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이탈(有體-離脫)·이미지의 변이

책임기획_김숙경   2006_0201 ▶︎ 2006_0207

이성미_The Sea, The Shadow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관훈갤러리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6_0201_수요일_06:00pm

협찬_나무기획

관훈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Tel. 02_733_6469 www.kwanhoongallery.com

"거짓을 추구한다는 것과 진리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은 서로 별개의 문제이다." "말을 그린 그림에 말이 가짜가 아니라면 어떻게 그림이 진짜일 수 있겠는가?" (아우구스티누스) ● 오브제가 현대미술에 초-장르적 성격을 부여하며 표현방법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낸 점은 이미 역사 속에 하나의 전형으로 자리한다. 인간의 직-간접적 생활환경으로부터 들어 올려진 사물이 이탈과 전복 혹은 합성과 같은 '변질적 경로'를 지나 하나의 미학적 산물로 인식되어진, 이 미술사적 사실은 의사전달방식의 확장과 그에 따른 의미론적 다변성을 통해 오늘날 예술일상의 커다란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미적 현상을 관찰, 이와 관계하는 우리에게 여전히 '독특한 낯설음'을 선사하는 '익숙한 존재'이다. 소위 말하는 정상적 맥락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사물의 상태가 그렇고 이를 기호화하여 창출하는 수많은 이미지구현의 방법론적 현실이 그렇다.

이택근_숯

오브제의 탄생이 일정부분 대상을 재현하는 자연주의적 이미지생산의 비판적, 저항적 시각에서 출발하였다는 점을 환기한다면, 우리는 지금 그것이 제시한 미적 규범에 대한'극단적 충격요법'을 너머 '이미지의 현실 혹은 현실로서의 이미지'를 찾아가는 일련의 '자연스런 방식'으로서 오브제를 받아들인다. "물리적 존재의 허상", "실재하는 것 반대편의 그늘", "실루엣". 이미지를 정의할 때 흔히 거론되는 내용들이다. 어떤 물체 혹은 대상을 경험, 이를 의식하는 접점에서 생성되는 이미지란 -분명 하나의 존재물에 근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체가 다른 방향으로 이행함으로 하여 드러나는 비-물체적인 것이다. 이는 마치 '생물학적 변이현상'과도 같아서 그 성질과 형태 혹은 양자 중 어떤 것이 달라 질 수도 있다. 더욱이 실재와 이미지의 관계가 산출하는 미적 내용이란 그것을 수행하는 주체, 즉 작가의 감성적 습성과 가치판단적 규정에 따라 '무한대'로의 확장이 가능하다. ● 2006' 관훈갤러리 초대"유체-이탈(有體-離脫)·이미지의 변이"展은 오브제와 이미지의 관계항에서 드러나는'현실이라는 것'과 그 다변적 성격을 이성미, 정하응, 이택근의 상이한 세 방향의 작업경로를 통해 가늠한다.

정하응_Raido-Orchestra

작업"Radio-Orchestra"에서 정하응은 버려진 금속성의 파이프 혹은 사용 불가능해 보이는 그러나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크고 작은 원형의 스피커를 '인간현상의 돌연변이'와 같은 유기적 구조물로 조립, 라디오와 CD-플레이어를 장치한다. 일곱 대의 라디오에는 각기 다른 채널의 방송들이 맞추어져 있으며, 나머지 CD에는 그가 채집한 소리들이 담겨져 있다. 작가는 이들을 마치 하나의 오케스트라 대열로 전시공간에 구성하고, 중앙에는 각 매체와 연결된 접속단자들이 장치된 조정석을 배치한다. 폐자재들로 이루어진 그들의 형체는 깔끔하고 유쾌한 이미지를 발산함과 동시에 선적 조형성이 아우러진 음률적 운동감을 만들어낸다. 그의 작업에서 흥미로운 점은 작가 혹은 '관객'의 조작에 따라 소리오브제의 "재현불가능한 일회적 조합"들, 즉 즉흥적 행위에 의해 일정시간 존재하곤 소멸해 버리는 이미지들의 순간적 합성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며, 그것의 실재에 대해 조작하기 전에는 누구도 구체적으로 진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정하응이 성질과 내용이 각기 다른 오브제들의 합성을 통해 이미지의 불-규정적 현상 유도한다면, 이성미의 사진작업은 시간의 흐름 안에서 대상과 이미지의 관계를 '불가분의 총체적 현상'으로 조망한다. 바다에서 시작하는 그녀의 작업"The Sea, The Shadow"는 바다 그 자체를 담아내는 자연주의적 사진과는 다르게 인간의 생활을 둘러싸고 있는 혹은 인간의 의식과 행동이 관계하는 자연환경이다. 그 안에서 이성미는 인간이 일궈낸 삶의 직-간접적 흔적들을 발견, 이를 -하나의 물체를 그대로 복사하는- 사진매체를 통해 고정한다. '인화지에 드러난 바다' 그리고 그것이 감싸안고 있는 인간의 자취들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그러나 침묵하는 바다 앞에서 허무하다. 그것은 자연현상에 투영된 '삶의 이미지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녀가 바다주변의 것들에 드리워진 '그림자의 형상'에 주목하고 있는 점은 현실과 그것이 반사하는 이미지의 세계를 분리되지 않은 상태로 이끌어내고 있음이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작업을 매개로 관찰자의 눈에 들어오는 바다와 삶의 '현실이라는 것'은 실재하는 것과 그 이면이 함께 공존하는 '전체현상'으로 우리와 관계하게 된다. ● 이미지의 실재를 묻고 가시화하는 작업에서 이택근은 사물을 정확히 재현하는 복제방식을 선택한다. 나무의자, 목재선반, 깨어진 보도블럭 혹은 철제어항과 H-빔 등, 그가 만들어내는 물체들은 실은 그것들이 지닌 본래의 물성과는 다르게 모두 종이죽이나 톱밥을 가공하여 만든 '특별한' 것들이다. 이러한 '만들어진' 오브제들은 그것이 지닌 크기와 모양의 상식적 정확성에도 불구하고 분명 우리의 눈을 의심하게 하는 것, 즉 모조품들이다. 이택근의 작업은 하나의 실재가 다르게 생각될 수 있는 사유경로의 그물구조 안에 그 실체와 '똑 같은' 복제품을 가져옴으로 하여, 그 출발부터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혹은 실재하는 것에 다시 회귀할 수밖에 없는 의식작용의 '의미론적 순환과 반어법적 역행'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전시공간에서 그의 복제물들은 간혹 그것이 지닌 인습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이례적 상황을 유도한다. 막혀있는 벽에 부착된 문 혹은 공중에 떠 있는 H-빔 등은 그 형태는 같으나 위치변질로 인해 성질을 달리하는 논리적 모호성을 드러내며 허구로서의 현실을 구체화한다. ● 전시"유체-이탈(有體-離脫)·이미지의 변이"에서 이성미, 이택근, 정하응의 작업을 통해 복사, 복제, 조작과 같은 이미지생산의 미적 표현방식들을 개별적으로 관찰한다. 이는 현대미술이 '아름다움'에 관해 단일개념으로 정의를 포기한지 오래인 지금, 그리고 이와 같은 미학적 현실 안에서 소통의 비등점을 이끌어내야 하는 지금, 그것이 지닌 복잡 난해한 거대위상에서 한 발 벗어나 선택적으로 질문하는 것에서 출발한 것이다. 또한 동시대의 작가들을 관찰함에 있어 그들 작업이 갖는 고유성과 차별성 혹은 교차점을 찾아, 이를 보다 심층적으로 공유함은 오늘날 미술현장이 안고 있는 그러나 다분히 유보되어지는 '소통의 과제'에 적극적으로 다가가 미적 경험의 재미를 '증폭시킴'에 있다. ■ 김숙경

Vol.20060201b | 유체-이탈(有體-離脫)·이미지의 변이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