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두개의 계단

갤러리 아이 개관 기념展   2006_0825 ▶︎ 2006_1001

이수경_5개의 오벨리스크(5 Obelisks)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 채색_각 40×12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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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825_금요일_06:00pm

1부_이수경, 양은주_2006_0825 ~ 2006_0903 2부_황연주, 서민정_2006_0908 ~ 2006_0917 3부_김혜란, 조경란_2006_0922 ~ 2006_1001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아이 서울시 종로구 낙원동 283-13번지 Tel. 02_733_3695

낙원(樂園)을 생각하다. ● 우리가 흔히 인사동 거리라고 부르는 곳은 넓지 않은 길 하나를 중심으로 수많은 골목들이 곁가지를 친 모양새를 하고 있는데, 실상은 인사동뿐만이 아니라 안국동, 낙원동, 관훈동, 견지동 등 수많은 행정 구역들의 집합체이다. 인사동이라고 불리면서 한 골목 안쪽을 차지하고 있는, 낙원(樂園)이라는 본래의 의미가 무색하리만치 약간은 칙칙한 악기 상가와 그 아래로 줄을 잇는 떡집들, 오래된 극장을 포함하는 이곳은 인사동이라는 주류 문화권에 속하는 듯 하면서도 일탈의 여지를 지닌 낙원동, 이곳에 6명의 작가들이 모여서 오늘의 주변을 내일의 새로움으로 바꾸기를 희망한다. 서로 같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높이와 방향을 설정하고 있는, 두 개의 계단에 관하여 갤러리 아이의 개관 기념전으로 기획된 이 전시는 연속된 세 번의 2인전의 형식을 가진다.

이수경_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_캔버스에 유채_53×130cm_2005
양은주_홍파복지원의 정신지체아이들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 채색_각 60×60cm_2006

1부-양은주/이수경-소외된 주변을 바라보다. ● 얼핏 보면 평범한 초상화인 듯 보이는 양은주의 작업은 불편하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느낀 관객들은 곧 그림 속 인물들의 시선과 표정이 남다른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홍파 복지원의 정신지체 아이들」이라는 제목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이와 같은 정면을 바라보는 초상화를 통해, 장애인을 대상화시켜 보는 시각을 극복하고 그들과 관객의 동등한 만남을 주선하려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등함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처한 다수 우월주의 모순을 발견할 수 있다. ● 이수경이 그리고 있는 풍경은 전형적인 도시도, 아름다운 시골도 아닌 어정쩡한 주변 모습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의 주변 풍경들은 무국적적(無國籍的)이고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어색한 이미지들의 연속이 되어 있는데, 작가는 이와 같이 서로 연관성이 없는 듯한 이미지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어울리지 않는 병치의 원인을 반성과 죄책감 없이 서둘러 이루어지는 한국 사회의 성급한 현대화에서 찾고 있다. 따라서 풍경 사이에 산재한 이데올로기의 행간을 드러내는 방법으로서 작가가 취하고 있는 전략 역시 다양한 이미지들의 연속적 병치이다.

서민정_cinderella story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5
황연주_얼어붙다(freezing)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6
황연주_promise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6

2부-서민정/황연주-감각을 통해 드러내는 사물들 ● 서민정과 황연주의 작업은 다른 작가들에 비해 감성적인 측면이 강하다. ● 서민정의 작업에서 소외된 주체는 다름 아닌 여성이고, 그것은 동시에 작가 자신이다. 유리 구두에 사이즈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발을 잘라냈다던 신데렐라의 두 언니들은 철저히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소외되고 있다. 그것은 역사가 기본적으로 승자의 이야기인 것처럼, 어린이 동화는 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가장 일찍부터 체득(體得)하게 하는 수단이기 때문일 것이다. 동화 속에 항상 등장하는 착하고 마음씨 고운 아가씨들을 성공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가끔은 질투하고 거짓말도 하는 보통의 아가씨들이 타의에 의해 악녀가 되어야 했을까? ● 꽃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곧 시들이 버리기 때문이며, 과거가 아름다운 것은 결코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라는 명제는 황연주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센티멘탈(sentimental)한 감성을 대변하는 말이라 하겠다. 작가는 현재보다는 과거를, 표면보다는 그것을 뒤집어 보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의 작업들은 그 자체로서 그림자의 흔적들이고, 알맹이를 뺀 껍데기들의 실루엣들이다. 과거로 향하는 작가의 시선은 감상적(感傷的) 분위기를 띠게 되는데, 이는 회상(回想)이라는 정신 작용이 과거로 사라진 모든 기억들을 아름답게 바꾸어 버린다는 데에 기인한다. 그 역시 한때는 내 것이었으나 이제는 손안에 온전히 가질 수 없는 기억들에 대한 회한 때문일 것이다.

조경란_벽지그림_종이에 연필_49×63cm_2006
김혜란_RE-cycle: 빅헤드와 스토킹버드 外_영상설치_2006

3부-김혜란/조경란-기호화된 삶의 풍경을 생각하다. ● 김혜란은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를 실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작가이다. 상업적 구조 안에서는 그가 담아내고 있는 작업의 내용적 측면이, 순수 예술의 맥락에서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신생 매체가 주류를 벗어나 있다. 그의 작업 속에 등장하는 이미지들 역시 선형적 내러티브(narrative)를 따르기 보다는 의식의 흐름에 따른 자동 기술적 태도에 가깝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호들과 패턴화된 화면들은 얼핏 보면 시각적 즐거움을 주지만 그 이면에는 기계적 이미지들의 반복으로 인한 지루한 현대인의 일상이 담겨있어 화면을 계속적으로 응시하고 있노라면 초현실적인 몽롱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 조경란은 의미와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인 개개의 언어들과의 괴리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분명히 기호학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이는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역시 예기치 않게 만나게 되는 텍스트들을 통한 작업에서 보여 지는데, 이를 통해 2차원적 텍스트 표면과 3차원으로 이루어진 실제 공간이 거울의 서로 다른 면처럼 맞닿아 있는 독특한 상황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읽을 수 있다. 그 결과 작가는 의미를 잃어버린 텍스트와 쓰임새를 잃어버린 오브제들을 결합시켜 또 다른 특수한 공간을 만들어내며, 그들에게 독자적인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 갤러리 아이

Vol.20060825d | 낙원-두개의 계단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