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빛으로 그린 풍경

박능생 수묵展   2006_0622 ▶︎ 2006_0628

박능생_계룡산_화선지에 수묵_206×75cm×6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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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622_목요일_06:00pm

롯데갤러리 대전점 대전시 서구 괴정동 423-1번지 롯데백화점 8층 Tel. 042_601_2827

박능생 개인전에 부쳐 "삶 속에서의 묵필의 의미와 실경회화의 모색" ● 북송의 곽희는 그의 화론 임천고지(林泉高智)에서 산수화의 삼원법의 표현기법을 설명하면서 산수화의 본질인 임천(林泉)의 뜻은, "세속을 초월한 고답의 경지를 펼침으로써 마음의 상쾌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 한바 있으며 필법기(筆法記)를 쓴 형호(荊浩)는 형사(刑似)의 기초위에서 자연대상의 생명을 표현해야 한다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의 관념을 강조하여 본격적인 수묵회화의 길을 연바 있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먹의 기를 중요시했던 동양회화에서는 자연의 존재와 의미에 관하여 비 물질의 정신적 존재를 무한한 것으로 사물이라는 물질의 존재를 유한 한 것으로 분류하여 회화에 있어서 정신적 측면을 더욱 중요시 하고 있는데 이런 풍조는 수묵화를 직관적이고 상징성이 강한 동양회화의 정수로서 의 극치로 인식 시키는데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다.

박능생_대전시풍경_화선지에 수묵_206×75cm×14_2006
박능생_붉은 산(계룡산)_화선지에 홍묵_170×95cm×3_2006

이번에 전시를 갖는 작가 박능생은 그동안 우리 전통수묵화가 지닌 격조 있는 미감을 현대수묵화 장르로의 변화와 발전을 모색 해 온 청년작가로서 동양 고유의 정신적 토대 위에 새로운 표현기법과 시대적 가치를 조화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청년작가중의 한사람 이라고 말 할 수 있다. ● 평소 묵필법의 부단한 실험을 통해 도회적 이미지를 자연의 서정적 감성을 바탕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작가는 2003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되었던 "진경, 그 새로운 제안" 전에 초대받기도하였으며 당시 출품작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영구 소장되기도 한 역량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소나무가 주재료인 홍먹의 잔잔한 먹색과 파노라마형식으로 전개되는 일자형 화면구도, 간결하게 응축된 형상의 추상적 표현방식으로 일상적인 도시풍경과 자연의 형태를 재구성하는 그만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초기에 사생을 통해 자연의 실체를 사실적으로 화면에 담기도 했던 작가는 점차 대상의 실체와 본질에 대한 느낌을 사색적인 필치로 바꾸어 가는 특유의 조형감각으로 마무리 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지금까지의 이런 작업과정이 어느 정도 정리 되는 의미 있는 작품들이 전시된다고 얘기 할 수 있다. 그동안 화면에서 도시의 친숙한 이미지와 간결하게 표현된 대상의 형상을 중요시 해 왔던 작가는 일상적 주위풍경들의 감각적 묘사를 통하여 현대회화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 하고 있으며 평원법을 기조로 한 공간미와 적묵법을 바탕으로 한 찰윤한 먹색, 날렵하고 활달한 필치의 기법적 혼용 등을 통하여 한층 진일보된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박능생_보훈청_화선지에 수묵_60×75cm_2006
박능생_홍명거리_화선지에 수묵_105×90cm_2006

작가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회화적 시각은 마치 동진의 대화가 고개지가 그의 전신론에서 "형상으로써 정신을 그린다"고 했던 구절을 떠올리게 하고 있으며 그에게는 이런 조형언어들은 그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견지 해 온 자신만의 표현방법의 한 형태이자 탈 장르화 되고 있는 현대수묵실경산수화의 방향성 탐구를 위한 또 하나의 제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근대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대문호 톨스토이(Leo tolstoi) 는 움직임이나 선, 색채, 소리, 또는 말로써 표현되는 행위에 의해 자기 자신 속에서 느껴진 감정을 다른 사람이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적 행위이다. 라고 그의 저서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 밝힌바 있다. 따라서 화면에서 느껴지는 그의 필치는 자연의 에너지를 호흡을 통하여 화면 바깥으로 이끌어 내는 그만의 감수성 짙은 특성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종이의 매재적 속성과 여백의 운치, 먹색의 현학적 조화와 운필의 자유로움이 잘 어울린 회화적 미감을 통해 화면을 더욱 생동감 넘치고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탈바꿈 시키고 있다고 말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동양의 산수화풍에서 유추할 수 있는 진경의 미감과 추상성은 바로 직관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며 이런 정신적 율동이 가장 간결하게 드러나는 것이 다름 아닌 수묵이 갖고 있는 재료적 특성이다. 따라서 일자형으로 펼쳐진 화면 구도와 더욱 담백해진 먹색과 응축된 형상의 추상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의 수묵작업은 그런 의미에서 자연스러운 동양적 정서를 현대적 흐름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또 하나의 작업방식이라고 말 하고 싶다. ● 수묵을 생명으로 하는 모든 작가는 그가 바라보는 자연의 이미지에 대하여 수묵화만의 격조 있는 필의 와 정감을 통하여 어떻게 해석해야 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민한다. 또한 자신이 바라보는 사실적 형상의 이미지와 추상적 양식으로 변해가는 화면을 조화시키는 문제에 대하여 수많은 고심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평소 작가는 그의 회화세계에 관하여 "나는 평소 내 작업의 가장 중요한 요체를 도시의 일상에 두곤 하였다. 특히 끝없이 펼쳐진 한강과 그 주위의 아파트 숲이나자동차 행렬, 도시의 거리등은 내회화의 근원적 모티브가 되곤 한다. 이렇게 주변에 흔히 펼쳐진 그런 풍경들은 우리의 삶에 대한 나의 고찰 이며 과거와는 또 다른 현대인의 삶이자 일상인 까닭에 나는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바라보고 그것의 변형을통한 현재의 삶의 순간에 주목하고자 하였다." 라고 말 하고 있다. 그리하여 일상의 시각적 이미지와 생명의 정서를 추상적으로 해체한 화면과 도회적 감각으로 재해석 하고 있는 그의 추상수묵화는 작가가 의도하는 주제를 어떤 시각으로 그려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심하는 그의 내면세계를 잘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박능생_홍명거리_화선지에 수묵_105×90cm_2006

한편으로는 일상의 도시풍경들을 전통 수묵 기법과 확장 구도의 조형 감각으로 재구성하여 보여주고 있는 작가의 반추상 수묵화는 마치 당말 형호가 주창한 '마음에 따라 붓을 움직임으로써 미혹됨이 없는 물상의 묘사와 필적을 추구한다, 는 것과 같이 표현을 통해 기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수묵화의 현대성 모색의 발전된 한 형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또한 부감법과 평원법의 전통적 회화구도나, 담묵과 적묵의 능숙한 조화, 지금까지 한국 실경산수화 표현 장르에서 거의 보지 못했던 거대한 공간의 포치는 그가 동양화 본래의 전통필법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시대적 감각을 놓치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 주는 중요한 대목 이라고 얘기 할 수 있다. 결국 현대적 도시풍경과 자연의 이미지를 작품의 주요 소재로 주목하고 있는 작가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 속에서 변화하는 도시의 이미지와 자연의 생명력을 확장되고 응축된 필법과 구도를 통해 그가 느끼는 일상의 순간이 그의 작품의 생명의 근본임을 강조 하고 있는 것이다.

박능생_홍명거리_화선지에 수묵_105×90cm_2006
박능생_홍명거리_화선지에 수묵_105×90cm_2006

최근 한국 현대수묵화 장르가 지니고 있는 고민은 전통이 내재된 한국적 정체성과 시대적 감각이 스며있는 생동하는 현대미술문화와의 거리를 어떻게 좁히며 자신만의 미감과 조형 언어로 표현해 내는가 하는 문제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급변하는 현대미술의 다양한 흐름 속에서 전통의 표현 매재를 중심으로 한 우리 수묵채색화 장르의 침체된 상황을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으로 작가 역시 현대 수묵화의 활성화와 방향 모색을 위해 함께 고민 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개인전 작품들은 그가 향후 중국화단의 진출을 앞두고 시도하는 새로운 작업방향의 탐색과 시각을 알 수 있는 작품들로서 작가는 그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수묵의 표현방식과 조형 감각을 통하여 한국 현대수묵회화에 있어서의 새로운 방향설정의 구축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사실 작가 박능생의 작품세계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시각이 전통 한국수묵실경산수화의 흐름 속에서 어떤 형태로 발전해 갈 것인가에 대한 가능성과 수묵화 특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국제적인 현대수묵화의 발전을 모색하는데 있어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현장 사생을 통한 생생한 필의(筆意)와 일상과 자연에서 만끽할 수 있는 정서적 감성의 깊이를 형상화 시키고 있는 그가 이번에 뒤늦게나마 소중한 가정을 꾸렸다고한다. 조금 있으면 태어날 2세를 기다리며 행복해하는 그를 바라보며 지인의 한사람으로서 작가의 이번 전시가 향후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데 다시 한번 소중한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 장영준

Vol.20060625a | 박능생 수묵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