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2006 대안공간 풀 새로운 작가 ① 노충현 회화展   2006_0503 ▶︎ 2006_0531 / 월요일 휴관

노충현_물속의 사막_캔버스에 유채_90.9×116.7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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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503_수요일_06:00pm

대안공간풀 2006 새로운 작가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_서울문화재단

대안공간 풀 서울 종로구 구기동 56-13번지 Tel. 02_396_4805 www.altpool.org

「자리」(2005~2006) ● 「자리」는 사회적 관계나 무엇 또는 무슨 일이 있었던 한정된 공간을 지칭하는 말로써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을 「자리」로 정한 것은 공간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자리」가 함축하고 있는 다른 언어적인 측면을 상기시키기 위함이었다. 무엇보다 「자리」라는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으로 소리 내어 이 단어를 읽어 봐야한다. 그러다 보면 크지 않고 조용한 어떤 공간 혹은 시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며 잊혀졌던 얼굴 혹은 사건들이 되살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혹은 「자리」라는 단어가 갑자기 낯설어지면서 멀어지게 되는 경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경험의 어딘가에 이번 작업은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노충현_밀림_캔버스에 유채_45.5×53cm_2006
노충현_훌라후프_캔버스에 유채_72.7×116.7cm_2006
노충현_놀이방_캔버스에 유채_97×130.3cm_2006

「자리」전의 작업은 동물원을 다니면서 사진으로 기록하고 채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회화로 옮긴 작업들이다. 이러한 작업과정은 한강시민공원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첫 번째 개인전 '살-풍경' 전시 때와 유사하다. 내가 주목한 곳은 동물원의 실내 공간으로서 주로 동물들이 폐장시간이 되면 돌아가는 일종의 쉼터이자 숙소인 곳이다.

노충현_서커스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06
노충현_뿔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06
노충현_붉은 거미_캔버스에 유채_97×130.3cm_2006

샤무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에는 한 그루의 나무가 나온다. 이 나무는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 채 그곳에 있을 뿐이다. 등장인물은 수시로 나무의 존재를 실감하지만 숨으려 했을 때 몸을 숨길 수도 없고 목을 매려 할 때도 별 소용이 없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한 그루의 나무에 매달리다 포기하는 어릿광대의 실패와 좌절이 관객들에게 비애감과 함께 웃음을 유발한다. ● 이와 마찬가지로 실내 공간에 설치된 기물들은-붉은 색 플라스틱 공, 어린이용 자전거, 타이어, 집, 훌라후프, 정수기물통, 어린용 자동차, 플라스틱 바구니, 플라스틱 그네 등- 공간의 주체와는 별개로 임의의 장소에 놓여져서 생경한 풍경을 자아낸다. 냄새나고 조악한 실내 공간, 현실의 단편을 들여다보는 듯한 풍경, 적절한 비애감을 느끼면서도 역설적으로 공간에 대한 시적인 아름다움을 느꼈다면 너무 역설적인가. 삶의 아이러니한 표정들로 가득한 이 공간은 비극적이면서도 동시에 희극적이라 할 수 있다. 줄거리도 극적인 사건도 없는 단순하고 기이한 이 실내공간은 그 어느 곳도 아닌 불확실한 장소이면서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불모의 세계인 것이다. 그 풍경의 「자리」에 약간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서 있었다. ■ 노충현

Vol.20060503c | 노충현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