午睡Ⅱ_오수Ⅱ

천광희 조각展   2006_0809 ▶︎ 2006_0815

천광희_오수_백대리석, 마천석_64×30.5×34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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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809_수요일_06:00pm

인사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29-23번지 B1 Tel. 02_720_7703

인생은 쓰다. 저마다의 다른 색과 맛을 품었어도 몇 겹을 걷어내면 거기엔 의례 생의 씁쓸함이 배어 있곤 하다. 인생의 어느 골목에서 치열하고 간절한 삶의 목적들이 쓴 갈망의 메시지는 덧없는 메아리로 흩어지기 일쑤다. 그러나 찰나의 달콤함, 그것 때문에 인생이 살아볼 만하지 않던가. 지루하고 비루한 삶 속에서도 작은 기쁨이 주는 충만한 기운이야 말로 우리로 하여금 그 쓰디쓴 인생을 계속 살아가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천광희_오수_마천석_25.5×15.5×27.5cm_2006
천광희_오수_칠보석, 마천석_37×49×26cm_2006

천광희의 작품이 가진 매력은 한마디로 유머humor이다. 이것은 의표를 찌르는 재치와 지식을 뽐내는 위트wit와 달라 불필요한 긴장 없이 그 안에 사람의 마음속 결계를 푸는 해학과 익살스러움을 품고 있다. 형태의 리듬감에서 벌써 알 수 있듯이 각각의 작품은 작가가 꾸준하게 집중하는 전통적 조각 재료가 가진 무게를 중화시키는 유머러스한 장치들이 포진해있다.

천광희_오수_화강석_50×19×25cm_2006
천광희_오수_대리석, 마천석_20×10×17cm_2006

직선보다는 곡선을, 묘사보다는 생략의 묘수를 둔 형태의 외관은 대부분 반추상의 인체가 이 특정한 순간을 반복해서 형상화 하고 있다. 거기에서는 "고양이 수염 같은 나른한 봄날"마저 연상된다. 율동적이고 유연한 표면의 감상이 가실 때 쯤 눈에 들어서는 주제인 '오수'는 왠지 모르게 낭만적인 단 냄새가 풍긴다. 그건 짧은(달콤한)휴식을 통한 한 걸음 전진이라는 희망적인 매력 때문일까. 팔을 이리저리 휘감아 머리를 기댄 자의 얼굴형상을 골자로 다양하게 변주되는 주제이자 대상은 저 짧은 잠에서 깨어난 인물이 충전된 새로운 에너지로 걸어갈 미래에 대한 바람과 기원일 것이다. 동시에 작품 속에 깃든 여유와 낭만은 강퍅한 우리네 일상에 과연 저런 순간들이 있었던가를 물어 우리로 하여금 기억을 더듬어 이윽고 그 날의 행복을 입가에 미소로 흔적하게 한다.

천광희_오수_마천석에 드로잉_19×28cm_2006
천광희_오수_마천석에 드로잉_15.5×21cm_2006

명상적이고 정적인 형태와 인고의 결과를 통해 변신한 재료가 총체적으로 공명하는 가운데, 그렇다면 오히려 이것은 지루한 일상의 기술보다는 보다 자연친화적이다. 작품을 통한 생명의 순환과정에서 목격되는 이 이상적인 자연과의 교감은 초월적인 숭고함이나 경외감 따위의 거창하고 버거운 의무나 '느림의 미학' 같은 상투적으로 떠 올리는 단어들이 식상함과 실망감만을 안겨줄 때 그저 자신의 몸짓을 보일 뿐이다. 작품은 유려한 곡선과 적절한 추상으로 우리에게 자신만의 박자를 신뢰하는 여유를 가지라고 말한다. ■ 안현숙

Vol.20060809d | 천광희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