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경, mirrored space

지은이_김윤경

지은이_김윤경 || 분류_예술 || 판형_양장 240×190 || 면수_160 || 컬러 도판_68컷 발행일_2006년 6월 5일 || ISBN: 89-91437-56-1 03600 || 가격_20,000원 || 다빈치기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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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의 작업은 현재 우리의 삶과 거리가 있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는 자신의 신체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그것도 우리의 눈에 비친 신체의 외양이 아니라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미세세계를 통해 자아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 최태만

미술가 김윤경의 작품집이며 '다빈치 갤러리' 시리즈의 13권 째이다.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실제 작품이 전시된 공간을 둘러보듯 감상하는 일종의 지상(紙上) 갤러리란, 기획으로 시작된 '다빈치 갤러리' 시리즈는 미술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사진에서 회화, 설치에 이르기 까지 여러 미술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책을 펴내고 있다. 이런 일련의 발간작업은 앞으로 '21세기 한국미술사'를 쓰는 기초 작업이 될 것이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은 이 시리즈를 통해 동시대 작가들의 일상의 평범함에 충격을 던지는 기발함이 나타나는, 때로는 우리가 숨 쉬는 시대의 고민들이 녹아있는 작업과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김윤경은 "내가 가장 나답게 생각하며 살아가며 숨 쉴 수 있는 공간은 어디인가?"란 질문 속에서 집을 짓는다. 그러나 그가 짓는 집은 구체적인 장소로서의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어릴 적 좁은 공산 속에서 만끽했던 자유로움이며,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존재의 충만함이 실현되는 무형의 장소이다. 작가 김윤경이 지은 공간은 복합적인 정신활동이 일어나는 특수한 장소이다. 그리고 이 장소는 단지 물리적 장소가 아닌 심리적 상황을 나타내는 환경이다.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내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일상적인 관념과 옷이 함유한 상징성, 그리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공간의 이동을 통한 관람자의 신체적 체험, 그에 따른 감성적 상태, 이러한 총체적 결합 속에서 작품은 각각의 관람자마다 다른 고유의 의미를 발생한다.

세상을 향한 내 안으로의 여정 ● 어렸을 적 옷장이나 이불장 같은 곳에 들어가 그 속에서 놀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여러 물건들에 배어있는 시간과 공간의 흔적들이 풍기는, 그리고 가족들의 체취이기도 했을 그 냄새들은 참 따뜻했다. 비좁은 그 곳은 캄캄했지만 모든 것이 손에 잡히는 꿈과 환상의 세계였다. 그리고 그 곳은 아이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현실 세계이기도 했다. 그 곳에서 한참을 놀다가 밖으로 나왔을 때의 생경한 감정은 지금도 잊히질 않는다. 즉시 가늠할 수 없는 바깥 공간의 크기와 빛에 적응하느라 눈과 몸이 매번 당황했었다. 그 바깥도 흔히 '우리의 쉴 곳'이라고 말하는 집안이었는데도 아이는 낯설어 표류하고 있었고, 그러한 아이를 붙들어 맬 수 있는 곳은 오히려 조금 전의 바로 그곳이었다. 아마 그 곳은 아이가 자기에게 잘 맞는 옷을 스스로 찾아 입은 것처럼 가장 자신답게, 자신 하나만으로도 모자랄 것이 없는 장소였을 것이다. 어른이 된 지금, 이제 더 이상 나에게 꼭 맞는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어릴 적 그 공간에 다시 들어가기에는 내가 너무 커버렸고 다시는 그 공간에 들어갈 수도, 때로는 들어가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가장 나답게 생각하며 살아가며 숨 쉴 수 있는 공간은 어디인가? 이러한 질문 속에서 김윤경은 집을 짓는다. 그러나 그가 짓는 집은 구체적인 장소로서의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어릴 적 좁은 공간 속에서 만끽했던 자유로움이며,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존재의 충만함이 실현되는 무형의 장소이다. 그 집은 우리가 매일 갈아입는 옷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 그 동안 줄곧 탐색해 왔던 옷의 형태들은 어떤 관계를 은유하는 것이었다. 나와 타자, 나와 제도 등과 같이 외부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의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옷으로 지은 집의 형태는 예전에 그가 자신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세상을 바라보던 것 대신, 이제는 자신에게 시선을 돌려 내 안에 세계가 있음을, 그리하여 스스로를 통해 세계가 이루어진다는 그의 생각을 알려준다. 스스로를 바라보는 자신이 거울 반영과 같은 표면의 존재로서가 아니라 자신 속에 침잠한 상태에서 만나지는 깊이로서의 자아, 그것으로 세계는 구축된다는 것이다.

진정한 자아에 대한 탐색은 건축적 구조를 띤 옷 속으로 들어가면서 시작되는 정신 활동에서 비롯된다. 여기서 옷은 육체와 정신을 지닌 인간의 대유물이다. 몸이라는 구체적인 물질을 지닌 내가 집의 형태를 띤 또 하나의 몸속으로 들어가는데, 그것은 나의 의식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작가는 이러한 정신적 기능을 하는 실제적인 입구와 출구, 그리고 통로를 지닌 건축물 속으로 관람자를 불러들임으로써 그 자신과 만나라고 한다.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그에 걸맞게 옷을 차려입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옷을 입히면서 그 옷과 우리 각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측정할 수 없는 간극,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의식의 부유를 경험토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옷을 일정한 공간을 실제로 점유하는 집의 형태로 변형시켜 관람자로 하여금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 사이를 넘나들게 함으로써 한껏 가능해진다. 집이 옷으로, 옷이 집으로 묘하게 변형되어 있는 내부 구조와 공허한 기운이 감도는 공간 한가운데로 초대된 관람자는 그 곳을 지나가면서 자아의 흔들림을 경험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 안에 설치되어 있는 의자에 앉은 채 한동안 머물면서 자신과 세계에 대한 질문들 속에서 언제든지 원하기만 하면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될 수도 있는 여러 개의 소매 모양을 한 창들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 창들은 다른 세계와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집은 연약한 반투명한 천으로 만들어져 외부로부터 나를 완전히 보호해주지도 못한다. 그 안에 있는 내가 언제 허물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이러한 이 낯선 집에 이미 한번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의식의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관람자들은 분열되는 자아의 느낌을 갖는다. 작가는 바로 이러한 느낌을 통해 오히려 분명한 자아를 찾고 확인하고픈 욕구가 끊임없이 일어나도록 자극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집에서 저 끝에 출구가 있다. 그것이 희망이기 때문에 이 집을 지나가야만 할 통과의례를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이와 같이 김윤경이 지은 공간은 복합적인 정신활동이 일어나는 특수한 장소이다. 그리고 이 장소는 단지 물리적 장소가 아닌 심리적 상황을 나타내는 환경이다.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내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일상적인 관념과 옷이 함유한 상징성, 그리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공간의 이동을 통한 관람자의 신체적 체험, 그에 따른 감성적 상태, 이러한 총체적 결합 속에서 작품은 각각의 관람자마다 다른 고유의 의미를 발생한다. ■ 박숙영

김윤경은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조소전공)을 수료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에 출강했으며 영은미술관 창작스튜디오 5기 입주 작가였다. 단체전으로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서울 2006년), 『패션과 현대미술전』(광주시립미술관, 2003년) (갤러리 인, 서울 2003년), 『한국 현대조각특별전-조각이란 무엇인가?』(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02년) 등에 참가했다. 개인전은 2003년 (관훈갤러리, 서울), 2001년 (art&life, 서울), 1999년 『공산 미술제 수상 작가전』(원서 갤러리, 서울) 등에서 열었다.

Vol.20060610d | 김윤경, mirrored space / 지은이_김윤경 / 다빈치기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