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에 중독되다

이진주 개인展   2006_0830 ▶︎ 2006_0905

이진주_미쓰리콜렉션 Miss Lee's collection_한지에 채색_각 30×30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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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830_수요일_06:00pm

갤러리 도스 기획

갤러리 도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55-1번지 2층 Tel. 02_735_4678

무늬. ● 생김새도 '무늬'스러운 이 단어를 입안에서 되뇌다 보면 그 부자연스러운 발음에 생경한 낱말이 되어버린다. 그렇듯 무늬라는 건 아무것도 없는 바탕에 의도적으로 새겨진 후천적 자국으로, 자연스럽지 못한 감춤이고 포장이다. 근본적으로 '공백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는 본능적인 감정에서 빚어진 무늬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동시에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작가 이진주도 여느 소녀들과 같이 특정 무늬와 색으로 자기를 표현하듯 치장하고 상징하듯 위장한다. 그리고 작업은 어느 순간 껍질처럼 벗어놓은 자신의 무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시작된다.

이진주_박제된 H양의 뒤태 collected Miss.H's back_한지에 채색_ 7×17cm, 19×24cm, 30×34cm_2006
이진주_Y양의 보호색 Y's protective color_한지에 채색_160×120cm_2006

꽃무늬 스타킹, 땡땡이 스카프, 체크무늬 원피스, 얼룩무늬 팬티, 에스닉풍 치마. ● 작가는 무늬로 자신을 드러내는 여성들의 마음을 읽고 이를 '심리적 보호색'으로 바라보았다. 꼭 자신에게 맞아야 걸칠 수 있는 무늬가 아니다. 조금은 과장되거나 화려한 무늬를 선택해서 본질을 포장하려는 행위를 작가는 '껍질에게서 위로 받기'라 정의하고 그럼으로 특정 무늬는 그녀화(化) 된다. ● 작가의 시선은 자신의 무늬(미쓰리 콜렉션)에서 타인의 것(어디에나 있는 양, Y양의 보호색) 그리고 사물의 패턴(텅빈서랍, 급조된 안식처)으로 이동한다. 긴 연애 끝에 오는 공허함과 상실감을 견디기 위해 집요하리만치 꽃무늬를 채우거나 농염한 꽃물을 들이며, 자주 등장하는 낙엽과 잎사귀 또한 성숙을 위한 포장이다. 그림 밖으로 걸어 나올듯한 다리는 화려한 패턴 뒤로 속은 비어있는 껍질처럼 보인다. 이러한 무늬들이야말로 작가의 얼굴 없는 자화상이 아닐까. 타인의 무늬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더 객관적이고 단순해진다. 거리를 가득 메운 여인들(혹은 무늬들)을 스케치한 드로잉은 마네킹 같은 몸에 무늬만이 각인된다. 각양각색의 무늬들로 자신을 감 싼 여인들을 보며 동질감과 함께 묘한 경쟁심을 느끼며 다른 이의 무늬를 수집하기도 한다. 또 작가는 혼자인 삶이 익숙한 사람들이 그러하듯 가구와 사물을 의인화한다. '급조된 안식처' 속 모델이 된 소파는 왠지 지치고 앙상해 보이며, '텅빈서랍'에는 '텅 빔'을 견디기 위한 화려한 무늬가 가득 담겨있다.

이진주_Miss.wherever_한지에 혼합재료_122×244cm_2006
이진주_텅 빈 서랍 An empty drawer_한지에 혼합재료_85×82cm_2006
이진주_Miss.wherever_한지에 혼합재료_각 52×42cm_2006

집어삼키듯 무늬를 입는다. ● 작가 이진주의 여성에 대한 고운 시선과 사물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무늬를 만든다.그의 작품에는 무늬가 가득하지만 과하지 않다. 채워졌음에도 무겁지 않다. 작가는 중독에 가까운 집착으로 무늬를 찾고 수집하고 그려가며 감정을 정화한다 말한다. 그러나 장지에 먹을 들여 채색하는 작업을 위해 오래 꿇어앉아 진중하게 붓을 가누는 시간이 그를 정화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이진주는 무늬에 중독 됐지만 그녀에겐 독(毒)이 없다. 화려한 무늬라는 껍질 아래 담백한 마음만 오롯하다. ■ 김이정

Vol.20060829c | 이진주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