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를 위한 오마주

김제민 개인展   2005_1205 ▶︎ 2005_1217

김제민_약한 잡초 생명력 기르기_에칭_45×30cm_2005

초대일시_2005_1205_월요일_04:00pm

입시 관계로 6, 7일 양일간은 휴관합니다.

우석홀 갤러리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 56-1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50동 Tel. 02_880_7471

자연 본연의 상태는 공존이다. 가령 1 평방미터의 땅을 살펴보아도 그 안에는 나무처럼 큰 것에서부터 관목, 넝쿨, 풀, 이끼, 새, 설치류, 개미, 진딧물,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생명체들이 같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공존하고 있다. 물론 생존을 위해 먹이나 경쟁상대를 해하기도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자연은 언제나 평형을 유지하고 있다. 온갖 종들이 혼재하며 공존하는 자연의 상태와 대조적인 것은 한가지 작물 만을 심어 놓고 다른 것들은 농약이나 제초제로 싹 죽여버린 단일경작(monoculture)의 상태이다. 잡풀이 하나도 없는 잘 정돈된 잔디밭은 내가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인공적인 것이고 결벽증적인 것이다.

김제민_Growth_드라이 포인트_30.2×45cm_2005
김제민_잡초 끈질긴 생명력 기르기_에칭_33×45cm_2005

인간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순수한 것을 지향하곤 한다. 순수한 것을 추구할 뿐 만 아니라, 자신이 순수하다는 착각 속에 빠져 산다. 특히 한국인들은 더욱 그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사와 과학은 절대 그렇지 않음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한국처럼 소위 '단일한' 민족도 수천 년간 다양한 민족과 문화권과 혼합되어 왔으며, 모든 인간은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유전자의 다양성, 그리고 종의 다양성 덕분에 멸종되지 않고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순수하거나 단일하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의 관념 속에나 있는 허구적인 개념이다. 순수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심한 경우 파시즘의 대량학살로 이어진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배웠다. 그러므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단일하고 순수한 것이 아니라, 다양함 속의 공존과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작업은 바로 이런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며, 그러한 내용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진행된다.

김제민_약한 잡초 생명력 기르기_에칭, 판화_35.5×45cm_2005
김제민_草力鍛鍊(초력단련)_종이에 연필과 수채화_18×26cm_2005

마치 두 개의 상이한 집단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대치 (Confrontation, 2005)」라는 작업은 단일 경작으로 구성된 콩밭과 그 바로 옆에 위치한 방치 상태의 잡초 밭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를 통하여 단일한 것과 다양한 것 사이의 긴장 관계를 의인화하여 보여준다. 그리고 두 집단의 경계선에는 마치 전쟁에서 희생된 것과 같은, 제초제에 희생된 말라 죽은 식물의 조각들이 땅에 널려 있다. 본인은 식물 연작을 통해 인간의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김제민_대치 (Confrontation)_디지털 프린트_2005
김제민_명품종 루이비통난_한지에 수묵_25×35cm_2005

식물은 지구상에 산소를 공급할 뿐 만 아니라, 동물이 섭취하는 에너지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자연의 필수 불가결한 일부분이다. 또한 식물은 다양한 기능적인 측면 외에 관상, 또는 미학적인 기능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식물은 인간과는 다른 시간의 차원 속에서 살고 있기는 하지만, 인간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생명체이기 때문에 그 모습이나 살아가는 방식에서 인간에게 많은 영감이나 교훈을 주기도 한다. 전통 한국화의 사군자도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제민_Heterogeneous-America_목판화_119×79cm_2005

나는 이 모든 특성을 감안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행태나 단상들을 식물의 의인화를 통하여 보여주고자 한다. 그러면서, 결코 단순하지도 순수하지도 않은 내 자신의 모습을 작업 속에 담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잡초'는 결국 복잡 다양한 사회 속에서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애쓰고 있는 작가 본인의 자화상인 것이다. ■ 김제민

Vol.20051205c | 김제민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