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의 결

책임기획_U-form   2006_0719 ▶︎ 2006_0801

김주아_Antique Market_혼합매체_설치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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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719_수요일_05:00pm

김주아_장유빈_조현예_조혜루

갤러리 환 서울 종로구 인사동 170번지 동일빌딩 304호 Tel. 02_735_7047 www.ghwan.com

우리가 아는 듯 모르는 듯 인식하는 객관적 사실들은 오해의 소지도 많고 그 자체가 오류를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의 문제는 오로지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바라보는 관객 각자의 관점을 인정하며 작품이라는 형식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그 자체에 의의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보고 당연한 듯이 넘어가는 사물의 모습이나 현실 상황을, 약간씩 비틀어서 보여주는 이들의 작업은 본다는 관점에 제동을 걸며 과연 어떠한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U-Form은 편견을 한 꺼풀씩 벗겨 그 상태에서 생각을 다시 해 보는데, 억지스러움을 배제하려고 노력한다. U(New 또는 Your일 수 있는)-Form은 자연스러운 새로움을 지향한다. 그것은 비단 작품의 형식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사고의 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표현은 많이 서툴 수 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새로운 가치발견이 꼭 새로운 형식의 발견으로 이어지리란 법은 없어서일까. 시간이나 예술의 형식과 같은 규정하기 어려운 개념들이, 작품들안에서 다른 모양새로 조심스럽게 제시된다.

김주아는 기존의 은염 프린트로 구성된 옛 앨범을 리메이크하여 페이지가 없는 박스 형태의 앨범을 제안하면서 시제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작가에 의해 재탄생된 앨범은 박스 외부의 이미지만 보여질 수 있을 뿐 내부는 텅 비어있다. 마치 추억의 사진으로 꽉 차 있어야만 할 것 같은 앨범은 제 모양을 유지하면서 기능할 수 없는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사진으로 채워져 있지 않은 박스의 내부는 관람객들의 인식안에서 그 어떤 과거 사진들보다 더 많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게 된다. 또한 김주아의 슬라이드 작업은 현재의 도시 풍경을 찍고 간판에 과거 광고의 이미지를 어색함 없이 합성해내고 그것을 슬라이드 필름으로 떠낸 과정을 거친다. 과거와 현재의 도시의 풍경을 광고 이미지를 이용해 하나의 필름에 재현함으로써, 원본성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장유빈_냉장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 냉장고설치_130.3×162.2cm_2005

장유빈은 기능할 수 있지만 기능하지 않는 냉장고의 모순적인 모습을 설치로 보여준다. 열려있는 냉장고...전기 코드가 꽂혀져 가동되고 있지만, 그 냉기가 우리가 서 있는 이 공간으로 확산됨을 확인하는 순간, 우리는 변해가는 식품들, 썩어가는 과일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현재 진행형의 이 장면을 목격하면서 관객은 강박적으로 걱정스레 미래를 연상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이 우리를 걱정하게 하는 것인지 소급해보면, 작가의 재미로의 살의가 과연 무가치하고 소모적인 일만은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조혜루_Resornance_혼합재료_설치_2005

조혜루는 일상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기성품의 표면을 에나멜 페인트로 지우고 있다. 시계, 군용 봉투, 메트로놈 등의 기능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그것들이 있어야 할 위치를 인정한 채 시각적인 외피을 지우고 인식을 고의적으로 차단함으로 인해 오히려 관객의 상상력 혹은 기존의 선입견으로 본래의 그 물건을 재구성하게 하는 유쾌한 경험을 선사한다.

조현예_퇴보적자세_단채널 비디오_2006

조현예는 결국 작품을 하지 못하고 모니터에 직접 출연해 관객에게 사과한다. "미안해" 라고 반말로, 그 목청은 소심하게 울렸다 꺼졌다를 반복한다. 그리고 벌을 서 듯, 하나의 자세를 버틸 수 없을 정도까지 취하는 영상을 벽에 투사시킨다. 또한 아까 언급했듯이 모니터에선 본인이 계속 미안해라고 말하며 상대가 없는 고요한 외침을 계속한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미안해미안해....라고 하는 언어의 반복이 주는 경험은 우리가 평상시에 듣는 단 한 마디의 '미안해'와는 다른 것이다. 무엇이 시작이고 끝인지 모호한 말을 계속하면서 그 말을 계속 하는 사람과, 그 상황을 바라보는 관객 사이에는 다양한 감정의 형성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감정이라는 무형의 가치와 미술이라는 형태가 만나면서 이것도 작품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게 된다. 이 작업들은 한 공간 안에서 유기적으로 놓여 지고 작용하게 된다. ● 벽에 조혜루의 시계가 걸리고 컴퓨터 책상 위 모니터엔 조현예의 얼굴과 음성이, 그 책상 책꽂이에 김주아의 앨범이, 책상 옆에 장유빈의 냉장고가 설치되면 하나의 사무실의 광경으로 둔갑한다. 이 사무실은 일상의 풍경 같기도 하지만 작품의 특징 때문에 조금 생경한 풍경이 된다. 방의 모습으로 재탄생되면서 하나의 작품으로 서로 다른 작품이 용해될 수 있다. 정상적이지 않은 이 방의 모습은 그다지 황당하지만은 않게 관객의 시선에 펼쳐진다. 익숙하지 않지만 익숙한 듯한 풍경. 저마다의 모순을 떠안고 사는 우리의 공간과 그렇게 멀지 않은, 조그만 생각의 전환으로도 가능한 풍경들. 한번쯤은 저지르고 싶었던 반항끼가 장난스러움과 어우러져 한 공간에 뭉뚱그려진 느낌이랄까. 작가들은 진지하게 미술에 관한 자신의 시각을 설치라는 매체로 펼쳐놓았을 뿐... '호흡의 결'이란 전시는 같은 숨에서 시작한 공기가 다르게 퍼져나가는 양상을 작품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이들이 내뿜는 작품의 기운이 자연스럽게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풍경을 보고 있자면 딱히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억지스럽진 않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현실을 인식하는 과정을 여러분이 살펴준다면 네 사람이 내뱉는 숨이 헛되지만은 않으리라. 관객들은 작가들이 친 연막에 무방비로 침투하면서 그 안에서 반응하는 또 다른 자신의 발화법을 만나게 될 것이다. ■ 조현예

Vol.20060721c | 호흡의 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