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살인지계 借刀殺人之計

기획_류병학_김정연_카이스갤러리   2006_0823 ▶︎ 2006_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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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823_수요일_06:00pm

권기수_김근중_김미진_김유선_김은진_김지혜_김태연_김해민_김홍주_노자영_문범 서은애_서희화_손동현_엄정순_유대영_유승호_이다_이수경_이왈종_임택_장민승 정용국_정주영_홍인숙_홍지연_홍지윤_써니김_데비한

전시공동기획_류병학_김정연_카이스갤러리

카이스 갤러리 서울 강남구 청담동 99-5번지 Tel. 02_511_0668 www.caisgallery.com

카이스 갤러리는 2006년 8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차도살인지계 借刀殺人之計』라는 이름의 기획전을 선보인다. '차도살인지계 借刀殺人之計'란 본래 남의 칼을 빌어 상대를 공격한다는 의미로서 전시 『차도살인지계』는 이제껏 돌아보지 않았던 우리의 전통을 참조하여 현대적인 감수성을 창조해 내는 최근의 새로운 미술 경향을 소개하는 전시이다. ● 최근 몇 년간 한국 미술계에서는 전통과 현대의 이미지와 기법, 혹은 매체가 한데 섞인 혼성 작업, 그리고 과거 대가들의 작품을 빌어와 개작하는 패러디 형식(리메이크)의 작업들이 부쩍 많이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발맞추어 지난 몇 년간 다수의 미술관과 화랑 등에서도 현대적인 동양화, 한국적인 현대미술 등 퓨전이나 새로움이라는 이름 아래 크고 작은 전시들이 있어왔다. 오늘도 유사한 경향의 작가들이 새로이 등장하고 있다. ● 이 같은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 그렇다면 과연 이들이 생각하는 전통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새로움 혹은 퓨전이란 무엇인가? 전통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이들 작품에 바탕이 되고 있는가 아니면 단순히 시대 흐름에 편승하는 현상인가? 작품이나 작가의 양적인 증가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작품의 질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빌어오는 형식의 패러디와 차용의 진부함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어야 한다. 이들은 그 점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김은진_The Portrait_종이에 채색_175×135cm_2003

불과 몇 년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현대미술계의 주류 가운데 등장한 이 독특한 미술 경향을 미술사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또한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되어야 하는 한국 미술사의 숙제이다. 그러기에 『차도살인지계』는 그것의 역사적인 의미를 정의하기 전에,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눈에 살펴보며 이들 일련의 작가들이 전통을 끌어들이는 계기, 그들이 공유하는 요소와 차이를 드러내는 요소들을 고찰해 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이야기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 중견에서 신진에 이르는 31명의 『차도살인지계』 참여 작가들은 동양화, 서양화, 판화, 조소, 사진,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최근 자주 논의되고 있는 한국적 미술의 가능성과 관련한 문제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김홍주, 이왈종, 전광영은 지난 2~30년간 꾸준히 한국적 재료와 이미지, 표현기법을 연구해 온 앞선 세대이며, 구본창, 김근중, 김해민, 문범 또한 사진과 회화, 미디어를 통하여 한국적 도상과 대상 이미지의 영입, 고전적 이미지로의 회귀, 한국적 일상의 차용 등을 통하여 한국적 미감을 모색한다. 한편 젊은 세대의 작가들은 한국적 이미지나 오브제, 과거의 명화를 현대적인 기법과 재료로 재해석하거나, 혹은 전통적인 기법으로 현대적인 감수성을 창조하거나, 소비사회의 도상적 이미지들을 거꾸로 풀어가는 식의 소위 '퓨전식' 작업을 선보인다. ■ 카이스 갤러리

김태연_천불도_msn messenger_흙벽에 채색_100×100cm_2005
서희화_목단기명도_가변크기, 혼합재료_2005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 차도살인지계 (借刀殺人之計)*를 / 누구보다도 잘 이용했던 천마대제 만박 / 천상옥음 냉약봉, 중원제일미 녹부용이 / 그의 진기를 분산시킨 것도 원인이 되겠지만, / 수하친병의 벽력장에 / 철골지체 천마대제가 어이없이 살상당한 건 / 곁에 있는 사람도 자객으로 변한다, / 삼라만상을 경계 하라는 무림계의 생리를 / 너무도 잘 설명해주는 대목이었다. - 유하의 「武歷 18년에서 20년 사이-무림일기1」 중에서

손동현_인조인간알이두이이시삼피오도_지본수묵채색_160×130cm_2006

김정연 최근 몇 년간 한국 미술계에서 전통과 현대의 이미지와 기법, 혹은 매체가 한데 섞이는 혼성 작업들이 부쩍 많이 등장했잖아요. ● 야매자 예를 들면... 김정연 작년 1월 SPACE*C에서 열렸던 『현대미술 속의 리메이크』나 작년 12월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했던 『세화견문록(歲畵見聞錄)』 그리고 올 1월 BIBI SPACE에서 오픈했던 『하산(下山)하라!』 등 그룹전에서부터 다양한 개인전 말예요. ● 야매자 아하! 김정연 그 전시들은 현대적인 동양화, 한국적인 현대미술 등 퓨전이나 새로움이라는 이름 아래 기획되었는데, 제가 보기에 그 전시들은 우리 미술을 참조하면서 동시에 현대적인 감수성으로 제작한 작품들로 이루어졌더군요. ● 야매자 근데요? 김정연 그런데 세대를 넘나드는 이 에너지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기회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우리의 전통을 참조하여 현대적인 감수성을 창조해 내는 최근의 새로운 미술 경향을 소개하는 전시를 기획하고 싶어요. ● 야매자 그럼 그동안 전시되었던 작가/작품들을 모두 불러 모으는 전시를 기획하고 싶다, 이 건가요? 김정연 모두 초대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그동안 열렸던 전시들에서 주목할 만한 작가들을 초대하면 어떨까 해요. 혹 선생님께서 그 기획에 동참해 주실 수 있는지요? ● 야매자 정연씨께서 그 전시를 기획하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요? 김정연 물론 불과 몇 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대미술계의 주류로 등장한 이 독특한 사조를 미술사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또한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되어야 하는 한국미술사의 숙제이지요. 그래서 그것의 역사적 의미를 정의하기 전에,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 눈에 살펴보고 이들 일련의 작가들이 전통을 끌어들이는 계기, 그들이 공유하는 요소와 차이를 드러내는 요소들을 고찰해 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이야기해보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해요. ● 야매자 음... 이슈가 될 만한 기획일 것 같군요. 전시 타이틀은 정했나요? 김정연 아직 정하지는 않았는데... 혹 선생님께서 제안을 해 주시겠어요? ● 야매자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

이수경_번역된 도자기_도자기 파편, 에폭시, 합성 금박_44.5×23×20cm_2006

차도살인지계? 유하는 「武歷 18년에서 20년 사이―무림일기1」 밑에 '차도살인지계'를 "남의 칼로 적을 침"이라고 언급해 놓았다. 최근 이 용어는 정치계에서 종종 사용되고 있다. 이를테면 민노당의 '조건부 연정 수용'이 여당입장에서 볼 경우 차도살인지계를 성공시틴 셈이라는 민노당 이광호 전 기관지 편집장의 말이나, 김선일 사건을 부시의 차도살인지계로 보는 시각 등 말이다. ● 하지만 '차도살인지계'가 아뜨와 무슨 관계가 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혹 카이스 갤러리의 『차도살인지계』에 작가 자신의 손이 아니라 '남의 손을 빌려 상대방을 치는 작품'이 전시되기라도 한단 말인가? 남의 손을 빌린다? 물론 60년대 말 미니멀 아트나 그 이후 적잖은 작가들이 단지 아이디어만 구상하고 '남의 손'(공장)에서 작품제작을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 이전 뒤샹의 '레디-메이드'야 말로 작가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작품을 만들었지만) 하지만 남의 손을 빌려 제작한 작품 중에서 '적'을 치는 작품이란 무엇인가? ● '적'을 치는 작품? 혹 그것인 기존 작품에 똥침을 놓는 작품이 아닐까? 우리는 흔히 그것을 '패러디(parody)'로 부른다. 당신도 아시다시피 패러디는 미술작품에서부터 시나 문학 그리고 음악이나 영화 또한 광고에 이르기까지 주로 명작을 모방(인용 혹은 차용)하여 그것을 풍자 또는 조롱하는 작품으로 이해하곤 한다. (최근 네티즌의 정치 패러디를 보시라!)

임택_옮겨진 산수-유람기-영암Ⅱ_Ed.5_디지털 프린트_55.9×84cm_2006

패러디의 어원은 paradia이다. 근데 paradia의 접두사 'para'는 이중의 뜻을 지닌다. 하나는 '대응하는(counter) 혹은 반하는(against)' 뜻으로 두 작품의 대립 또는 비교로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기존 작품을 조롱하거나 우습게 만들려는 의도를 가지고 그 작품을 모방(인용 혹은 차용)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립이 아닌 '이외의(beside)'라는 뜻으로 '참조'의 뜻을 지닌다. ● 오늘날 어느 작가가 기존 작품(혹은 '사건')에 '대응'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기존 작품을 분석해야만 할 것이다. 근데 기존 작품을 분석한다는 것 자체가 장난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기존 작품(혹은 사건)에 '의외의' 작품을 제작한다? 글타! 카이스 갤러리의 『차도살인지계』에 전시된 작품들은 기존 작품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똥침'을 놓는 작품이라기보다 차라리 '이외의' 작품을 제작한 것이라고 말이다. 더군다나 카이스 갤러리의 『차도살인지계』는 '남의 손을 빌려' 똥침을 놓은 것도 아니다. (헉! 근데 카이스 갤러리는 '남의 손', 즉 그동안 열렸던 전시들에서 골라 『차도살인지계』를 기획한 것이 아닌가?) ● 물론 당신은 왜 굳이 '남의 손을 빌려' 똥침을 놓아야만 하냐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급진적인 작품'을 꿈꾸는 작가라면 이미 '남의 손을 빌려' 작품을 제작한 뒤샹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매자가 생각하는 '급진적인 작품'에 관해서는 다른 지면을 빌려 언급하도록 하겠다.) 두말할 것도 없이 '남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 그냥 '옛 작품을 빌려 바로 그 옛 작품을 해체시킨다'는 뜻으로 '차도살인지계'를 해석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차도살인지계'는 해체(deconstruction)의 훌륭한 '무기(전략)'이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데리다는 싸부의 글을 인용하여 싸부의 폐부를 찌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자가 '차도살인지계'라는 용어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옛 작품을 해체'시키기 위해서라도 바로 그 옛 작품을 긍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문화에 대한 '똥침'은 자기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 때 가능케 되는 것처럼, '차도살인지계' 역시 우리 전통미술에 대한 자부심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부심만 갖고는 2% 부족하다. 그럼 무엇이 필요한가? 전략!

장민승_백광호PKL7_몸체 MDF 에 우레탄 도장 서랍 메이플과 버치 나무_130×40×92cm_2006

당신도 알다시피 전략을 구상할 때 상대방의 허점을 고려해야만 한다. 허점? 흔히 그러듯 종교인의 허점은 신앙이듯이 이념을 가진 자의 허점은 그의 신념이다. 그럼 경제인의 허점은? 이윤이다. 그렇다면 예술가의 허점은 '진실'인가? 진실? 만약 예술가의 허점이 진실이라면 아티스트는 진실의 허점을 극복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진실의 허점을 어케 극복할 수 있단 말인가? 이놈, 진실은 무슨 얼어 죽을... 연필만 한 삼년 더 깎아라! 껄껄껄. ■ 야매자

Vol.20060824d |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