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하우스 속의 비닐하우스

안산 아트메모리 2006展   2006_0805 ▶︎ 2006_0813

하석원_하얀방_설치_2006

초대일시_2006_0805_토요일_05:00pm

비닐하우스 AA_유승덕_김지섭_송은영_김월식_김숙진_김영래_김정자_김주리 박관우_오미경_이민희_이원정_이애자_이종균_이지은_전재철_김혜자 초대작가_하석원_심정아_김도명_강인구_이민_최정미_윤갑용

책임기획_백기영_양정수_최정미

단원전시관 제3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525-7번지 Tel. 031_481_2472

모델하우스 ● 안산 단원전시관은 아파트 모델 하우스를 개조해서 만든 전시관이다. 총 3개 동으로 이루어진 이 전시관에서는 단원 김홍도를 기념하는 상설 영인본 전시실을 운영하고 있고 해마다 단원미술대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 모델하우스는 안산 지역의 지역문화 전형창출의 노력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 단체들은 지역 문화를 통한 관광 상품과 지역축제를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지자체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단원 김홍도가 잠시 거주하였던 기록밖에 없는 안산에서 김홍도를 상품화하려는 전략은 역사를 왜곡시키고 김홍도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가 부재한 전형적 지역문화를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지역문화는 쉽게 고착되고 전형화 되고 있다. 문화가 전형화 되면, 지역문화의 현재성을 반영하기 어려워지고 저급한 문화산업적 상상력만 난무하게 된다. 단원미술관의 뒤뜰에는 원두막과 김홍도의 풍속화에 등장하는 대장간을 재현하기 위한 화덕을 만들어 놓았다. 이것이야 말로 실재와는 전혀 무관한 파생실재를 통해 역사를 왜곡하고 그것을 통한 문화적 이윤을 창출하려는 어설픈 시도에 불과하다. 아파트와 부동산에 대한 욕망을 선전하고 과시하는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이렇게 지역의 문화적 전형을 과시하고 선전하는 공간으로 탈바꿈 하였다.

이민희_IMG 여권_설치
이민_세 여자의 이야기-Herstory_3채널 dvd영상설치, Color&B/W, 사운드_00:03:07_2006

비닐하우스 ● 비닐하우스는 문화공간이 아니다. 비닐하우스는 항온 항습을 제공할 목적으로 만든 임시적이고 가변적인 영농 구조물이다. 이 공간에서는 식물들이 자란다. 비닐하우스는 모델 하우스처럼 껍데기 공간이 아니라, 투명하게 내부를 보여주는 닫혔지만 오픈된 공간이다. 이런 투명한 영농구조물을 비닐하우스AA는 창작공간과 교육공간으로 이용한다. 식물이 자라야 할 공간에서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아니 창조적인 상상력과 생산적인 관계를 훈련하는 것이다. 이 비닐하우스는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작가로서의 길을 모색하는 젊은 예술학도,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창조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고민하는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만들어가는 대안적 미술학교이다. 우리나라에서 예술은 전문인의 전문적 교육경력을 자랑하거나 세련된 기술을 연마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에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예술은 삶과 괴리되고 소통과 매개를 위한 경로가 차단되며, 엘리트들의 전유물이 되었다. 비닐하우스는 이러한 예술의 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볼 수 있도록 진정성을 바탕으로 창작하며 예술 자체의 힘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교육한다.

김영래
김도명_100년 그리고....._설치_2006

모델하우스 속의 비닐하우스 ● 모델하우스에 비닐하우스를 짓는 이 전시는 공간으로서 비닐하우스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 가능한 대안 미술교육공간으로서의 비닐하우스 AA의 그간 활동을 선보이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실재로 강의와 토론이 이루어지고,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서로 교류하는 교육이 진행되고 실험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렇게 공간 안의 공간은 공간의 전형을 탈피하여 새로운 공간을 창출한다. 물리적 공간은 창조적 활동에 의하여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예술이 생산되는 공간은 예술가의 창조적 직관의 순간을 도출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또한 존재의 사유를 촉발할 수 있는 삶의 현재성에 대한 명료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예술은 이제 관조의 대상으로서의 사물이 아니라, 창조적인 사고를 촉발시키는 논의의 과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 백기영

송은영_Following-at the frame('따라잡기-액자에서')_혼합재료_2005
강인구_휴-기억 (relax-memory)_이쑤시개_가변설치_2005

왜 비닐하우스인가?비닐-비닐하우스-비닐하우스AA ● 아세틸렌을 주된 원료로 만들어진 합성수지인 비닐은 재료적인 관점에서도 그다지 고급스럽지도, 귀한 물질도 아니다. 물건을 담는 봉투에서부터 농가의 비닐하우스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의 삶 구석 구석까지 비닐의 용도는 광대하기만 하다. 반면, 너무 흔하기 때문에 주목 받지 못하고, 근래에 들어서는 폐기 된 비닐에 의한 토양오염 문제의 심각성까지 대두되면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감이 없지 않다. ● 이러한 별 매력 없고 흔해빠진 비닐이라는 가변적인 건축재료로 지어진 비닐하우스 2동이 실험적인 창작의 산실을 자처하며 2004(?)년 고양시 변두리에서 문을 열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미술대학이 차고도 넘치는 우리나라에 무엇이 부족해서 궁상스럽게 비닐하우스까지 치고 미술교육을 시켜야 하느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의문에 대한 직설적인 답변 대신에 비닐하우스가 가지는 구조학적이고 건축적인 측면과 함께 상징적인 의미를 살펴보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전재철_태극기_설치
심정아_Born Again Instrument_140×70×50cm_2006

비닐하우스의 유목성 ● 성경에 나오는 흔한 비유로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어진 집의 비유가 있다. 전통적인 관념으로는 당연히 전자는 좋은 것이요 후자는 그렇지 못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곳에 머물러있지 않는 노마드적인 삶의 양태를 가진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반석 위에 지어서 그 견고함 때문에 쉽게 이동하지 못하는 집보다는 유목민족인 몽골인들의 전통가옥인 겔(Gel)이 더 적합한 가옥구조가 아닐까? 근 현대를 지나면서 미술교육의 주체가 되었던 대학은 모더니즘의 이상을 실현하기에는 그런대로 부족함이 없는 체제를 유지·발전 시켜왔다. 하지만 포스트 모더니즘 이후의 예술이 가지는 유목성을 변화에 둔감하고 아카데믹한 반석 위에 굳건히 세워진 대학이 따라잡기는 역부족이 되었다.

김주리_그림액자 과정.._평면 설치
유승덕_봉이 떳다방_지적도, 테이블 등 각종 소품_가변설치_2006

비유적으로 대학이 반석 위에 세운 집이라면 비닐하우스AA는 모래 위에 세운 집이다. 비닐하우스의 특성 중에 하나가 유목성이다. 언제라도 이동이 필요하면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않고도 철거하여 다른 장소에 파이프로 된 기둥을 세우고 비닐을 입히면 끝이다. 다시 말해서, 한 번 세워진 기존 교육 시스템의 관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학과는 달리 비닐하우스AA는 하나의 거점이고, 미술행위가 일어나고 그에 따른 담론이 생산되는 곳은 어디라도 교육의 장소가 될 수 있는 유목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부터 진행될 '소록도 프로젝트'나 '모델하우스프로젝트' 같은 프로젝트 수업은 작업실 공간을 벗어나 다양한 사회적 문제점의 진원지를 직접 탐색하고 유랑(?)하면서 예술적 방식으로 접근해나가는 유목적 수업의 전형이라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형태의 유목은 수도권에 산재해 있는 작가들의 작업실을 탐방하고 각기 다른 작가들의 다양한 경험을 현장에서 배워나갈 수 있는 수업을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물리적인 이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는 정신적인 노마디즘 일 것이다.

이종균_내 앞에 존재하는 어색한 시간_240×100×150cm
김월식_Byilding_설치_2015×2260×1225cm_2006

비닐하우스의 쌍방향성 ● 비닐하우스가 가지는 특성 중에 하나는 비닐의 투명성으로 인해서 공간의 안과 밖이 닫혀 있으면서도 열려있는 쌍방향을 들 수 있다. 건축과 조각의 경계 위에 서있고 보는 자와 보여지는 대상과의 관계를 미학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댄 그래함의 "Pavilion"도 비록 그 재료가 비닐이 아닌 유리로 되어있고 그가 의도하는 매카니즘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비닐하우스처럼 마을과 주변 경관이 건물 내부로 스며드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건물 내부에서도 외부를 보고, 외부에서도 내부를 볼 수 있는 쌍방향성의 지각은 비닐하우스나 유리로 된 Pavilion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비닐하우스AA가 지향하는 교육방향도 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존의 일방통행적이고 주입식이던 교육과는 달리 투명비닐하우스 같은 쌍방향성으로, 교사와 학생의 경계를 짓지 않고 창작에 대한 서로의 고민이 소통되는 공간, 더 나가서는 예술과 예술 밖의 영역이라는 획일적인 구분 짓기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 비닐하우스AA가 지향하는 목표점이 아닐까? 희망사항으로는 활동범위에 있어서도 로컬과 인터내셔널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기며 비상하기를 바란다.

최정미_자연금지_설치_2006
윤갑용_MASS_단채널 비디오설치_00:02:42_2006

비닐하우스의 생산성 ● 마지막으로 비닐하우스의 역할은 무엇보다 인간에게 유익한 산물을 생산하는 장소이다. 이러한 상징성이 이 곳의 설립이념에도 잘 나타나있듯이 예술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품고도 척박한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는 미래의 예술가들의 씨앗을 파종하고 발아 · 성장시켜 비닐하우스 밖의 사회로 모종시키는 실험적인 생산 스튜디오이다. 앞으로도 이 곳 예술 비닐하우스에서 많은 신품종들이 개발되고 널리 보급되는 그날까지 비닐하우스의 실험은 계속될 것이다. ■ 유승덕

Vol.20060805c | 안산 아트메모리 2006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