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 BLOOM 2006

2006 미술관 '봄' 나들이展 ②   2006_0503 ▶︎ 2006_0702

2006 미술관'봄'나들이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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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 강영민_김민경_김태중_노준_백연수_설총식_송지인_신현중_정국택_함연주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옥외 마당 서울 중구 서소문동 37번지 Tel. 02_2124_8800 www.seoulmoa.org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필연적인 위장술이나 전략적으로 피할 수 없이 살아가야 하는 정치적인 인간들의 삶속에서의 변덕스런 위장과는 달리, 미술에서의 위장은 훨씬 자유롭고 다변적이고, 그대로 예술로서 용인된다. 그만큼 예술은 예술 그 자체가 위장이며 허위이며 법적으로 구속되지 않는 자율의 표상일지도 모른다. 넓은 범위에서 보자면 예술이란 모두 위장이 될 수 있고, 허구가 될 수 있고, 상상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예술은 모든 것을 포용하며 많은 부분에서 허용이 됨을 의미한다. 어쩌면 그것이 재치일 수 있고, 예술가의 끝없는 상상일 수 있고, 예술가가 갖추어야 하는 감성일 수 있다.

신현중_공화국 수비대_합성수지, 자개_150×450×120cm_2006

미술관으로의 초대 ● 2006년『미술관 '봄' 나들이』는'~한 체'위장하고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인 척'가장, 혹은 위장하고 있는 작품들은 형상이나 그 표정에 시사성을 담아내기도 하고, 역설적인 해석을 요구하기도 하며, 위트와 유머로 관객들의 발길을 붙들고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미술관 마당과 오솔길 양 옆으로 펼쳐진 정원 여기저기에 설치된 작품들은 동물, 사람, 벤치 등으로 위장하고 있는, ~인 척 하고 있는 10명 작가의 작품들이다. 미술관 초입으로부터 정원 중간 중간에는 강영민의 「집으로 가는 길」 네온작품이 미술관으로 진입하는 길을 안내한다. 작품은 미술관 초입의 연인으로부터 하트, 어린 아기, 다이아몬드, 그리고 연인이 도착하는 집으로 구성된다. 작품은 콜드케소드라는 네온으로 낮에도 각각의 형태를 구성하고 있는 색들이 작품 하나하나의 형태를 잘 보여주고 있지만, 야간이 되면 각각의 작품이 발하고 있는 다양한 색의 조명이 미술관 진입로를 따라 관객들에게 미술관 입구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하면서 미술관 정원을 환하게 장식하고 있다. 정원의 나무숲에는 신현중의「공화국 수비대」의 도롱뇽들이 숲에서 기어 나올 듯한 기세로 미술관으로 향하던 시민들을 흠칫 놀라게 한다. 신현중의「공화국 수비대」에 등장하는 도롱뇽은 어린 시절 서울 하늘아래 푸르른 산 어디에서건 만날 수 있었던 생명이었지만, 현재는 고속철 건설로 한동안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던 천성산에서나 발견되는 희귀한 생명체가 되어버렸다. 그것이 수백 배 확대되어 작품으로 재생산된 과장된 형태의 도롱뇽들이 미술관 앞마당과 정원에 놓여졌다. 당연히 미술관 앞의 작은 정원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커다란 도롱뇽은 미술관 앞 정원에 천연덕스럽게 놓여져 지나가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롱뇽 작품에서 보여지듯이 신현중은 항상 아프리카의 오지에서나 볼 수 있는 도마뱀이나 밀림의 숲 등 작품을 생태학적 측면에서 접근하여 오지의 문화와 자연을 현대의 문명에 접목시킨다. 그리하여 문화적 진보를 그다지 경험하지 못한 오지의 생물들이 첨단 디지털 문명을 달리는 서울의 중심에 놓여져 그 상징성과 체험적 이야기들이 전개되며 관람객들을 위장된 세계로 안내한다.

설총식_자리 만들기_합성수지에 아크릴채색_60×80×80cm_2006

미술관 정면에서는 미술관으로 들어서는 시민들을 파사드 위에서 팔을 괴고 내려다보고 있는 유인원(類人猿)의 형체를 한 유원인(類猿人), 그리고 3층 옥상에서 1층 파사드 위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유원인과 마주치게 된다. 작가가 원숭이를 닮은 사람들을 통해 보여주는「자리 만들기」라는 작품들은 현대인들의 생존경쟁을 우화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재미있는 표정과 행동을 보여주고 있는 유원인 작품들은 고풍스런 외관의 위엄을 비웃기라도 하듯 파사드 위에서 노닐고 있는데, 이 우화적 풍경을 바라본 관람객들은 상상치 못한 광경에 웃음을 자아낸다. 설총식은 작품 속에 현대인들의 삶 저변에 깔린 고통과 비애 등을 담아내지만, 작품들이 미술관의 외벽으로 옮겨지면서 누구나 범접하기 어려운 고풍스런 외관을 하고 있는 옛 대법원 터에서 관람객들과 함께 새로운 자리만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김민경_위장 토끼_합성수지, 천_140×50×70cm_2006

~인 체 위장하고 있는 ● 정원 중간쯤에는 김민경의 토끼인 척 하고 있는 사람 혹은 사람인 척 하고 있는 토끼가 나무 밑에서 요가 동작을 하며 서 있다. 또한 마당 벤치에 사람인 척 앉아있는「위장 토끼」는 손에 당근을 들고 요염한 자세로 앉아 관람객들을 유혹한다. 작품은 '토끼'로 명명되었지만, 이것은 토끼가 사람으로 위장된 것일 수도 있고 사람이 토끼로 위장한 것일 수도 있는 작품으로 그 상상은 관람객들의 몫이다. 작가는 이 모호하게 보이는 형상을 통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에 대한 자연스런 스케치로서 토끼를 선택했다. 애매모호한 형상같은 것이 현대인들의 삶의 모습일 수도 있고,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자신을 위장한 체 살아가는 것이 삶의 수단일 수 있다. ~한 척 위장하고 있는 동물을 통해 현대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보는 이들은 위장된 동물들 안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끄집어 낼 수도 있다. 작가는 이 작품들이 관람객들에 의해 재미있는 상상력의 발동과 함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려보기를 기대한다.

송지인_삼두화수(三頭花獸)_합성수지_160×170×100cm_2006

다른 쪽 정원에는 송지인의 작품「삼두화수(三頭花獸)-3개의 꽃으로 이루어진 머리를 가진 동물」과 「홍예칠색마(虹霓七色馬)-7가지 색을 지닌 말」라는 동물 두 마리가 화려한 색채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삼두화수」는 당나귀같기도 하고 사슴같기도 한 동물의 몸체에 동물의 머리대신 각기 다른 표정을 하고 있는 커다란 세 송이의 꽃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웃고 울고 화내고 있는 세 얼굴의 표정들은 사람들이 살아가며 흔히 드러나는 표정들로, 하나의 작품에 동물과 꽃과 사람의 모습을 갖춘 상상속의 동물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리고 「홍예칠색마」는 말갈퀴를 휘날리며 마치 하늘로 내달리는 듯한 표정으로 달려가고 있는 말의 형상으로, 화려한 일곱 가지 색채가 빛을 받아 더욱 생동감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원에 놓여진 두 동물은 모두 고대 신화에나 나올 듯한 동물로, 작가의 상상 속에서 등장한 이 동물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들 나름대로의 재미있는 상상력을 요구한다.

정국택_비지니스 맨_스테인리스_50×40×40cm_2006

정원에서 노닐고 있는 사람과 동물들의 움직임에 심취해 있다가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볼라 치면, 조용히 시야에 들어오는 작품들이 있다. 정원을 비추는 가로등 위에 천연덕스럽게 걸터앉은 정국택의 작품들로 거리를 오고가는 시민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각자 나름대로의 시선과 행동을 보이고 있다. 바쁘게 달려가는 도시인 같기도 하고, 잠시 벤치에 앉아 구인광고를 보고 있는 우리네 모습 같기도 한 작품들은「아름다운 비상」,「비지니스맨」등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현대인들이 꿈꾸는 작은 소망을 담은 작품들이다. 별 볼품없이 놓여있는 오솔길의 가로등을 기둥삼아 올려져 있는 작품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위기를 표상하기도 하는데, 3~4m높이에 설치된 작품은 고개를 올려 바라보지 않으면 아쉽게도 설치된 작품의 묘미를 놓치게 된다.

김태중_나들이 벤치_2006

휴식공간과 어우러진... ● 정원을 지나 미술관 마당 앞에는 여러 작품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김태중이 공간에 맞추어 제작한「나들이 벤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가 그린 재미있는 스토리들이 전개된다. 4개의 벤치에 그려진 기호와 같은 드로잉들은『2006 미술관 '봄' 나들이』에 맞춰 봄날의 나른함과 편안함을 기호화하여 그린 작품이다. 미술관 앞마당을 비추는 톡톡 튀는 봄날의 싱그러움과 이글거리는 태양이 미술관 앞을 지나가는 반가운 풍경, 그리고 태양이 만들어내는 나무그늘에서의 시원함...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초조함과 그 속에서 반갑게 인사하는 따뜻한 마음들, 5월의 미술관 앞마당에서 느끼는 감정들과 살아나는 생명력들을 담아내고 있는 벤치는 나들이 나온 시민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함께 재미있는 작품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백연수_동물과 살다_소나무_37×42×37cm_2006

마당 한쪽에 놓여진 또 다른 벤치와 그 주변에는 노준이 만든 동물들, 「mother & son」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기다리고 있다. 형상화한 동물들은 달팽이, 고양이, 강아지, 지렁이, 곰, 펭귄, 해달 등으로 다양한 동물들을 재미있는 형태로 캐릭터화한 작품들이 벤치를 중심으로 마당 앞 정원까지 돌아다닌다. 작품은 석고로 만들어진 mother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son의 쌍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다양한 색으로 만들어진 아이를 보고 다가가면 항상 그 주변에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어미가 놓여있다. 나들이 나온 엄마와 아이들을 상징하기도 하는 작품, 「mother & son」은 관람객들이 휴식을 취하는 벤치 한 구석에서 어린이들의 따뜻한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함연주_WEB_머리카락, 레진_150×150cm_2006

또 다른 한 쪽에는 다양한 모양으로 바닥에 편안하게 안착되어 있는 나무 벤치들이 놓여 있는데, 통나무를 깎아 만든 백연수의「동물」들로, 동물인 척 하고 있는 혹은 벤치인 척 하고 있는, 동물인지 벤치인지 모호한 형태들이 푸르른 수목과 어우러져 시민들에게 즐거운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다양한 모양의 작품들은 추상화된 동물들로, 네 개의 발들을 통해 동물임을 암시한다. 작품과 마주치는 관람객들은 마당 여기저기 놓여있는 다양한 색의 나무형상들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다가 네 개의 발을 보고 이내 작품이라는 것을 눈치챈다. 또한 앉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한동안 고민하다가 앉아보기도 하고, 신기하게 둘러보기도 한다. 5월의 녹음이 짙어지며 「동물」작품들은 더욱 마당의 나무들과 조화를 이루며 마당을 더욱 예쁘게 수놓고 있다.

노준_MONG-AH is full now_석고, 플라스틱_31×69×41cm×2_2006

벤치들이 놓여진 나무 위를 살짝 올려다보면 실물인지 작품인지 알 수 없는 거미줄이 여기저기 걸려 있다. 함연주가 머리카락으로 는을 형상화하여 만든 거미줄 작품「web」은, 요즘 도심 공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자연의 모습을 직접 수공으로 만들고 이를 마치 자연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거미줄인양 위장한 채 나무에 자연스럽게 매달려 있다. 게다가 머릿카락으로 만든 거미줄 위에 입힌 resin(송진과 같은 투명한 고체)은 이른 아침 이슬에 젖은 거미줄이 막 햇빛을 받은 듯 반짝반짝 빛나며 더욱 거미줄의 실체를 위장하고 있다. 드러내지 않고 숨어있는 거미줄처럼 관람객들은 작품을 쉽게 찾아내지 못하거나, 혹 마주치더라도 실물의 거미줄로 생각하고 지나쳐버린다. 그러나 이내, 빛에 의해 그 형체를 더욱 명확히 드러내는 작품을 관심있게 바라보다가 거미줄의 실체를 알아챈 관람객들만이 작품을 찾아내어 감상하는 뿌듯함을 만끽하게 된다. 5월의 햇살이 강해지면서 작품은 점차 작품으로서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강영민_집으로 가는 길_콜드캐소드_120×120cm×5_2006

...마치며 ●『2006 미술관 '봄' 나들이』展이 보여주고 있는 실체를 가장한 '위장(僞裝)'은 모두 작가들의 위트와 유머가 담긴 작품들로, 관심있는 관찰을 통해 그 위장의 실체를 벗길 수 있다. 야간 10시까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시립미술관의 개관 시간에 맞추어, 작품들은 야간동안에도 빛을 발하며 늦은 저녁 미술관을 찾는 시민들에게 야외 전시의 묘미를 보여준다. 신록이 아름다움을 더해가는 5월, 서울의 중심에서 자연과 어우러진 작품들을 통해 시민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 작품과 관람객과의 거리를 좁히고 적극적으로 미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2006 미술관 '봄' 나들이』展을 통해 곳곳에 숨어있는 작품들의 실체를 확인하며 야외 설치작품의 새로운 묘미를 즐기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서울시립미술관

Vol.20060609e | 2006 미술관 '봄' 나들이展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