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ㆍ물ㆍ풍ㆍ경 Still·Life·Land·Scape

황성준 설치 회화展   2005_1209 ▶︎ 2005_1218

황성준_Still Life_캔버스에 유채 및 오브제_각 110×245×80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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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209_금요일_05:00pm

노암갤러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 133번지 Tel. 02_720_2235

「정·물·풍·경 (Still·life·land·scape)」이란 제목으로 황성준 개인전을 갖게 되었습니다. 회화를 전공한 작가는 다양한 매체와 오브제들을 통한 설치 작업들을 선보이면서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작품에 대한 체험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1년여 기간 동안 노암 갤러리의 공간 특성을 고려해서 구상되고, 계획된 전시입니다. ●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가로110, 세로240cm, 높이 80cm 크기로 제작된 3개의 테이블을 만나게 됩니다. 작품 제목은「정물화」이며, 재료는 캔버스에 유채로 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원목으로 이루어진 테이블과 유사하고, 하나는 색이 바래있으며, 하나는 negative, 즉 색이 역전되어 있습니다. 이 3개의 테이블은 테이블이 사실 테이블이 아닙니다. 현대에 와서 예술은 재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존재'라는 의미를 되찾았습니다. 이제 어떤 대상을 지시할 필요도 없으며, 유사함에 의해서 규정될 이유도 없습니다. 파이프를 그려놓고도 파이프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고, 의자와 그 사진, 그리고 의자의 개념이 프린트 되어서 놓이면서 예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작가의 손을 거치면서 일상적인 사물이나 표현물들이 어떻게 현실화되는가 이며, 이렇게 현실화된 것들이 어떤 체험을 갖게 하는가 입니다. 개념적인 놀이를 통한 즐거움, 또는 물질로 이루어진 기호를 대면할 때, 그 지각 작용들로 인한 신선함 등…

황성준_Land Scape_캔버스에 유채 및 오브제_각 150×150cm_2005

작가는 말합니다. "나의 작품에서 근간을 이루는 개념은 '현실화 하기'이다." 작가는 캔버스 천에 나무 무늬를 그린 후, 그 천으로 테이블을 만듭니다. 그래서 테이블은 무척 가볍습니다. 그 위에 놓여진 사과는 테이블을 더 실제 테이블이게 끔 하는 장치입니다. 물론 사과도 실제보다 더 사과 같은 모형입니다. 실제 테이블과 사과를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서 일차적으로 단지 테이블에 놓인 사과로서만 볼 것입니다. 하지만, 전시장에 놓여있다는 이유 때문에 일상적인 사물을 대할 때와는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자 할 것이며, 다른 관심을 갖고 대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작가의 사인을 보게 되고, 그려진 나뭇결을 보게 되면서, 이것이 테이블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대상과 다를 바 없는 모형이라는 점을 즐거워할 것입니다. 또는 다른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물론, 관람자는 이전에 테이블을 사용하고, 사과를 먹어봤어야 하며, 전시장 공간이 지닌 의미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관람자가 전시장에서 작품을 대할 때 그 체험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되던 간에, 작가가 말하고 있는 작품의 '현실화 하기'의 필수적인 요소임에는 분명합니다.

황성준_108인을위한 식탁(부분)_캔버스에 오브제_가변크기_2004
황성준_Still Life(부분)_캔버스에 유채 및 오브제_110×245×80cm_2005

1전시실 벽에는「Spon & Fork Knife」와 「시간 세우기」가 설치됩니다. 「Spon & Fork Knife」는 전시장 한쪽 벽면을 마치 벽화처럼 가득 채워집니다. 작품의 제작 방식은, 우선 오브제들을 일정한 크기의 평면에 재배열한 후, 그 표면을 캔버스 천으로 팽팽하게 덮어 일정 부위를 실루엣으로 드러나게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드러난 오브제의 요철 위에 안료를 묻힌 롤러를 밀어서 이미지를 얻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품에 사용된 오브제들은 "식생활을 위해 필요한 도구를 욕망을 퍼내는 도구로 변환시킨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미니멀 회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시간 세우기」는 12장의 드로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번째 드로잉은 선이 하나 그어져 있고, 두번째 드로잉은 2개의 선이 그려지고, 세번째 드로잉은 3개의 선이 그어져 있고… 열두번째 드로잉은 12개의 선이 빽빽하게 그어져 있습니다. 작가에게 12라는 숫자는 완전한 수로서 순환, 영원회귀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수입니다. 생성의 소멸과 재탄생이라는 끊임없는 순환… 이 작품은 2003년 일본의 아오모리 창작 스튜디오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가할 때 발표했던 작품으로서, 전시를 진행한 큐레이터 Kondo Yuki씨는 "나무의 침묵의 시간"을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려진 선들은 실제로 나무가 서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황성준_시간세우기_연필드로잉_각 61×50cm_2003
황성준_Zing's journey_사진_2004

2전시실은 우측에「Land scape」시리즈가, 좌측 전시실에는「Zing's journey」가 설치됩니다.「Land scape」는 100호 크기의 화폭 2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전시실의「정물화」와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나무판 그림들이 하나의 화폭을 이루는데, 그 나무판 사이에서 초록색 풀들이 솟아나 있습니다. 역시 가짜 풀들로서, 나무판의 가상을 더 실제적이게 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일상이나 숲에서 단지 평범한 대상이 가상의 형식으로 표현됨으로써 더 실제적으로 보이게 되고, 이러한 실제는 기호로서 작동하기 때문에 존재론적인 의미를 획득하게 됩니다.「Zing's journey」는 6년 여전, 그러니까 2000년 1월 1일 대학로에 있는 문화예술회관 전시장(現 아르코 미술관) 에서 열린『Zing의 탄생을 위한 부화상자』전과 연관이 있습니다. Zing은 '웅성거림' '힘' '희망'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지름 140cm 크기의 하얀색 큰 알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때 탄생한 Zing이 짙은 밤색의 방석에 놓여있고, 사방의 벽에는 그 동안 Zing의 여정을 기록한 사진이 필름처럼 연속적으로 채워집니다. 놓여진 큰 알은 계속 쳐다보고 있을 때, 마치 숨쉬는 것처럼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사진으로 기록된 Zing의 여정을 보면, 황량한 겨울 숲이나, 갯벌, 항만, 건설 현장, 쓰레기 처리장, 경주 오능 등 다양한 공간에 놓여져 있습니다. 관람자들은 실제 작은 알의 기억 때문에 Zing이 놓여진 공간의 큰 사물들과 자연물들이 작아지는 인상을 갖게 될 것입니다. 말하자면, Zing은 공간을 실제로 변형시키지 않으면서 적응하는 의인화된 알입니다. 이는 예술에서 실현 가능한 긍정적인 현실화로 볼 수 있습니다. 1전시실의 정물들이 주변과 어우러져서 하나의 장면으로 현실화되는 것처럼, 알이라는 오브제는 일상의 풍경 속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면서 삭막하거나 황량한 공간을 따스하고 푸근하게 만들거나, 일상의 공간을 상상의 공간으로 전이시키면서 또 다른 하나의 장면으로 현실화됩니다. 이것이 이번 전시를 통해서 작가가 보여주는 '현실화 하기'의 2가지 표현 방식입니다. 작가는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가상의 상황을 연출하고 재현해 냄으로써 가상과 실재 사이의 관계를 극대화시키고, 존재에 대한 의미를 작품을 통해서 관객과 교감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무엇보다도 관객의 적극적인 체험을 기다리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 ■ 박순영

Vol.20051209a | 황성준 설치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