면서도 그의 관점은 중화사상에 집착하는 중국학자의 면모를 그대로 볼 수 있다. 그는 동아시아에서의 '현대성'의 추구는 필연적으로 중국으로부터 조공관계에서 분리되어 나오는 과정과 일맥상통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아시아의 근대민족주의와 현대화는 중화제국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주변'의 독립을 추구하는 과정과 불가분이라는 것이다. 현대사에서 중국보다 일본과 더 많은 갈등과 충돌을 겪었던 한국의 입장에서는 과연 그럴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는 계속해서 중국은 레닌을 비롯한 유럽인이 중국에서 발견했던 야만적인, 낙후한 과거의 제국을 탈피하여 혁명을 통해 새로운 신흥국가를 이루어 갔다고 주장한다. ● 일본학자 마에다 나오모리를 비롯한 일련의 일본인들 역시 일본 중심의 관점을 추구한다. 중국, 인도는 독립된 세계이자 문화권이고, 한국은 만주, 베트남으로 이어지는 중국문화권에 속하는 반면에, 일본은 이런 중국 중심의 문화권에 속하지 않는다는 관점이다. 일본의 탈아시아주의는 해양국가라는 지리적 특성과 일찍이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여 제국으로 성장한 자부심을 합리화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 이런 몇 가지 관점은 아시아라는 개념이 민족주의나 제국주의같은 목적을 합리화하는 대상으로 부단히 사용되어 왔다는 증거의 일부일 뿐이다. 마치 유럽이 과거에 그러했듯이. 따라서 '아시아'는 담론의 주체와 시대에 따라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사용되어온 역사적 개념이며, 그 개념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현재 우리가 처한 아시아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성남훈_아프가니스탄_2001

아시아의 작가들은 이런 시대를 어떻게 보고 기록하고 있는가. 이 전시는 여러 나라에서 자국 또는 이웃 문화에 내재한 문제들을 때로는 고집스럽게 때로는 운명처럼 다루는 사진, 영상작가들을 한 자리에 모아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함으로서 현재의 아시아를 점검하는 장이다. 우리가 이웃을 염두에 두던 그러지 않던 간에 우리는 공통점과 차이점에 따라 서로를 확인한다. 그 확인의 지점에서 수긍할 수 있는 지점을 "연접지점"이라고 보고, 여러 작가들을 초대하였다. ● 한 문화와 또 다른 문화가 만나는 지점, 즉 연접지점은 순응의 지점일 수도 있고 갈등을 일으키고 힘이 충돌하는 위계, 권력구조의 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전시의 '연접지점'은 추상적인 개념, 이데올로기를 실현하는 야망의 장으로서의 '아시아'가 아니라 유기적인 삶의 경험을 위해 공존을 수용하는 장이다. ● 아시아인의 삶이라는 종합적 경험을 포착하기 위해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선을 타파하고자 했다. 이 운명적인 지대에 사는 민중의 생활을 다룬 여러 사진, 영상물을 선별해서, 이해되기 쉽게 심리적 경험의 장, 그리고 다른 문화에서 자신의 문화를 읽는 이미지제작자들의 눈을 통해 나온 작품들을 통해 이웃과 연결되는 장을 만들고자 했다.

백지순_인도네시아 미낭카우바족, 데위의 결혼식날 신랑집의 피로연에는 신부의 여자 친척들만 참석한다_2002

이번 전시는 6개의 주제--'제의, 관습, 축제,' '아시아의 여성,' '재해, 전쟁 그리고 생존,' '메트로폴리스,' '특별전: 베트남,' '이주자들 (한국 속의 아시아)'--를 통해 아시아인의 삶, 아시아 여러 문화의 단면을 살펴본다. ● 먼저, '제의, 관습, 축제'는 시각인류학적으로 기록한 의식주를 해결하는 관습 (수티라트 수파파린야)부터, 밤새워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삶을 축하하는 축제와 일상의 모습 (샴샤린 샴수딘), 중국 동족의 특별한 소리의식 (김수남), 필리핀의 죽음에 대한 관습 (닐 다자)까지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 두 번째 주제인'아시아의 여성'은 고대부터 모계사회를 구축한 부족들의 모습 (백지순), 중국의 사라져간 전족문화의 마지막 세대 할머니들 (노순택), 사라져가는 생활의 장소들-재래시장과 기차역-을 기록한 사진 (김지연), 그리고 장애와 가난을 딛고 살아가는 베트남 여성의 이야기 (판 후옌 투) 등 아시아 여성의 다면적 모습을 담는다. 많은 아시아의 여성이 제도와 성적 편견 때문에 생과 사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는 현실에서 여성의 꿋꿋한 자기실현의 모습을 보여준다. ● '재해, 전쟁 그리고 생존'은 내전과 전쟁, 민주화 운동 등 정당한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살아남은 수많은 아시아인들의 삶과 극복을 다룬다. 방글라데시의 난민들 (샤히둘 알람), 자식을 읽고 광인이 되어버린 말레이시아의 어머니 (야스민 카비르), 아프카니스탄의 난민 (성남훈), 광주의 5.18 장면 (나경택), 억압과 탄압을 이기고 살아남은 러시아의 고려인 (김현희) 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작업들이다. 지진, 해일, 내전, 분쟁 등 많은 자연적, 정치적 재난이 유난히 많은 아시아의 모습을 모았다. ● '메트로폴리스'는 서울, 토쿄, 샹하이 등 수천만이 사는 거대 도시에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이유로 보금자리를 마련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포착하며, 이와 함께 이들이 겪는 환경오염, 주거 환경, 빈부의 격차 등의 문제(를)들을 다룬다. 이스탄불에서 샹하이까지 다양한 도시인의 삶 (이상엽), 도시로 유입한 노동자 이야기 (야스민 카비르), 마닐라의 거리 풍경 (닐 다자), 토쿄의 무숙자들의 생활과 제도에 대한 반발 (엔도 다이스케), 서울 청계천의 모습 (구와바라 시세이)을 선보인다.

샤히둘 알람_홍수가 난 후 밀가루 배급을 기다리면서_방글라데시_1988

'특별전: 베트남 1965-2005'은 종전 30년을 맞은 베트남의 현재의 모습을 과거의 역사, 문화와 연계시켜 다룬다. 무엇보다도 베트남전 종전 사진가들 3인--도안 콩 띤(Doan Cong Tinh), 즈엉 탄 퐁 (Duong Thanh Phong) , 란 떤 따이 (Lan Tan Tai)--의 작업을 통해 전쟁, 생존, 고통 속에서 삶을 꿈꾸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고, 1975년 전쟁이 끝난 후, 평화의 시대에 닥친 고민과 과제들을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가 (비에트 탄 Viet Thanh)를 보여주고자 했다. 대부분의 작품이 한국에서 처음 공개되는 이 특별전은 최근 교류의 물꼬가 트인 베트남과 한국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같이 전시되는 베트남 영화감독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전쟁의 기억과 흔적을 잘 보여준다 (베트남 작가들에 관해서는 이 도록에 실린 비에트 반의 글을 참조하시오). ● 마지막으로'이주자들: 한국 속의 아시아'는 국내, 광주 전남지역에 이주한 아시아 각국의 이주자와 한국인의 만남, 교류, 상호이해, 우정을 쌓아 가는 모습을 다룬 사진, 영상, 자료를 전시한다. 한국의 노동 시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모습과 그들의 고민 (박경주), 전남, 광주 지역으로 시집을 온 아시아의 며느리들의 한국문화, 정서 적응 과정 (선녀와 나무꾼), 7000명에 가까운 전남, 광주 지역의 이주자의 일상 기록 (광주대학교 보도사진 연구회) 과 함께 이주자들을 연결하는 프로그램들을 함께 전시한다.

즈엉 딴 퐁_구치 터널을 파는 게릴라_베트남_1965

여기에 모인 우리와 이웃의 모습이 아시아이다. 관광, 대중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여과된, 구축된 아시아가 아니라, 그 이국적이며 아름다운 미소 이면에 있는 현실의 모습(들)을 담고자 했다. 다큐멘터리와 기록, 인상과 기억. 이들 작가들이 취하는 접근 방법은 다양하다. 그리고 그들에게 '아시아'라는 화두는 없을 수도 있다. 자신이 관심을 가진 지역에 초점을 맞추는 것, 그것이 결국 '우리'의 아시아의 바탕이 된다는 너무나 단순한 사실을 바탕으로 이 전시는 출발했다. 이 전시가 다른 연접지점에서 또 다시 우리의 아시아를 볼 수 있는 기회의 발판이 되기를 바라면서. ■ 양은희

Vol.20051202b | 연접지점: 아시아가 만나다-사진영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