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이 있다

김영경 사진展   2005_1214 ▶︎ 2005_1220

김영경_만석동_디지털 프린트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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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214_수요일_05:00pm

경인미술관 아틀리에 서울 종로구 관훈동 30-1번지 Tel. 02_733_4448 www.kyunginart.co.kr

몇 년의 대학생활과 군대, 그리고 나서 다시 두어 해가 지나 남들보다 조금 늦게 사진을 시작했을 때, 카메라를 들고 간 곳이 나 사는 동네였다. 사실 대학 진학 이후 내가 사는 곳은 내 생활과 무관했고, 집은 그저 잠자리와 아침식사 장소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정작 카메라를 통해 내가 본 곳은 내가 어릴 적부터 살아온 우리 동네였다. 그리고 그 걸음이 이제까지 이어져왔다.

김영경_송림동_디지털 프린트_2003
김영경_송림동_디지털 프린트_2003
김영경_전동_디지털 프린트_2004

처음, 초등학교 다닐 적 친구네 집 가는 길을 거쳐 언덕 꼭대기에 있는 아파트를 돌아 다른 길로 내려왔다. 골목이 훨씬 좁아 보이기는 했지만, 그 사이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이제는 친구가 살지 않는 집도 그대로였다. 어릴 적 놀러 다니던 길에서 시작한 나의 배회는, 이전에는 다닐 일이 없었던 골목들로 채워졌고, 언덕너머 동네, 다시 길 건너 동네로 조금씩 넓어졌다. 마음먹고 반나절씩 돌아다니기도, 아침 식사 전에 두어 시간 돌고 오기도 했고, 때로는 떠오르는 어느 한 곳만 잠깐 다녀오기도 했다. 며칠씩 연이어 가기도, 한동안은 가지 않기도 했다. 그 걸음이 단지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던 것만은 아니었다. 가슴이 갑갑할 때, 바람을 맞고 싶을 때 그 곳을 걸으면 한결 가뿐해졌다.

김영경_화수동_디지털 프린트_2005
김영경_북성동_디지털 프린트_2004

이 동네들도 두어 해 전부터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두 집을 비우고, 빈 집 창이 뜯기고 문이 가로 막히고, 중장비가 투입되어 집을 모조리 부수고, 사방에 담을 치고 들어가지도 못하게 막았다. 늘상 다니던 곳이 이렇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몹시 싫은 일이다. 나의 배회가 얼마나 계속될지도 알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내 눈을 붙잡았던 그 집들을 내보인다. 더러는 이미 사라졌고 더러는 얼마간 그 자리에 서 있을, 낡고 따뜻하고 아름답고 누추한, 나즈막한 집들. ■ 김영경

Vol.20051214b | 김영경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