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지도"生生之道"

손순옥展 / SONSOONOK / 孫順玉 / painting   2006_0628 ▶︎ 2006_0704

손순옥_생생지도'生生之道'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0×110cm×64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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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6_062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10:00pm

갤러리 눈 서울 종로구 인사동 147번지 미림미술재료백화점 2층 Tel. +82.(0)2.747.7277

생생지도 "生生之道" ● 비 갠 뒤의 맑고 깨끗하게 다가오는 선명한 풍경을 대할 때 차갑고 수척한 기운은 회복된다. 빈약한 존재의 삶을 일깨워주는 작은 것들의 조용한 외침이 스며드는 일상 안에는 환한 꽃이 되는 생생(生生)함이 들어있다. 그 작은 틈도 허용하지 못하는 생의 극점에서 만나는 슬픔들을 많이 보아온다. 작년 늦가을에 탈레반 붕괴 이후 4년이 지난 지금도 뿌리 깊게 남아있는 아프간 사회의 여성에 대한 폭력이 드러났던 슬픈 죽음이 있었다. 탈레반 정권 아래에서도 목숨을 걸고 시를 쓰고 문학을 공부했던 시인은 남편에게 맞아 숨지면서 첫 시집 『어둠의 꽃』에서 아프간 여성의 처지를 이렇게 노래했다. "나는 우울과 슬픔에 잠겨 새장에 갇혔네.../ 나는 우울과 슬픔에 잠긴 채 새장에 갇혀 있다./ 내 날개는 접혀 날 수 없다./ 고통 속에 울부짖는 아프간 여인이다."「어둠의 꽃」은 결국 어둠에서 어둠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을 보여주었다. 세상에는 어둠에서 밝음으로 나아가는, 때로는 밝음에서 어둠으로 나아가는, 밝음에서 밝음으로 나아가는 모두가 맞닿아 꽃이 된다. 시시로 변화하면서. 성장과 경쟁만이 중심이 되는 직선론 적 삶의 위계에서 풍성하게 존재하는 삶을 위한 길 찾기를 모색한다. 풍부하게 소유하지 않기에 비우고 다시 시작해내는 밝음을 향한 지향과 연대, 생의 극점에서 만나는 슬픔과 고통에서 다시 변화하고 시작하는 생생지도(生生之道)의 의미로 방점을 찍는다. 억압된 구조 안에서 죽음에 이르는 꽃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긍정과 생명력을 회복하는 정서적 만남을 통하여 맞닿아 있는 환한 꽃이 되었으면 한다.

손순옥_달빛아래Ⅰ,Ⅱ..._천위에 혼합재료_70×28cm×2_2006
손순옥_달빛초록Ⅰ,Ⅱ,Ⅲ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3×115cm×3_2006

어려움과 극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은 절실한 움직임으로 생생함이 다르다. 생의 극점(極點)은 분기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고 했다. 어려움에 직면한 그 슬픔을 통과한 사람들이 생산해내는 새로운 에너지,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모습은 환한 꽃이 되거나 환한 슬픔이 된다. 그러한 내면의 만남들이 무르녹는 자연의 흐름과 함께 표현되며 찰나의 밝아지는 모습들의 다면을 부분 부분 연결한다. 푸른 풍경 안에 따뜻함, 열정, 기억들의 저장이다. 전통과 현대의 새로운 길 찾기를 모색하여 화면구성에 주안점을 두며, 많은 사람들의 오래된 정서 '슬픔', 또는 허무함들을 드러내며 동시에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느낌을 자연의 흐름에 맞추어 내적 동화를 의도한다. '노자'는 천지만물의 궁극적 실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하면, 근원의 문제에서 '무'와 '유'를 그 본체와 작용[體用]으로 하는 도(道)의 개념과 관련해서 정리했다. '도'에서 만물이 나오고 '도'의 작용으로 만물이 활동하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이 '도'는 다름 아닌 생생지도로 설명되는데 현상 세계와 완전히 분리되어 초월적으로 존재하는 그 무엇인 것이 아니라, 만물이 스스로 생겨나고 스스로 변화하는[自生自化] 바로 그 것을 가리킬 따름이다. 생생지도(生生之道)는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는 것이다. 모든 예술은 통즉구(通卽久) 통하면 오래 간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窮卽變 通卽久 (궁즉변 통즉구), 즉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는 것, 이것이 '생생지도'. 그렇게 될 때 모든 예술은 통즉구(통하면 오래 간다는 뜻)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궁(窮)은 발전할 만큼 다 발전하면 더는 발전할 수 없어 멈춰지는 기미(機微)를 말한다. 다시 발전하기 위하여 그런 기미를 부정하고 파괴하면서 변화하려고 몸부림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시작, 곧 생생이다. "밝음에서 밝음으로 나아가는 모두가 맞 닿아있는 환한 꽃" 이 되었으면 한다. ■ 손순옥

손순옥_환한 슬픔_캔버스에 혼합재료_70×70cm_2006
손순옥_물빛아래..._캔버스에 혼합재료_70×70cm_2006

그림, 절단의 계기를 품은, 열려진 연속체 ● 청주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가졌던 화가 손순옥이 첫 번째 서울 전시를 마련하였다. 이번 전시는 표현 자체와 표현하는 대상, 또는 사건이 분리되어 있으면서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화면을 주로 보여주었던 이전 전시들과는 달리, 대부분 표현 자체에 대한 탐구로 이동한 화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유기적인 표현은 화면 외부의 현실을 준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일반화된 도식에 따라서 인과적 시간의 연속체 안에 놓여 질 수 있다. 그리고 화면의 이야기는 대부분 표현 대상이 상황에, 또는 상황에 표현 대상이 작용하거나 또는 반작용하며 이루어지되, 이야기가 흩어지지 않고 오히려 중심으로 모이는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따라서 이야기의 시간상 전개가 투영되는 화면에서는 주제가 명확히 드러나므로, 그림을 보는 것과 그 그림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일치될 수 있어서 표현은 여기에서 일종의 진리의 형식으로 기능하게 된다. 모든 것을 포괄하는 일관된 깊이, 즉 의미로 통일되고 지속되는 화면은 관람자로 하여금 이 화면을 일반적으로 공유하는 도식에 의거해 진리라고 간주할 수 있는 일정한 위치에 자리잡게 한다. 손순옥은 그동안 단일한 역사적 공간 속에서 표현의 인과관계를 설명해주는 이 같은 의미론적 작업을 보여주었다.

손순옥_아지랑이(陽焰)_캔버스에 혼합재료_58×118cm_2006
손순옥_일과명주(一顆明珠)Ⅲ_천에 혼합재료_110×25cm_2006

그러나 최근의 화면들은 서사적 작용을 피해 시간 흐름의 도식을 와해시키고 있어서 부분적이고 불완전하며, 고정된 중심 또한 부재한다. 이번 전시에서 인접영역을 향해 부단히 열고자 하는 작은 여러 화면들은 붙거나 또는 떨어진 채 이어져 '한' 작품을 이룬다. 작은 화면들은 지각된 현재적 순간이든, 기억에서 불쑥 떠올려진 순간이든 객관적으로 일반화시킬 수 없고 공유의 지점을 확정할 수 없는 계기들일 뿐이다. 절단된 계기들은 그러나 서사적 작업과는 다른 차원에서 연속성을 형성한다. 검은 바탕에 농담의 차이를 이용하거나('일과 명주1'), 외부의 다양한 대상들을 다양한 시점에서 보거나('아지랑이3', '상상지도'), 상·하의 구축원리나 중심-주변의 기존 원리 대신 계열을 형성하면서('푸른 단풍', '달빛 초록1,2'), 작가는 감성적 형태나 개념적 의미작용에서 벗어난 열려진 연속성을 시도하고 있다. 감각적인 이미지 배치를 통한 손순옥의 새로운 시도는 과장되거나 상이한 척도의 복수적(複數的) 흐름을 형성하는 데 까지는 이르지 않는다. 도식적인 정상성을 멀리 벗어나 있지 않고, 하나의 이미지와 곁에, 이전에, 다음에 나온 이미지 사이에는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조금만 열려있어 일관된 깊이에 대한 매우 조심스럽고, 반성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이러한 점은 작가가 표현 소재를 인물이 아닌 자연물에서 찾는 데서 잘 드러난다. 자연은 한편으로는 이해관계, 즉 상황에 얽혀있는 사물만은 아니며, 상황에 반응을 요구받지도 않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황과 관계할 수 있고, 반응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서 내재적인 인과관계의 총체적 판별은 불가능하지만, 감성적으로 총체적 접근과 참여는 확보된다. 이러한 자연의 이중적 측면에 기대어 손순옥의 화면에는 단수성과 복수성이, 연결과 절단이 충돌을 피해 공존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손순옥의 열려진 연속체 그림들은 미규정의 상태로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도 아니고, 임시적일 수 있으며, 이행 가능한, '窮卽變 通卽久(궁극에 이르면 변화하고, 서로 통하면 오래 지속된다)'의 원리를 품고 있는 '생생지도(生生之道)'라는 이념적 관계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외재적으로까지 확산되지 않고 개인적인 이미지에 머물러 관람자에게도 능동적인 시각적 놀이를 허용한다. ■ 임정희

Vol.20060629e | 손순옥展 / SONSOONOK / 孫順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