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_ PRAYGRAM

고강철 디자인展   2006_0604 ▶︎ 2006_0627

고강철_PRAYGRA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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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604_일요일

관람시간 / 10:00am~10:00pm

광화랑 서울 종로구 세종로 81-3번지 Tel. 02_399_1167 www.sejongpac.or.kr

고강철의 기원형상-praygram : 생각 하나 ● 디자인이 일상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많아 보인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디자인과 일상의 만남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지 확실하고도 치열하게 만나 본적 없는 디자인과 우리네 일상은 언제쯤 격렬한 포옹을 하게 될까? 한 가지 더, 디자인이 일상의 오브제 혹은 공간을 다듬는 일을 넘어 정신과 심상을 다듬고 상징화 시키는 것까지 그 개념을 확장시킬 수 있을까?

고강철_dynamic korea_2006

생각 둘 ● 근대 산업혁명의 결과로 얻어진 복제기술의 발달은 공예를 중심으로 하는 디자인, 디자이너의 개념과 역할을 사회 내에 상정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19세기 이후 지금까지 디자이너는 아름다움을 일상에 어떻게 융합시킬 수 있는지를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존재로 우리 곁에 있어왔다. 예술가와는 달리 디자이너의 근본적인 고민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디자이너는 독창적 세계를 추구하는 예술가와는 확실히 다른 지점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대중이 필요로 하는 삶의 요소들에 아름다움을 적용시키는 것이 디자이너의 주된 역할로 인식되어 왔다는 것이다. 더욱이 20세기 이후 대중 매체의 발달과 더불어 종래의 고급문화와 하위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문화와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는 민주화되었다. 이제는 문화와 삶의 관계에 있어 문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삶의 기본 요소로 받아들여 지기 시작했고, 디자이너의 역할과 디자이너적 사고가 문화 각 분야에서 절실한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문화에 대한 욕구와 필요가 높아졌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삶이 이전 시대보다 비문화적이라는 사실의 반영이 아닐까 한다. 특히 전통의 단절을 심각하게 경험한 한국사회의 경우 전통문화와 서구문화로 대변되는 현대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여러 사회문제까지를 포함한다면 거의 한 세기 이상의 시대를 문화적으로 잃어버린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근래 전통에 대한 재인식과 새로운 해석들을 바탕으로 한 여러 문화적 노력들이 폭 넓게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기에 눈에 띠는 성과도 찾기 힘들다.

고강철_very dynamic korea_2006

시각디자이너 고강철의 [기원 형상-praygram]에 대한 개념과 작업은 이런 맥락에서 전통,특히 민중문화의 근간을 이루었던 민화를 중심으로 한 여러 시각이미지들에 대한 현대적 의미의 재해석이자 새로운 시도로 평가 받을 만하다. 그의 [기원 형상-praygram]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그에게서 서구적 트렌드에 민감하고 상업적 감각에 뛰어 난 주변의 잘 나가는 디자이너의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공공 의식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 것도 그가 민중에서 대중으로 그 명칭을 바꾸며 사회 근간을 형성해온 우리들 다수의 문화적 심상에 대해 접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잡은 [기원형상]이라는 컨셉은 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 보다는 다수를 위한 것이고, 고급문화이기보다는 하위문화이고, 트렌디한 감각적 작업이기 보다는 인간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고강철_digital charn - 적갑부. 합격부_2006

고강철의 [기원형상-praygram]은 각종 부적 혹은 기원을 담은 전통적인 시각 이미지들의 현대적 혹은 고강철 스타일의 리디자인redesign 작업이다. 부적을 비롯한 무속도 등의 쓰임이 샤머니즘적인 민간 신앙의 테두리 안에 있다 하더라도 전통적으로 그들의 이미지는 너무나 대중적이고 너무 익숙한 이미지여서 오히려 잊혀진, 마치 시각 예술분야의 민요 혹은 트로트 같은 이미지들이다. 그 이미지들은 이미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기원과 기복의 상징으로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고 현재까지도 꽤나 강한 영향력을 가진 이미지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이미지가 어디에서 연유했으며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사는 시대에 맞게 변형될 수 있는지에 대해 어느 예술가도 디자이너도 심지어 부적을 그려주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조차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고강철_12신장_2006

경험 하나 ● 나의 친정어머니께서는 해마다 입춘이면 몇 개의 부적을 주시곤 하신다. 입춘대길부는 기본이고 교통사고예방부, 재수부, 합격기원부, 취직부 등 그 해 입춘에 자식이 꼭 성취하길 바라는 해당 항목의 부적을 구해 지갑에 넣어 주신다. 나는 부적의 힘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 없으나 예수님이든, 부처님이든 나에게 좋으면 좋다는 생각으로 지갑 한쪽에 부적을 넣고 다닌다. 1년 후 새로운 입춘이 되면 그 동안 닳아서 얇아진 부적을 씽크대 한쪽에서 태워 버리고 새로운 부적으로 지갑을 채우곤 한다. 그렇게 넣고 다닌 부적의 효험 때문인지 나는 지난 세월 큰 풍파 없이 살았다. 내가 큰 풍파 없이 산 것이 부적과 연관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부적이 내 어머니의 기원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게 어머니가 주신 부적은 자식의 안정과 평온을 바라는 부모의 간절한 기원의 상징으로 세상 풍파에 철없이 던져진 나를 지켜냈던 것이다.

고강철_12신장_2006

생각 셋 ● [기원-pray]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 시작된 예술행위의 핵심 항목이었다. 근대 이전에 제작된 거의 모든 미술품들은 기원과 기복의 상징이거나 기록에 관한 것이었다. 소수 지배층에 의해 정보가 독점되고 경제적 잉여가 독점되던 시대, 정치 경제 지배자에 의한 통치의 방편으로 혹은 핍박한 삶을 구원 받길 원한 간절함으로 기원과 기복은 언제나 예술 행위의 중심이었다. 근대 이후 예술가의 지위가 높아지고 그들의 자의식이 커지면서 예술이 정치 경제로부터 독립하여 나름의 독자적 영역을 확고히 구축했다고들 하지만 사실 상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일이 사회, 경제, 정치적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오히려 더 교묘한 전략적 수단으로 발전해 왔고 앞으로는 더 그럴 거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대중문화의 시대 대중의 기원과 기복이 그 시대의 언어로 전환 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면 다수의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상징화되는 과정의 기록이 오늘 우리가 만나는 미술사임을 상기한다면 더욱 그렇다. ● 고강철의 [월드컵 우승기원부]를 보면 절로 웃음과 어떤 열정이 떠오르는 것은 그 기원이 우리 사회 다수의 공통감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권세와 부귀를 상징하던 민화 속의 호랑이가 현대적 이미지로 변용되어 더 강력한 시각적 힘을 가지고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다. 힘 쌘 호랑이 부적으로 내가 더 용감해 질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호랑이를 지갑에 품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저 출산 국가인 우리나라가 50년 후 에도 100년 후에도 지금처럼 번성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를 원하는 이들이 아들 딸 더 낳을 수 있는 삼신할매 부적을 좀 더 세련되게 지갑에 품거나 몸에 지닐 수 있다면 그 무엇 보다 좋은 일이다. 교통사고 발생률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우리나라, 수 많은 운전자들이 좀 더 멋지게 만들어진 교통사고 예방부를 자동차에 붙이고 다니며 서로에게 안전 운전을 일깨워 줄 수 있다면 개인의 차원을 넘어 국익 차원에서도 아주 좋은 일이다.

고강철_무신도 _ 삼부인. 옥황상제. 대신마누라. 서낭신. 벼락장군. 토신령_2006

마지막 생각 ● 그 어느 때 보다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이다. 앞으로 더욱 디자인은 중요해 질 것이다. 고강철의 [기원형상-praygram]이 반가운 이유는 그 동안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소수의 분야를 넘어 미신 혹은 샤머니즘으로 폄하되어 도외시되어 왔던 관념과 그 상징에 관한 영역까지 디자인 개념을 확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에 대해 세세히 토를 다는 일은 친정 어머니께서 주신 부적의 힘으로 살고 있는 나로서는 그에게 큰 결례를 범하는 일이다. 오히려 그가 고맙다. 그가 새롭게 디자인한 더 강력한 부적으로 원하는 바 이룰 수 있게 되리라는 믿음이 생김으로. ■ 이지미

Vol.20060605d | 고강철 디자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