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방 가수프로젝트

GRAF 2006 : 열 개의 이웃_3 / 조은지_김장언   비디오 상영및 퍼포먼스_2006_0828

여행가방 가수프로젝트 퍼포먼스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여행가방가수 프로젝트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6_0828_월요일_07:00pm

2006 경기문화재단 기획

일산 라페스타 야외행사장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 766-0번지 Tel. 031_231_7233

이들은 지금 일당 받고 놀러 갔습니다. 라 페스타의 야외 공연장에는 '이들은 지금 일당 받고 놀러 갔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려져 있었다. 보통 비보이들이 춤을 추거나 지역 노래자랑이 펼쳐지던 일산, 라 페스타의 야외 공연장에 이런 황당한 현수막이 내걸린 것이다. 공연을 위한 모든 장비들이 갖춰져 있지만, 무대에는 주인공이 없었으며, 그들은 현재 일당을 받고 놀러갔다는 정보만이 제공되어 있다. 이런 공연을 이해하지 못한 라 페스타의 관리자는 작가의 신원을 의심했으며, 필리핀 여가수들은 자신들이 서지 않아도 되는 무대가 완성되는 것을 흥미롭게 바라보면서 일당을 받고 놀러갔다. 그리고 민머리에 헤어벤드를 한, 미친 아저씨만이 이러한 상황을 제일 흥미로워 했다. ● 일산의 라 페스타에 있는 페밀리 레스토랑에서 노래 부르는 필리핀 밴드의 여가수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던 작가, 조은지는 끝내 그들에게 일당을 주고 하루 쉬라고 했다. 그리고 비어 있어야만 하는 무대를 만들고 시간을 보낸 후 무대를 철거했다. 작가 조은지는 왜 필리핀 여가수들을 쉬게 했던 것일까. 필리핀 여가수가 작가에게 들려준 에피소드는 매우 의심장한 지점을 내포한다. 밤길을 걸어가던 필리핀 여가수는 어둠 속 멀리서 걸어오는 한 남성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여행가방 가수프로젝트 퍼포먼스
여행가방 가수프로젝트 퍼포먼스
여행가방 가수프로젝트 퍼포먼스
여행가방 가수프로젝트 퍼포먼스
여행가방 가수프로젝트 퍼포먼스
여행가방 가수프로젝트 퍼포먼스

조은지의 여행가방 여가수 프로젝트에서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은 이번 프로젝트와 연관되는 다양한 컨텍스트를 떠나서 일종의 시민들과 함께하는 신명나는 거리공연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필리핀 여가수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이러한 공연에 대한 회의와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고 했다. 공연을 통한 환대는 타자로서 그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보다 오히려 그들을 타자의 위치로 더욱 공고히 할 뿐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그들을 쉬게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것일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일산 주민들이 여가를 위해 라 페스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필리핀 여가수에게도 여가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상태를 지역 구성원들에게 알려 주는 것이 보다 합당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것이 작가 조은지가 필리핀 여가수에게 제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작가적 윤리이다. 필리핀 여가수의 가슴을 만지고 아무일 없듯이 떠나간 그 남성의 욕망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그들의 음악을 듣고 맥주를 마시며 국적불명의 안주를 먹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필리핀 여가수들은 이미 그곳에 존재하는 실존적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발언하는 주체가 아니라, 어떤 발언도 하지 못하는 혹은 어떤 목소리도 낼 수 없다고 여겨지는 익명의 대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가슴을 만지든 공연 중에 술주정을 하든, 이 공간에서 이러한 행위는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 것으로 의미화된다. 그러나 필리핀 여가수들은 작가의 일당을 통해서 일종의 수동적인 파업을 수행하고, 비어있는 무대를 지역 구성원들에게 제공한다. 이러한 무대를 통해서 지역 구성원들이 당황해 했는지 아니면 이러한 상황 자체에 무관심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연이 필리핀 여가수의 존재를 지역 구성원들에게 환기시키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일당을 받고 놀러간 필리핀 여가수들의 일정이 어떠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신들의 숙소로 돌아가 잠이나 실컷 잤는지 혹은 일당을 가지고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노래 부르고 놀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일정을 궁금해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다만, 그들에게 주어진 여가를 통해서 우리가 상상해야 할 것은 이웃으로서 그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들과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인가의 문제일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시각으로 의미화된 혹은 우리의 시각으로 구성된 타자가 아니라 타자와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의미의 영역을 상상해야 하는 것이다. ■ 김장언

Vol.20060828a | GRAF 2006 : 열 개의 이웃_3 : 여행가방 가수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