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에 묻다.... 모여들다. 들어오다. 기다리다.

2006관훈갤러리 기획 공모 김송은 개인展   2006_0719 ▶ 2006_0801

김송은_달빛에묻다..._합성수지, 영상설치_가변설치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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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719_수요일_06:00pm

관훈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본관 3층 Tel. 02_733_6469 www.kwanhoongallery.com

잉어가 바라본 마을_잉어와 마을로 설정한 상대적 가상의 현실 공간 ● 일본 나가사키 현에는 '잉어가 헤엄치는 마을'이라는 관광지가 있다. 말 그대로 '잉어가 헤엄치는 마을'이란 조용하고 서정적인 주택가 옆 수로에 1,500여 마리의 잉어가 살고 있는 마을 일대를 말하는데, 100m의 긴 용수로를 헤엄치는 잉어들은 피상적으로는 당연한 노니는 모양새로 고요한 마을에 휴식을 더하는 것으로 보여 지며 누구나 그렇게 믿고 의심치 않는다. 그러한 그들이 물 밖으로 바라본 마을의 모습은 겉보기엔 단조로운 일상에 순응하는 마을 사람들의 전형이겠지만 속내를 알고 보면 수많은 갈등을 감내하고 보완해야만 하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일 것이다. 과연 마을 사람들이 바라본 잉어의 모습은 단지 고요와 평안의 휴식만을 보여주고 있는가. 현실과 상대적 가상공간의 경계를 잉어와 마을 간의 상호 관계적 시각에 의미를 두어 본다면 이러한 설정은 눈에 보이는 현상만이 진실이 아닌 현실과 상대적 가상공간속의 은폐된 논리를 볼 수 있게 한다.

김송은_달빛에묻다..._합성수지, 영상설치_가변설치_2006

실재가 아닌 가상실재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바라본 잉어는 원래 인간이 아니며 잉어가 바라본 인간은 이미 잉어가 아니지만 이제 현실의 사실성은 사라졌으며 가상공간의 현실화가 가능한 시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 즉 '잉어사람' 혹은 '사람잉어'를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 놓은 작가의 시각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 놓았다. 상대적인 관점에서 본질을 파악한다면 이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숙지해보는 관점이 될 것이며 어류와 인간을 대상으로 관객과 작품간의 관계를 의인화로 통한 관객의 비단잉어화를 만들었다. 비단잉어는 일본에서 관상용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가공된 잉어로써 용이 되고자 하고 본질의 잉어의 목적과는 다른 다소 관조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다. 개량된 비단잉어가 제시하는 것은 "잉어가 용이 될 것"이라는 가능성이 있는 목적성과 "비단잉어라 용이 되지 못한다"는 가능성이 없는 자아를 인식하고 이루어질 순 없으며, 그래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이미 예정되어 있는 가질 수 없는 목적을 향해 자조적인 모습으로 유영하는 모습은 이루어 질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희망이 있기에 살아가는 의미가 있는 인간 삶의 모습을 재현시켜 줌으로써 관객은 물속에서 묵묵히 정진하는 비단 잉어 떼와 함께 같은 존재로서의 동일시를 경험하게 된다.

김송은_달빛에묻다..._합성수지, 영상설치_가변설치_2006

영화 '파니 핑크'의 감독 도리스 되리의 '내 남자의 유통기한'이란 영화에는 한때 인간 이었던 잉어부부가 등장한다. 그림형제의 우화 '어부와 아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영화는 인간이 잉어가 되어 어항 속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이상과 현실간의 상대적인 관점을 전개한다. 작가는 어린시절 아버지를 따라 가본 낚시터에서 바라보았던 물속 장면을 전시장에서 관객을 둘러싸고 있는 비단 잉어 떼로 재현하였다. 중심에 설치된 둥근 원형, 이것은 아마도 낚시터를 따라 다니던 시절에 읽었던 전래동화에 종종 등장했었던 달이라는 동심 속 염원의 이미지에서 기인된 희망이자 소원적인 매개체로써 등장하였다.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형상들은 기이하게도 머리, 꼬리, 지느러미가 없는 그로테스크적인 몸통만 지닌 기이한 형체로 나타나는데 이는 머리와 팔과 다리가 없는 인간의 단절된 형상을 대체한 것으로 방향성을 잃어버려 보이진 않지만 희망을 향해 달려가는 본질을 상징하였다. 다채로운 형상들은 역경과 암담함 속에서도 점점 희망의 빛으로 화하게 되며 의지를 표명하고자 하는데, 달의 형상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단절된 매개체들의 색채구분은 그렇게 의도된 것이다. 맑은 물과 늪지대에 모두 서식할 수 있다는 생명력이 강한 잉어는 예로부터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 용문이라는 폭포를 올라가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는 중국의 전설이 있다. 어려운 과정을 이기고 나면 입신양명을 한다는 의미에서 등용문이라는 말도 유래가 되었으며 일본의 마쓰리인 고이노보리(鯉のぼり)축제에는 집집마다 천이나 종이로 만든 하는 화려한 색으로 물들인 모형잉어를 긴 대나무에 달아 마을입구나 마당에 걸어놓고 남자아이들이 잉어의 힘처럼 헤엄쳐 건강하게 자라라는 기원풍습이 있다고 한다.

김송은_달빛에묻다..._합성수지, 영상설치_가변설치_2006

슬프고 방향을 잃은 자들에게 매정하고 냉혹한 현실의 세계이지만 그래도 정진해야만 살 수가 있으며 갈 길이 안 보인다고 헤엄칠 지느러미가 잘려나갔다고 정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장 보들리야르가 말한 가상과 현실의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시뮬라시옹의 단면과 같이 나는 지금 구분할 수가 없는 이 가상의 현실의 공간에서 숨을 쉴 수가 없다. 마치 물속에 잠긴 것 같아 너무 답답하고 숨이 막힐 것 같다. 과연 잉어가 바라본 위장된 고요한 마을은 숨을 쉬고 살만한 곳인가를 작가는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 조은정

Vol.20060720d | 김송은 개인展

@ 우민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