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t of Signs II

고산금 개인展   2006_0531 ▶︎ 2006_0612

고산금_금지곡을 위하여(윤재길) - 울림터 제 2집_면사, 울, 옥양목, 코바늘 뜨기 ,판넬_50×40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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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531_수요일_06:00pm

갤러리 쌈지 제2전시실 서울 종로구 관훈동 38번지 쌈지길 내 아랫길 Tel. 02_736_0088 www.ssamziegil.co.kr

명료함과 모호함의 경계에서 말함 ● 고산금은 진주와 털실로 글을 쓴다. 흔히 쓰이는 문학적 표현처럼 "날실과 씨실을 엮어" 하나의 견고한 문장을 만들어 나가듯 작가는 털실을 엮어 뜨개바늘로 옷감을 짜는 대신 시와 노래와 이야기들을 짜고, 수많은 모조 진주알를 판넬 위에 붙이는 반복적인 일종의 의식(ritual)이나 명상과도 같은 노고의 과정을 거쳐 영롱하게 빛나지만 글자처럼 읽을 수는 없는 글을 쓴다.

고산금_희망가(구전민요) - 울림터 제 2집_면사, 울, 옥양목, 코바늘 뜨기, 판넬_50×40cm_2006

고산금이 진주와 털실로 쓴 글들은 뉴욕 타임즈의 지면 기사, 6.15 남북공동성명 관련 등의 신문기사와 독립선언서 등 역사적 사회적 이슈를 다룬 다소 무거운 주제의 텍스트를 시작으로 근작에 와서는 황지우, 안도현 등의 시(詩)뿐만 아니라 애국가, 팝송을 포함한 각기 다른 시대를 풍미(風靡)하는 대중가요로까지 확장되었다. 이 같은 텍스트들은 화면 안에 읽을 수 있는 단어나 문장으로 인용된 것이 아니라, 각각의 글을 이루는 개개의 단어들은 모조 진주, 또는 뜨개질로 치환(replacement)되어 정형화된 편집 형태를 고수하는 신문 기사, 혹은 운율 또는 리듬과 후렴구에 따라 행과 열이 만들어지는 시와 노래, 그리고 서술형 문장의 연속으로 줄지어진 소설 등의 단락 형식에 따라 전체적인 윤곽과 구획을 만들어낸다. 이 같은 "문자"의 "물질"로의 대체(代替)는 텍스트를 불가독(不可讀)의 상태로 만들고 동시에 시각예술로 변환시킨다. 그럼으로 인해 관객은 고산금의 작품을 대면하는 첫 순간 그가 인용한 시나 노래, 혹은 신문 기사 등의 제목이 주는 명료함과 화면 안에 더 이상 독해가 불가능한 텍스트의 모호함 사이의 상충(相沖)으로 인해 순간적인 혼돈(disorientation)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고산금_미망 혹은 비망 (최승자 시)_면사, 옥양목, 코바는 뜨기, 판넬_25×32cm_2006
고산금_아이가 있던 없던 노년은 쓸쓸할 것이다 (김영하 글)_옥양목, 코바늘 뜨기_59×66cm_2006

고산금은 그의 작가 노트에서 "내용과 진실, 텍스트가 갖는 진실과 오보에 대한 함의, 언어가 갖고 있는 동시적 투명성과 불투명성의 관계, 그리고 의미에 대한 폭로와 숨김이라고 하는 양면성"을 드러낸다고 밝힌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 사용된 모조 진주는 진품 진주의 대용인 키치적인 사용이 아닌 그 자체가 특정 텍스트를 대체함으로써 작가가 말하는 문자로 이루어진 텍스트가 함의한 진실과 오보의 모호한 경계를 드러내 듯이 모조(imitation)인 그 자체로 드러난다. 한편 두 개의 상이한 작업 방식으로 분류되는 판넬 위에 모조 진주 직업과 뜨개질 작업은 개개의 작품들이 텍스트를 함의하고 있으면서도 포지티브와 네거티브라는 상반된 형식을 취함으로써 -여기에 작가의 의도적인 개입이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이들이 하나의 공간 안에 함께 전시 되었을 때 시각적인 면에서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

고산금_Y (Freestyle 노래)_진주, 패널에 아크릴채색_40×50cm_2006
고산금_Arts in America (백남준 추모기사)_진주, 패널에 아크릴채색_55×45cm_2006
고산금_Art in Culture(백남준 추모기사, 진중권 글)_진주, 패널에 아크릴 채색_45×55cm_2006

고산금의 작업은 일루전을 극소화하고 최소한의 조형언어로 근원적인 주제를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의 형식을 표방하면서도 특정한 텍스트를 인용하고 이를 변형시킴으로써 개념적인 확장을 시도한다. ● 한 알, 한 알 붙여지거나 한 올, 한 올 짜여 완성된 고산금의 견고하고 단아한 텍스트들은 그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과 더불어 마치 바르트가 언급한 "저자의 죽음을 통해 탄생한 독자"와 같이 텍스트의 고전적인 배열방식을 따르면서도 원문이 문자가 아닌 물질성이 앞서는 오브제로 대체되고 제거됨으로써 더 이상 하나의 언어로 읽어 낼 수 없는 제3의 문자로 변환되고 이렇게 대체된 텍스트는 독자/관객에 의해 각기 다르게 재해석되고 확장되는 또 다른 시와 노래와 이야기가 된다. ■ 양옥금

Vol.20060601c | 고산금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