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잠시 쉬어가는 길

갤러리라메르기획초대 이현진 개인展   2006_0607 ▶︎ 2006_0613

이현진_잠시, 쉬어가는 길_혼합재료_각 10×26×8cm_200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갤러리 라메르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6_0607_수요일_06:00pm

갤러리 라메르 서울 종로구 인사동 194번지 홍익빌딩 Tel. 02_730_5454

Journey along the Unknown Path ● 길의 끝에서 마음 안에 성스러움을 담고자 하는 존재.......나는 순례자를 닮고 싶다. 선한 것을 찾으러 떠난 순례자는 자신의 몸을 혹사해 성스러움에 다가가려 한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바닥에 무릎을 굽혀 절을 하고 땅에 입을 맞추는 모습은 고행과 헌신 그리고 자신의 인간적 욕망을 누르는 행위, 그 자체이다.

이현진_잠시, 쉬어가는 길_혼합재료_85×85×27cm_2005
이현진_잠시, 쉬어가는 길_혼합재료_33.5×74.7cm_2004
이현진_잠시, 쉬어가는 길_혼합재료_26.3×87.4cm_2005

순례자의 길처럼 우리의 삶도 그 끝을 보이지 않은 채 이어지고 있다. 현실 속, 사람들의 모습은 언 듯 보기에 순례자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익숙한 곳에서 손에 익은 일을 하고 얇은 지식과 경험에 의지해,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또 살아간다. 다른 사람들처럼 옷을 입고 늘 같은 버스를 타고 일터로 향하는 개미떼의 일원으로 살아가지만 그러한 삶 속에서도 문득 스스로가 가치 있는 한 사람임을 확인받고 싶을 때가 있다. 작품 속에서 화사한 색을 입은 인형들은 색이 바랜 인형들이 구분 없이 섞여있다. 혼자 서있기도 하고 모여 웅성거리기도 한다. 뒤를 돌아보기도 하고 앞으로 가기를 포기하고 주저앉아버리기도 한다. 현실 속에서의 삶이 각자 다른 것처럼 인형들도 저마다의 표정과 모습을 통해 자신만이 갖는 삶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를 온전히 드러낸다. 인간적인 갈등으로 일그러진 표정과 삶의 즐거움이 드러나 있는 표정들이 뒤섞인 인형들은 아직은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마음 속 기대를 안고 순례자의 마음이 되어 길 위에 서있다. 정돈되었던 인형의 모습은 시간이 흐르면서 울긋불긋하게 칠해진 색들이 긁히고 지워지면서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는 동시에 인공인 것들을 벗어던지고 있다. 이것은 타인에 의해서가 아닌 자기 자신이 스스로에게 행하고 있는 일이며 이러한 행위를 통해 외형적인 무게를 던져내고 본래의 나를 찾아가려는 것이다. 인형들은 길 위에서 바삐 움직이기 보다는 마치 멈춰 선 듯, 움직임을 느낄 수 없는 모습으로 서있다. 이는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일이며, 빠른 세상에 비해 느린 마음의 움직임을 기다려주는 일이다.

이현진_잠시, 쉬어가는 길_혼합재료_각 45×45cm_2005
이현진_잠시, 쉬어가는 길_혼합재료_45×45cm_2005
이현진_잠시, 쉬어가는 길_혼합재료_각 20×34×18cm_2006

길 위에서든 우리 삶 안에서든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바쁘게 발걸음을 옮겨 목적지에 닿기보다는 길이란 공간이 주는 고요와 적막을 즐기며, 공허와 무질서로 어지러웠던 마음을 고요하게 다스려 본다. 길의 끝에 이르면 누구나 성스러워질 수 있는 아름다운 존재임을 믿으며, 길 위에서 나는 작은 풍경이 된다. ■ 이현진

Vol.20060611e | 이현진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