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Gong

강선미展 / KANGSUNMEE / 姜善美 / installation   2006_0616 ▶ 2006_0702 / 월요일 휴관

강선미_쌓다_라인테이프_200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50322b | 강선미展으로 갑니다.

강선미 홈페이지_www.linekang.com

초대일시 / 2006_0616_금요일

갤러리 빔 GALLERY BIIM 서울 종로구 화동 39번지 Tel. +82.(0)2.723.8574 www.biim.net

인생은 현미경으로 봐야 겨우 볼 수 있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하나의 점이다. 우리는 이것을 공간과 시간이라는 두 개의 도수 높은 렌즈로 확대시켜 보고 있을 뿐이다. ● 어릴 적, 살고 있는 집 주소 전화번호도 외우지 못할 정도로 아주 어릴 적에 집 밖에 세상이 너무 궁금했던 나는 식구들의 눈을 피해 문 밖 세상으로 나섰던 적이 있다. 별로 어렵지 않게 넘어선 그 너머의 세상은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색다른 그림들이었다. 웬만한 것들은 나의 키를 넘어 버렸기 때문에 나는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위로만 쳐다봐야 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새로운 사물에 정신이 팔려 돌아다니고 있을 때 나의 정신을 차리게 해준 것은 한 방울 두 방울씩 떨어지던 굵은 빗방울이었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때에서야 내가 집에서 너무 멀어졌음을 그리고 돌아갈 길을 잊어 버렸음을 깨달았고 그것은 곧바로 낯선 곳에 던져진 나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공포로 연결되었다. 다행히 큰소리로 울고 있던 나를 파출소로 데려다 준 고마운 어떤 이의 덕분에 그 날 저녁 나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부모님의 호된 꾸지람을 각오 하고 있었지만 이미 놀라 대로 놀란 부모님은 기운을 다 소진하셔서인지 다시 찾은 딸에 대한 감사이었는지 그렇게 그 요란했던 하루는 조용히 지나갔다. 지금도 그 때의 기억이 사진을 찍어 놓은 것처럼 선명한 것은 새로운 세상을 접하던 두근거림 또는 돌아가야 할 길을 잃어버린 까마득함인지 확실하지 않다. 다만 그 하루는 아주 길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강선미_돌다_라인테이프_2006
강선미_아무것도 아닌_라인테이프, 조명설치_2006
강선미_비우다_라인테이프_2006
강선미_연결되다_라인테이프_2006

이제는 세상에 내 던져진 채 살아도 울지 않고 꿎꿎하게 나아갈 방법을 알 만큼 길들여졌다. 던져진 세상은 그 어릴 적 달콤하고 모든 것이 신기하게만 느껴지던 그 하루의 것과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곳만 바라보며 더 큰 것을 꿈꾸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이의 생활의 정석이라 함은 사실이다. 돌아가는 세상 열심히 공(球)을 차고 점수를 따고 반드시 이겨야 하는 너무 치열한 세상에 모두 사람들은 선수처럼 미친 듯이 뛰고 있다. 쌓고 쌓아서 결국 쌓아 놓은 모든 것들은 주체하지 못하고 쓰러질 것만 같은, 또는 지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불안한 형태이다. 하지만 결국에 우리가 돌아가야 하는 그 시점의 모든 것은 공(空)이다. 어릴 적 단지 하루에 겪었던 설레임이 섞인 기쁨과 공포와 돌아가고자 했던 열망 등이 그렇게 수 천 년처럼 길게 느껴졌던 하루였다면 우리가 보내고 있는 이 모든 긴 시간들도 어쩌면 아주 짧은 몇 초도 되지 않는 순간일 수도 있다. 초월하며 살 수 없다면 가끔은 너무 높은 곳만 바라보고 있는 나의 뻐근한 고개를 잠시 내려주자. 그리고 비우자. 비워 놓지 않고 욕심스럽게 담아 넘치고 넘쳐서 제 그릇에서 떠나가는 모든 나의 것들에 아쉬움을 표시하자. ■ 강선미

Vol.20060702b | 강선미展 / KANGSUNMEE / 姜善美 / installation

@ 우민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