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동물+인간-문명

허진 수묵展   2006_0607 ▶︎ 2006_0620

허진_유목동물 인간2006-8_한지에 수묵채색_112×145.5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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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607_수요일_05:00pm

월전미술관 서울 종로구 팔판동 35-1번지 Tel. 02_732_3777

순환하는 세계의 상상력-익명인간에서 유목동물로 ● 허진은 인간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구상적 형상과 개인의 관심을 조화시켰고 최근 환경과 문명의 생태론을 담아 인간성 회복이라는 담론을 모색하고 있다. 「유목동물, 인간- 문명」시리즈는 산양과 낙타, 얼룩말과 코끼리로 상징되는 야생과 원시의 생명력이 화면을 압도하면서 문명의 허실을 안고사는 인간군상이 흑백으로 부각되었고 핸드폰 와인따개, 마이크, 압정 등 작가가 지닌 일상의 소품들이 화면 곳곳에 배치되었다. 허진은 자연과의 조화를 상실한 현대라는 공간에 유목동물을 등장시키고 문명이라는 동굴속을 배회하는 인간군상을 향해 응시하고 포효하며 돌진해오는 이미지를 통해 현대사회를 고발하고 있다. 허진이 표현하는 주요이미지인 부유인간, 익명인간, 유목동물은 표리부동하고 뒤섞인 현실을 횡단하는 현대인의 자의식이 몽타쥬적 풍경으로 펼쳐져있다. ● 1.부유(浮遊), 몰개성, 역설의 텍스트-부유인간 ○ 허진의 그림은 방향을 잃은 익명의 인간이 부유한다. 정착하지 못하는 현대인을 대변하는 이 도상은 물질적이며 수동적인 인간군상을 화면가득 배치하면서 문명의 혼돈속을 살아가는 현대인을 풍자한다. 표리부동하고 부조리한 현대사회를 횡단하는 이 도상은 무한증식하는 자본욕망과 속도속에서 피압박적인 흑백도상 및 색채점을 가득채운 인간형상을 재현한다. 형상들은 분할되거나 뒤섞인 채로 개성상실의 현대인을 시각적으로 상징화하고 있다. 허진의 형상들은 시대적 문제에 대한 과감한 이미지를 접목하거나 일그러진 자화상을 현상적으로 시각화한 작품의 표현을 거처 다층적인 현실을 드라마틱한 일상으로 담아내었다. 익명인간과 접목된 이 부유인간 시리즈는 근자에 와서 더욱 형태미를 정제화하면서 시각적 상징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데 대채로 인간문제에 대한 현상학적 사고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 이전 전시의 연장인 부유인간은 원시적 생명력을 상실한 채 현실속을 떠도는 인간군상을 흑백과 색채점 형상을 통해 시각화 하면서 심리의 안과 밖, 존재의 본질과 껍질, 관계의 피동성을 화면에 압축적으로 보여주면서 허진 회화를 이해하는 내러티브를 형성하고 있다. 즉 단절되고 소외되며 세계에 대한 전체상을 상실한 현대인은 세계내를 방황하며 관계상실에 절망하고 공허한 현실속을 떠돈다. 이 부유는 인간과 동물, 사물의 곳곳에 도상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화면의 분할과 공간에 대한 표현력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표면에 들러붙어있는 역할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 대상과 분리되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 부유형상은 분할되고 중첩되면서 분리된 공간과 사물, 인간도상의 존재형식들을 공간안에 결속시킨다. 선조형보다는 점과 면에 대한 의식이 강한 허진의 화면으로볼때 이러한 결속은 공간을 창출하는데 효과적이고 시각적 인식을 심화시키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부유는 존재인식의 심도를 더한다는 측면에서 텍스트저럼 읽히고 이 텍스트는 허진 화면에 지속적으로 나오는 역설의 텍스트이기도 하다. 사물과 존재의 곳곳에 스며들고 침투하는 이 유동의 이미지는 그러나 관계의 회복을 가능케 할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 존재는 뭉뚱그려져 있고 기관없는 발설을 한다.

허진_부유인간1_한지에 수묵채색_130×162cm_2005

2.비유와 아이러니, 몽타쥬의 여로- 익명인간 ● 허진에 있어서 익명인간은 정체성을 상실한 현실의 인간군상을 재현하는데 효과적인 주제이면서 현대적인 삶의 단면을 상징하는 주제이다. 현실은 다종다양하며 이질적이고 역설적인 상황이 수시로 전개되고 문명과 자연, 일상과 사물들이 뒤섞여 있으며 다양한 기호와 욕망이 자아를 압도한다. ● 압정과 핸드폰, 전구, 스쿠류, 도로표지판 등 일상의 사물과 기호들이 자연 및 인간군상과 함께 병렬적으로 뒤섞이면서 자연과 문명의 대립항과 다중적 의미가 몽타쥬처럼 겹쳐진다. 이 몽타쥬는 맥락적 의미를 상실한 무작위적이고 가상적 현실조건을 중첩시켜 의미의 아이러니와 역설을 형성해 내는데 이러한 의미의 아이러니가 곧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 허진의 인간탐구는 상황적 조건에 처한 인간의 양태를 관찰한 뒤 부유하는 사물의 기호와 자연을 복합적으로 연출한다. 문명과 욕망의 구조속에서 불완전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은 정체를 상실한 자아의 초상으로서 역설적이고 아이러니한 익명인간이다. ● 「익명인간-구몽(狗夢)」시리즈는 인간군상을 도사견과 세퍼트, 불독과 진도개등의 다양한 표정과 시선을 통해 형상화하고 횡단하고 부유하는 인간군상의 다면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진도개와 다양한 동물등을 음각 혹은 양각으로 보여주면서 인간과 동물의 유대와 시간의 축적, 일상의 이야기를 서술적으로 제시하고 있는가 하면 날렵한 포인터의 몸매를 부각시키고 화려한 꽃술과 대비시키면서 현대생활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익명인간- 여로(旅路)」시리즈는 작가의 자의식이 중첩된 산수(반산수라 불리는 전통과 정체에 대한 자의식)를 중심화면에 앉히고 문명의 제 도구들인 전구, 와인따개, 전기드라이, 커피포트, 화분, 표지판(공사중)등이 부각되어 있고 인간 및 동물의 부유가 화면 곳곳에 배치되면서, 거대한 코뿔소와 늙은 사슴의 형상이 화면의 한 면을 압도하고 있다. ● 부유하는 인간은 자의식의 중심인 산수를 배회하고 문명과 인간의 조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정체성을 여로를 탐색하기 시작한다. 언제난 공사중인 현실의 반산수는 문명의 이기를 받아들이면서도 조화와 균형을 상실한 현실의 아이러니를 역설적으로 상징화 하고 있다. ● 문명에 대한 긍정과 비판, 전통에 대한 반발과 향수, 현실개선에 대한 욕망과 부유하는 익명성이「익명인간- 여로(旅路)」시리즈를 통해 비유되고 있다.

허진_익명인간-구몽32_한지에 수묵채색_130×162cm_2006
허진_익명인간-여로9_한지에 수묵채색_130×162cm_2006

3.문명과잉과 착종(錯綜), 비가역의 현상학- 유목동물 ● 현실의 문명은 인간이 감당하기를 넘어서는 과도한 과잉과 착종으로 귀결되고 급기야 문명의 파괴와 본성의 상실은 비가역적으로 전개되어 종국을 향해 달려간다. 물신숭배와 고향상실, 생태파괴의 현장에는 문명에 포획된 자연의 거대한 울움,이주하는 유목동물이 자리한다. ● 현실에서는 대면하지 못했던 유목동물들은 그러나 티브이 매체속에서 명실상부하지 않게 재현된다. 현실감이 사라지고 실재의 감각과 멀어진 가상이 현실을 대치하고 현실에 안주시킨다. 유목동물의 울음은 티브이 매체속에서의 울음일 뿐이다. ● 허진은 인간조건의 근원을 위협하는 문명의 파괴적인 양상을 주목하고 문명과 인간탐구의 영역에서 동물(자연)을 부가하였다. 문명과 부유하는 인간 연작위에 실루엣의 점묘로 대담하게 처리한 동물이미지는 문명의 온갖 단서와 익명인간이 오버랩되면서 파편화되고 비순환적인 현실을 강렬한 색채로 부각시킨다. 문명의 월권과 파괴적 양상은 조화상실의 디스토피아적 상상과 함께 인간형상을 더욱 왜소하게 만들고 있으며 주체적 관계상실을 동물과 문명의 제반 이기를 부각시킴으로서 표현하있다. ● 「유목동물, 인간-문명」시리즈에서는 병따개, 압정, 핸드폰, 열쇄, 망치, 전선코드 등의 문명이기등을 더욱 과감하게 부각시키고 부유하고 왜소한 인간형상위에 압도적인 코끼리의 형상을 가미함으로써 문명과 병폐와 인간의 나약을 고발하고 있다. ●「유목동물, 인간-인간」시리즈에서는 문명의 이기는 사라지고 유목동물과 인간이 차분한 색감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꽃과 인간형상이 다소 확장되어서 표현되면서 야생의 숲에 웅크린 고양이과 동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얼룩말과 산양의 배경위에 인간형상이 부유하고 있거나 문명의 종식과 운명을 상징하듯 다가오는 코기리의 형상이나 생존의 극한인 사막을 횡단하는 낙타의 형상이나 가젤산양의 형상에서 문명과 인간, 환경과 생존의 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얼룩말과 낙타, 산양, 코끼리 등 이 모든 유목동물의 형상은 문명과 인간에 대한 항변을 통해 회복할 수 비가역적인 파괴의 문명을 통찰하려는 허진의 상상이 화면에 녹아있다. 문명의 이기는 강렬한 색채의 시선을 자극하고 있고 동물 및 인간의 구체형상에서는 대채로 색의 감각을 조정하고 있다.

허진_유목동물 인간2006-7_한지에 수묵채색_112×145.5cm_2006
허진_유목동물 인간2006-4_한지에 수묵채색_72×60.7cm_2006
허진_유목동물 인간-문명2006-13_한지에 수묵채색_130×162cm_2006

허진은 제도적인 부조리와 현실상황에 처한 인간에 대한 대한 인식, 인간과 문명의 순환고리인 유목동물에 대한 상상을 통해 세계에 대한 사고를 더욱 심화시키면서 그의 화면을 풍부하게 전개시키고 있다. ● 비록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몽타쥬들이 무작위적인 선택과 그것들의 중첩이고 모더니스트적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사물의 전체성과 근원성을 향한 허진의 상상력은 일관되어 있고 도식화된 도상과 인물은 부조리와 아이러니로 나타나는 풍자화된 세계상을 나타내고 있다. ● 허진이 보여주는 세계상의 몽타쥬들은 부조리한 인간과 파괴된 자연, 야생의 동물들이 순환을 이루는 형식적 미감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노트북, 핸드폰, 컴퓨터 등 문명의 이기들은 돌진하고 포효하는 유목동물의 이미지와 함께 부유하는 인간들의 사회, 유목사회의 허상을 묵시적으로 보여준다. 허진의 묵시적 몽타쥬들은 삶의 문제에 대한 개별의 구체형상을 담아 극적인 대비를 시키고 주제를 가다듬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그가 추구해온 일련의 과정에서는 형식적인 필연성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 류철하

Vol.20060620a | 허진 수묵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