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숲

박영주 개인展   2006_0906 ▶ 2006_0924

박영주_나는여기있습니다_알루미늄판에 알루미늄사_122×101cm_200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두아트 갤러리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6_0906_수요일_05:00pm

두아트 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5번지 Tel. 02_738_2522 www.doart.co.kr

역량있는 신진 작가들의 전시를 의욕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두아트 갤러리에서 독특한 작업방식을 구사하는 박영주의 첫 개인전 『뿌리숲』을 준비하였다. 박영주(b.1978, 홍익대학교 조소과 졸업)는 1cm정도 두께의 알루미늄 판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알루미늄사(絲)를 넣어 고정한 다음 다시 다른 구멍을 내어 두 구멍 사이를 연결하는 선을 만든다. 알루미늄사로 만든 짧은 선들의 이음을 반복하여 면을 이루는 방식이 마치 자수작업처럼 보인다. 이 때, '사를 집어넣는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그녀가 드릴로 판에 구멍을 뚫어 사를 관통시키는 것이 아니라 살짝 홈만 내어 사의 끝부분을 집어넣기 때문이다.

박영주_나는여기있습니다_금분캔버스_90×60cm_2006

박영주는 대학교 재학 시절 처음으로 알루미늄 재료를 접하였다. 처음에는 알루미늄 판에 이미지를 스케치 하고 그 위에 알루미늄사로 땀땀이 수를 놓듯이 이미지의 안쪽 면을 채워가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그러다가 알루미늄사를 겹겹이 쌓아 입체적인 굴곡을 만들었고 그 굴곡들을 산수화에서 나오는 유려하게 구불거리는 선과 면을 만드는 데에 적용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당시의 선들은 각각의 공간을 메운다는 느낌이 강했다. 선들이 이루는 굴곡들은 각각은 입체적이지만 이 굴곡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하나의 덩어리가 주는 강한 입체감을 표현해내지는 않았던 것이다.

박영주_바람이분다_알루미늄판에 알루미늄사_175×152cm_2006

반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에서는 그 동안의 실험들을 통해 금속재료를 다루는 역량이 훨씬 능숙해졌음을 보여준다. 알루미늄 판과 캔버스 위에 수놓아진 알루미늄사들은 서로 겹쳐지고 얽히면서 입체적인 굴곡들을 이루어 좀더 세밀하고 깊이있는 느낌을 만들어낸다. 구불구불한 알루미늄사 다발들이 각각 다른 높낮이로 굴곡을 이루면서 단순히 면만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강한 입체감을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금속 특유의 광택 때문에 각각의 음영이 도드라진 알루미늄사 다발들은 매끈한 배경이 되는 알루미늄 판과 대조를 이룬다. 커다란 네모 판에 꿈틀거리며 복잡하게 얽힌 금속다발이 빛을 발하면서 드라마틱한 화면을 연출한다.

박영주_발_캔버스에 금분_90×60cm_2006

박영주는 이번 전시의 주 소재인 뿌리를 작가노트에서도 피력했듯 큰 나무를 떠받치기 위해 묵묵하게 존재하는 것들로 보았다. 그래서 그녀는 땅 속에 숨겨져 보이지 않는 뿌리들을 새상 밖으로 끌어올려 화면 전면에 내세웠다. 그녀가 형상화한 뿌리들은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가진 존재로 바람이 부는 대로 움직이고, 또한 다발을 이루어 숲을 이루거나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기도 한다. ● 한편 박영주는 뿌리들을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질긴 생명체로 보고 있으면서도 작품 속에서 그것의 또 다른 면을 드러내고 있다. 뿌리들은 땅 속에서 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여러 갈래로 길게 뻗어나간다. 하나의 나무 기둥에서 시작된 뿌리들은 점차 증식하면서 여러 갈래로 갈라져 그로테스크하고 때로는 폭력적인 느낌마저 자아낸다. 거칠고 단단한 뿌리들은 꿈틀대는 강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분열하고 증식하면서 땅 속을 파고든다. 즉, 박영주의 부조 화면은 땅은 새 생명이 태어나는 무한히 경이로운 장일 뿐만 아니라, 서로의 생존을 위해 상충하고 반목하는 격전의 장임을 드라마틱한 표현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박영주_뿌리숲_알루미늄판에 알루미늄사_175×152cm_2006

금속재료와 자수작업을 결합시킨 박영주의 독특한 작업방식은 오랜 시간에 걸친 힘든 반복노동으로 완성된다. 그녀가 보여주는 뿌리처럼 이러한 과정을 묵묵하게 지속하고 있는 박영주는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작가이다. 가을의 첫발을 내딛는 9월, 우직한 신예작가 박영주의 작품들을 두아트 갤러리에서 감상하길 바란다. ■ 두아트 갤러리

Vol.20060904e | 박영주 개인展