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 靜中動 Stillness in Movement

윤성필展 / Feel Yun / 尹聖弼 / sculpture   2006_0623 ▶ 2006_0902

윤성필_靜中動 Ⅰ_철_307×153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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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매스 / 2006_0623 ▶ 2006_0715 초대일시_2006_0623_금요일_05:00pm 美素芝(미소지) / 2006_0717 ▶ 2006_0902 초대일시_2006_0717_월요일_05:00pm

갤러리 매스 서울 강남구 역삼동 616-19번지 Tel. 02_553_4504 www.mass.or.kr

美素芝(미소지)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 608번지 Tel. 031_896_8908 www.misoji.co.kr

정 (靜)에는 움직임이 내재되어 있다. 정이라는 말은 동의 상대적 개념으로 한계성을 가진 동일공간에서 움직임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것을 가르키는 것이지 부동을 의미 하지는 않는다. ■ 윤성필

윤성필_靜中動 Ⅱ_스테인리스 스틸_25×16×25cm_2006
윤성필_靜中動 Ⅲ_스테인리스 스틸, 도장_122×108×244cm_2006

靜中動 -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움직임 ● 윤성필의 이번 이야기는 평면에 대한 것이다. 미술에서 사각의 평면은 대개 회화의 표면인 물리적인 이차원 공간으로서, 물질성을 초월하여 만들어지는 영원성의 공간이기도 하고, 재료의 물성 자체를 드러내는 물건의 표면이기도 하다. 윤성필의 평면은 물질적인 공간의 의미라기보다는 개념을 표상하는 매체로 등장한다. 그가 평면을 통해 제시하고자 하는 개념은 태극(太極)이다. 이점은 이전의 금속띠 작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단지 집중하고 있는 측면이 차이가 날뿐이다. 금속띠 작업이 에너지로의 전환 순간과 그것의 순환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이번 평면 작업은 태극의 '정중동(靜中動)'의 상태를 도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윤성필_靜中動 Ⅳ_철_70×86×65cm_2006
윤성필_靜中動 Ⅴ_스테인리스 스틸_122×90×244cm_2006

그의 평면 작업은 반복적인 형태의 금속띠 작업보다 더욱 정적인 형태를 띤다. 즉 평면으로부터 순차적으로 전개되는 평면들이, 휘몰아치는 듯한 금속선과 대조를 이룬다. 윤성필이 보기에 평면은 커다란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 그것은 깊은 흐름을 감추고 있는 잔잔한 수면처럼 거센 움직임과 에너지를 고요한 표면과 공존시키고 있다. 작가는 그 고요한 표면을 잘라냄으로써 공존하던 역동의 힘을 고삐를 매어둔 채 평면 위에 풀어 놓는다. ● 그가 보여주는 '정중동(靜中動)'의 평면은 물리적인 효과나 심리적인 발현에 의해 평면 위에 구현된 그것과는 다르다. 운동의 한 순간을 포착한 정지된 프레임들이 모여 평면 위에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영화나, 작가의 행위나 심리적인 격동의 흔적이 드러난 회화가 결과적이고 현상적인 것에 관여하고 있다면, 윤성필의 평면 작업은 모든 것의 본질이 되는 것을 가시화하는데 몰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을 가시화하기 위해 작가는 단순한 도해의 방식을 선택하였다.

윤성필_靜中動 Ⅶ_스테인리스 스틸_55×63×30cm_2006
윤성필_靜中動 Ⅶ_스테인리스 스틸_38×32×20cm_2006

'정중동(靜中動)'의 도해를 위해 선택된 요소는 사각의 평면, 잘라냄, 펼침, 이 세 가지이다. 사각형은 동양에서 땅을 의미하는 도형이면서, 하늘을 상징하는 원형과 대비되는 형태이다. 작가는 사각형을 꽉 짜여진 틀, 정지, 고요함 등의 의미로 읽는다. 이것은 금속띠 작업에서 빈번하게 사용했던 원형의 역동성과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평면은 많은 가능성을 극도로 응축하여 높이마저 제거해 버린 납작한 공간이다. 작가는 이러한 응축된 가능성을 풀어내는 계기로서 '잘라냄'의 행위를 활용한다. 평면에 균열을 만들어내는 순간, 그것은 들어감과 나감, 흐름이 가능한 '동(動)'의 공간이 된다. 이러한 움직임을 가시화하기 위해 '펼침'을 가한다. 견고한 금속의 표면은 날카롭게 잘리고, 잘려진 부분들은 평면 위아래로 펼쳐진다. 그러나 잘려진 부분들은 여전히 평면에 고정된 채로 전개된다. 따라서 이것들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순차적인 크기와 위치로 리듬감 있게 펼쳐진 평면들로 제시된다. 잘려진 형태들은 금속띠 작업과 마찬가지로 원형이나 사각의 띠 모양이다. ● 태극은 땅 속에 묻힌 씨앗에 비유된다. 태극은 하나의 큰 근원이며, '움직임의 원리(動之理)'와 '고요함의 원리(靜之理)'를 분화되지 않은 상태로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씨앗은 자라나면서 줄기가 나고, 가지가 뻗고, 잎이 나고, 꽃이 피며, 열매가 맺힌다. 윤성필은 작업을 통해 이 거대한 순환에서 씨앗을 보여주고 있다. 즉 우리가 속한 거대한 우주에서 '용(用)'이 아니라 '체(體)'를 탐구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술은 씨앗, 뿌리이기도 하지만, 꽃이며 열매이기도 하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윤성필의 다음 이야기가 태극의 '용(用)'에 대해 탐구하였으면 하고 바란다. 그리고 그의 우주가 우리가 속한 자연과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가까운 곳에서 익숙한 언어로 태극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때가 오길 바란다. 그의 작업이 나갈 방향은 무궁무진하고, 걸어야 할 길은 멀며, 넘어야할 고비도 높을 것이다. 느긋하게 기다려보자. ■ 이임수

Vol.20060709b | 윤성필展 / Feel Yun / 尹聖弼 / sculpture

@ 우민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