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스와핑 금지란 없다

여성과공간문화축제 Vol.3 「화장실」프로젝트   2005_1213 ▶︎ 2005_1218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여성문화예술기획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5_1213_화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보영_김화용_배성미_이미혜_이서경_윤해영_장희선_조정화_조주상_Cui Xui-Wen

총괄 큐레이터_최영숙

주최_(사)여성문화예술기획 후원_문화예술진흥원_(재)서울여성

문의 / 여성문화예술기획_www.femiart.or.kr

서울여성플라자 2층 전시장 및 화장실 서울 동작구 대방동 345-1  

성별화된 배설, 사회적 대장질환 ● 일상의 물리적/관념적 공간을 젠더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기 위한 여성과공간문화축제는 부엌, 결혼식(장)에 이어 세 번째로 "화장실" 공간을 주제화한다. 화장실은 공공의 장소이면서 사적인 볼일을 보장하는 은밀함을 동시에 갖춘 모순의 공간이다. 모든 '금지'된 것들을 은밀하게 거부하거나 반역할 수 있는 동시에 공공장소로서 부가되는 성 정치와 사회적 관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소인 것이다. 화장실은 조루의 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보루, 급전을 위한 은밀한 정보를 제공 받는 등의 음성적 정보들이 유통, 채집되거나, 제도권 내에서 건강하게 해소되지 못한 성적 욕망이 아마추어 춘화형태의 낙서를 통해 배설되기도 한다. 혹은 가장 에로틱한 성애 장소로 꼽히기도 하는 성적 공간의 판타지가 부여되기도 한다. ● 화장실 공간은 단순히 생리적 배설의 욕구만이 아닌, 현대사회의 세련된 감수성 내에서 적절히 포장되지 못하고 변두리로 밀려나 있는 다양한 배설의 욕구들이 고스란히 왜곡되어 포착되는 공간인 것이다. 특히 자유로운 성을 억압하고 한편으론 이를 철저하게 상품화하는 이율배반의 사회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이러한 배설의 행위들은 종종 은밀한 성적 욕망의 해소와 동일시되며, 따라서 배설의 공간인 화장실은 성 담론에서 빗겨갈 수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남과 여, 장애인으로 뚜렷이 구별되어 편성되는 공간적 특성은 종종 다양한 배설의 양상과 표현방식 또한 '성별화'되는 결과를 양산한다.

약 2년간 화장실 낙서를 수집해 온 사진작가 조정화는 화장실 춘화의 표현방식, 즉 욕망의 배설 방식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드러남을 주목한다. 더불어 동성애에 대한 적극적 표현 등 시대적 배경에 따라 화장실 낙서의 소재들도 변화하고 있음이 관찰된다.

여성과공간문화축제 Vol.3 화장실 프로젝트는 화장실 문화가 지닌 "성별화"에 초점을 맞추고, 정형적 성별화로부터 파생되는 성권력이 어떻게 공간권력을 편성하는가를 탐구해 본다. 가령, 대개의 여성은 남성이 소변기에서 볼 일을 보고 있을 경우 화장실 밖으로 나와 기다리지만, 여성이 화장실 이용을 위해 줄을 서고 있을 때 남성이 그 옆에서 쉽게 지퍼를 내리고 소변기를 이용하는 상황은 술집의 남녀공용화장실을 이용해 본 여성이라면 누구나 겼었을 법한 일이다. 사실 화장실의 편의적 성별화는 그런 점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남녀화장실 중 과연 어느 쪽을 이용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하는 트렌스젠더의 사정이나 남녀가 분리되어 있지 않은 것이 일반적인 장애인 화장실의 문제점을 트집잡지 않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제껴 둔다면 말이다. ● 문제는 제도적 성별화가 초래하는 배설방식의 성별화가 낳을 수 있는 흑백논리의 신화이다. "남성의 성역", "여성의 성역"으로 불리는 사회적 물리적 공간들은 성적 성역화를 통해 "남성금지"나 "여성금지"로 이어지는 억압적 구분짓기를 강요한다. 이러한 구분짓기가 심화되면서 결국 성별화된 공간의 정치, 경제적 계급화를 초래한다. 최근까지 국회에 여성용 화장실이 없었다는 점은 대표적인 정치권력의 장이 결국 남성전유의 공간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거시적으로는 중요하고 핵심적인 공간은 남성의 것으로 부차적이고 변두리적인 공간은 여성의 것으로 편성되어 왔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혹은 그 중요도를 떠나 여성들의 공간은 이런 편견에 의해 자연스럽게 하위적 공간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서구사회를 의식한 근대 권력의 청결캠페인에서 여성의 가사 노동은 더욱 합리화 되었고 보건위생과 이에 관한 훈육은 현모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자료출처: "캠페인을 보면 사회가 보인다", 2002, 서울시립대학교 박물관)
조주상의 단편영상 "양성평등"은 주요 표지판의 픽토그램이 가진 성차별적 이미지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애니메이션 기법을 이용한 상상의 대안을 제시한다.
버튼을 힘껏 두드려 남성의 성기를 먼저 발기 시키면 이기게 되어 있는 게임의 양식을 빌어 온 윤해영의 인터렉티브 설치 "맨투맨"은 성기를 둘러싼 남성의 묘한 경쟁심리와 여성의 불가항력적인 공포심을 해소하기 위한 스와핑 액션의 일종이다.
화장실의 다른 이름인 '해우소'가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뜻에 착안, 조형작가 배성미의 "숨쉬는 것들의 독백"은 근심의 교환을 시도한다. 신체의 일부를 접사 촬영한 이미지 위에 아주 작은 글씨로 쓰여진 동시대적 근심의 텍스트들은 확대경을 통해 관음의 형태로 공유된다.

'화장실스와핑'은 이러한 정형적인 성별화의 근저에 위치한 이데올로기들을 전복해 보고자 한다. 남녀 각각의 화장실에서 수집되는 관념적, 물리적으로 성별화된 코드들을 공간적으로 역 위치시킴으로써 발생하는 의도적인 낯선 풍경은 오히려 성별화에 대한 극명한 인식을 촉발할 것이다. 여자 화장실에서 들리는 남자화장실의 사운드를 통한 (그 반대의 경우와 더불어) 일상의 염탐, 남성 관음증을 역공하는 여자들의 시선이 가져올 수 있는 해프닝, 서서 오줌 누는 여자와 앉아서 화장하는 남자가 선사하는 당혹감, 화장실 낙서의 교환을 통한 욕망의 교환, 해우소에 풀어헤쳐진 동시대의 근심거리 교환을 통한 화해모드 시도까지, 화장실스와핑은 단순히 서로 다른 것들의 교환이 아니다. 결코 '교환될 수 없었던 것'들을 교환함으로써 발생하는 상황적 맥락을 공유하면서 사회제도가 이룩해 온 공간계급적 성별화에 대한 반역을 꿈꾸는데 의미가 있다. 화장실 스와핑, 금지란 없다! ■ 최영숙

Vol.20051213b | 화장실 스와핑 금지란 없다-여성과공간문화축제 Vol.3 「화장실」프로젝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