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지역 Ⅱ

이문주展 / LEEMOONJOO / 李汶周 / painting   2006_0630 ▶ 2006_0709

이문주_막힌 길 (디트로이트)_캔버스에 혼합재료_191×270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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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630_금요일_06:00pm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동미술스튜디오 전시실 서울 도봉구 창동 601-107번지 Tel. 02_995_0995 www.artstudio.or.kr

이문주 회화전: 재개발지역 Ⅱ ● 나는 서울의 몇몇 재개발지역과 내가 살았던 미국 도시들의 특정 장소를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하여 사실과 상상 사이를 오가는 풍경화 시리즈를 그려 왔으며 이를 통해 폐기처분과 대량생산의 대상이 되어버린 도시 풍경과 주거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 2003년에 씌어진 한 건축사가의 글 은 나로 하여금"만료된 건축물과 장소, 그리고 도시에 관한 회화 시리즈"를 구상하게 하는 동기를 제공하였다. 그 글의 요지는 건축물이 최대한의 부가가치를 생산해내지 못하면 (혹은 그 건물이 위치하고 있는 장소의 이점을 충분히 착취해내고 있지 못하면), 생산적 파괴라는 현대 자본주의의 내재적 원리에 따라 더 경제성 있는 건물을 짓기 위해 폐기될 수 밖에 없는 '상품'과 같은 위치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193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 뉴욕, 시카고 등 대도시 중심부에 유명건축가의 설계로 지어진 예술사적으로 의미 있는 건축물 다수가 완공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충분한 효용가치가 없다는 판단아래 철거되었다는 이야기는 내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이문주_서울 내수동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159×423.5cm_2006
이문주_상추밭 (창전동)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73×231cm_2006

부가가치 창출에 있어 얼마나 효율적인가에 따라 공간/장소의 가치와 그 존폐여부를 결정하는 논리는 개개 건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마을 혹은 도시 전체에도 적용된다. 불량주거지역 개선을 명분으로 멀쩡한 주택과 마을을 허물고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는 재개발 과정에는 최대의 이윤을 끄집어내야 할 대상으로서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깔려있다. 내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정기적으로 답사하여 그 부패과정의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한 적이 있는 미국의 도시 디트로이트는 아예 시 전체가 그 유용성을 잃고 내버려진 극단적 예이다. 지난 4, 5년간 서울에서 보스턴, 디트로이트, 그리고 뉴욕 브룩클린 등 이 도시 저 도시로 옮겨 다니는 과정 중 관찰한 도시의 쇠퇴와 해체 그리고 재개발의 풍경은 내 회화의 중심주제이다. 나는 이들 도시의 풍경을 서로 비교하면서, 한 도시가 이미 수십 년 전 겪었던 변화와 진통이 현재의 다른 도시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발견한다. 가령 보스턴시는 1950년대에 웨스트엔드(West End)라는 저소득층 주거민 동네를 슬럼으로 규정하여 완전히 밀어 엎고 그 부지에 고급 콘도와 정부종합청사(Government Center)를 대대적으로 조성한 후에 이에 따르는 많은 사회적 부작용을 경험했다. 이러한 사례로부터 보스턴은 장소의 고유성에 대한 구체적 이해 없이 그저 깡그리 밀어내는 식의 도시개발 강행에 따르는 후유증이 얼마나 돌이킬 수 없는 것인가라는 교훈을 이미 체득하였다. 그로부터 반세기도 넘게 지난 이 순간 서울의 진관동 등 자생적으로 생성되어 온 마을들은 뉴타운 사업과 강제수용권이라는 불합리한 법 아래 철거되어 사라지며, 찍어내듯 세워지는 고층 아파트단지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그리고 이미 수십 년 전 가장 현대적인 레이아웃을 갖추며 대도시로 자리잡았던 디트로이트는 지금은 철저히 버려져 허물어져가고 있다.

이문주_무제 (골프코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8×115cm_2006
이문주_2004 서울 창전동_종이에 혼합재료_76×92cm_2006

이번 전시에 포함된 그림은 각기 다른 진화의 단계에 있는 도시들에서 발견된 서로 매우 유사한 풍경을 보여주는 회화들의 연결로 이루어질 나의 회화 시리즈의 시작부분이다. 거리를 둔 관찰자의 시선에서 발견한 디테일들을 결합하여 구축한 풍경들 속에 이 도시와 저 도시의 현재의 모습을 나란히 놓으면서, 도시 재개발의 풍경과 도시 해체의 풍경이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임을 드러낸다. 뉴타운사업 공사착수 직전 마치 고스트타운처럼 비워진 진관동의 모습은 수십 년간 버려져 황폐화된 하일랜드파크라는 동네의 모습과 병치되고, 창전동 재개발 지역의 쓰레기 산들 사이에 누군가 심어놓은 상추밭의 풍경 --재개발과는 대조되는 아주 원초적인 방식으로 땅을 착취하는 모습이다 -- 은 디트로이트의 허물어진 건물터들 사이에서 간간히 발견되는 자생적인 작은 채소밭 등의 농지들을 생각나게 한다. 이러한 그림들의 의도는 개발의 뒤에 올 미래의 풍경이 -- 암울한 묵시록적 모습이든, 자생적 에너지를 가진 긍정적인 모습이든 간에 -- 현재의 도시풍경의 세부 속에 어떤 형상으로 잠재되어 있는가를 추적하려는 것이다. ■ 이문주

Vol.20060707b | 이문주展 / LEEMOONJOO / 李汶周 / painting

@ 우민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